태풍 '카눈'이 강한 바람과 폭우를 이끌고 몰아닥쳤다가 몇시간 만에 힘이 빠진 채 물러났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뜨거운 햇살이 온 천지에 쏟아져 한여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여름 날씨와는 무관하게 국내 증시는 침체된 분위기다. 연초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로 한껏 달아올랐던 증시는 다시 불거진 유럽 위기와 미국·중국 등의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코스피지수는 1800선마저 무너졌다. 휴가철이 다가왔지만 주식투자자들의 마음이 가벼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주식시장이 안 좋다고 무조건 넋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 좋은 주식을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멀리 볼 것 없이 주변에서 애용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라면 실적 역시 나쁘지 않을 거란 단순한 잣대를 들이대보면 어떨까.
 
'텐트·수박' 사들고 휴가 가요


◆별 헤는 밤, 캠핑족의 낭만을 생각한다면
 
계곡에서는 시원한 물이 흐르고 암청색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하며 상큼한 풀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여름밤. 캠핑족이라면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캠핑의 계절이 돌아왔다.

산과 계곡, 바닷가 곳곳에는 오토 캠핑족을 위한 캠핑장이 몇년 사이에 눈에 띄게 늘어났다. '국민 취미'라는 등산이 시들해진 사이 캠핑이 새로운 취미생활로 자리 잡으면서 캠핑시장을 두고 관련기업들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캠핑하면 무엇보다 텐트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아웃도어업계에 따르면 캠핑을 즐긴 인구는 지난해 약 60만명에 달했고 올해는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배 많은 200만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캠핑인구 증가 추세로 텐트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미국 카벨라스, 일본 스노우 피크, 캐나다 마운틴 이큅먼트, 우리나라 코오롱스포츠가 꼽히고 있다. 이들 브랜드는 국내 코스닥 상장사인 라이브플렉스가 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동종업계 최다 특허 및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현재 중국 공장 3곳에서 텐트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여름 성수기를 맞아 가동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캠핑족에게 필요한 또 다른 필수품은 부탄가스다. 부탄가스 시장점유율 70%로 단연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회사는 '썬연료'를 생산하는 태양산업이다. 안 터지는 부탄가스 '맥스'를 생산하는 대륙제관은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김희성 한화증권 연구원은 "대륙제관의 폭발방지 부탄가스는 경쟁사의 제품과 가격이 같은 데도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갖춰 시장점유율이 당분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륙제관은 특히 한국존슨의 히트상품인 '에프킬라'를 ODM방식으로 100% 생산하고 있다. 캠핑족에게 필수품인 부탄가스와 살충제를 한 회사에서 모두 생산하고 있어 여름 수혜주로 꼽힌다. 

더운 여름에는 뭐니뭐니해도 냉장고에 넣어 둔 시원한 수박이 간식거리로 최고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오기 전에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수박 브랜드 '스피드꿀수박'은 모두 국내 종자회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농우바이오의 대표상품이다.

5∼7월에 판매되는 수박 10개중에서 9개는 이 회사의 씨앗으로 만들어진다. 하우스 수박임에도 가격은 노지 수박보다 2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맛과 품질면에서 월등하다보니 농부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판매 단가가 비싸 농우바이오 수익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농우바이오에서 스피드꿀수박을 포함한 전체 수박 매출액은 지난해 65억원으로 전체 매출(556억원)의 11.6%를 차지했다.

농우바이오의 '오복꿀참외'도 히트작이다. 맛 좋기로 입소문 난 성주꿀참외의 60% 가량이 이 회사 종자로 생산된다. 초여름 참외 10개 중 6개가 이 회사 씨앗으로 만들어진다. 지난해 참외 매출액은 30억원에 달했다.

또 다른 간식거리인 빙과류 중에서는 빙그레가 대표업체로 꼽힌다. 특히 빙그레 아이스크림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올해 고성장세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아이스크림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메로나' 브랜드 인지도가 강화되고 있고, 동남아시아와 브라질은 유통망 강화와 판매지역 확대로 전년도에 이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아이스크림 수출은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증가한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여 바나나맛우유와 더불어 수출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텐트·수박' 사들고 휴가 가요

 
◆태풍 수혜주도 있다는데 정말?
 
여름철 수혜주의 단골손님은 장마와 태풍 관련 종목들이다. 농산물 피해를 예상해 농기계나 농약, 비료 등 수요 증가 수혜를 입는 종목들이 주로 거론된다.

구체적으로는 방역소독기 제조업체인 파루, 비료업체인 동방아그로, 경농, 조비, 남해화학, 동부하이텍 등이 장마철 수혜주로 입소문이 났다. 삼성정밀화학도 화학소재를 공급하고 있어 장마철 수혜주로 주목 받는다.

광범위하게는 농업용 기계 제조업체인 대동공업, 제습기 생산업체인 위닉스와 웅진코웨이, 환경복원 및 조경산업업체인 자연과환경, 뉴보텍, 젠트로 등도 수혜주 단골 손님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카눈'의 본격적인 상륙 소식이 전해지자 7월18일 장 초반부터 태풍 관련주의 주가가 들썩거렸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태풍 관련주에 무작정 투자했다가 오히려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6월 제주도를 중심으로 집중호우가 내렸고 실제 피해도 작지 않았으나 태풍관련 수혜주로 꼽혔던 파루, 남해화학, 경농, 조비 등은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했거나 오히려 약세를 보여 실망감을 안겨줬다.

카눈의 상륙으로 태풍 수혜주가 주목 받은 지난 18일, 파루는 종가가 전날 대비 6%대로 밀려났으며 자연과환경은 3%대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밖에도 코엔텍, 동부하이텍, 인선이엔티 등도 2%대 약세를 기록했다. 대동공업과 동방아드로, 경농 등도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쳐 태풍 수혜주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여름이면 태풍 수혜주와 함께 여행주나 엔터테인먼트관련주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고 있는지 이익 면에서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름에만 단기적인 실적 개선이 예상될 때는 투자기간을 짧게 잡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