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마저… 답 없는 건설주
얼어붙은 건설주, 향후 전망은?
배준희
8,781
공유하기
부동산대책 영향 미미… 그나마 GS·현대·대림 주목
시공능력 13위인 쌍용건설이 완전자본잠식으로 주권거래가 정지된 가운데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가 중소형사에 이어 대형사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건설업종 지수는 올 들어 1.63% 하락하며 시장대비 초과 하락했다. 일부 대형건설사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악성 해외건설 수주물량 부담과 수도권 미분양아파트로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중소형사의 주가는 올 들어 새 정부에서 부동산활성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에 반짝 상승했지만 대형사들마저 유동성 위기에 휩싸이자 건설주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되는 분위기다.
|
◆두산·쌍용건설도 '살얼음'
전문가들은 특히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상위사로 확산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동성위기에 시달리는 극동·벽산·한라건설 등은 시공순위 20~30위권이다.
두산그룹은 2월5일 자금난을 겪고 있는 두산건설에 1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결정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신통찮았다. 두산건설은 지난 2월4일 이사회에서 오너 일가가 참여하는 4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두산중공업을 대상으로 한 5716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 증자가 오는 4월 말까지 마무리되면 두산건설은 총 1조216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증자 소식이 전해진 뒤 주식시장에서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등 두산그룹 관련주들은 일제히 약세로 마감했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쌍용건설은 주권거래가 정지됐다. 자본전액잠식이란 자산을 모두 팔아도 부채를 갚을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 쌍용건설이 사업보고서 제출시한인 4월1일까지 자본전액잠식 해소사실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코스닥 상장이 폐지된다.
쌍용건설의 운명은 2월 말쯤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2011년부터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으며, 2월28일 만기인 600억원의 어음, 채권을 결제하지 못하면 부도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부도 위기에 놓인 쌍용건설은 22일 캠코가 그동안 관리·운영해 온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청산함에 따라 정부와 예금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23개 출연기관에 반환된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의 최대주주는 캠코에서 예보로 변경되며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쌍용건설 회생방안, 매각 등 추후 관리를 진행한다. 일각에서는 캠코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쌍용건설을 채권단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박근혜 정부가 적극적인 부동산시장 활성화대책을 발표했음에도 건설주를 둘러싼 투자심리는 좀처럼 회복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 속에 수주한 해외 건설공사 수주의 원가율이 높은데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로 인한 대손충당금이 당분간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지난 2월7일에는 정부의 부동산 취득세 감면 6개월 연장 방안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주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부동산대책에 대한 학습효과와 주택 구매심리 악화로 부동산대책 효과가 빛을 발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인식이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건설주가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신증권 조윤호 연구원은 "상당수 건설사들이 올해 실적 개선이나 수주 증가 모멘텀이 없다"며 "일부 대형건설사를 제외하고 실적 및 수주가 시장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고 반등할 소재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건설업종은 공공공사 재정 조기집행 등의 영향으로 '연초 효과'가 있지만 올해는 예외였다"며 "올 연말부터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기 시작하고 GS건설 등 일부는 2014년 이후에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부동산대책이 건설주에 미치는 영향 또한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각 정부마다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희석되고 있는데다 가계부채 문제, 가격 하락세 등의 영향으로 주택 구매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변성진 연구원은 "매년 반복된 부동산대책 때문에 기대감이 반영되긴 어렵고 금융규제 완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임팩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표상으로 아직까지는 주택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설주 옥석가려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향후 건설업의 실적 방향성을 판단하기 위해 2012년 실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HMC투자증권은 지난해 대형건설사 실적의 특징적 흐름으로 ▲외형(매출)성장의 지속 ▲매출잔고 대비 수주잔고 비율 감소 ▲대형건설사 평균 매출이익률이 10.2%로 최근 10년 이래 최저 수준 기록 등 3가지를 꼽았다.
이광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예측해 볼 수 있는 건설업의 실적 방향성은 외향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며 이익 증감의 변수는 수익성에 달려있는 셈"이라며 "건설업 실적과 투자 방향성은 최저수준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는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 같은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회사로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을 들었다. 그는 "두 회사는 2012년 대형건설사 수익성 악화의 주범이었지만 비용 선반영 및 저수익공사 매출 감소로 원가율이 점진적으로 하향될 것"이라며 "수익성 개선이 화두인 건설업황 흐름에서 두 회사를 주목할 만하다"고 전망했다.
노기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건설사들의 주가는 수주잔고 성장률보다 수주잔고 수익성 추이에 더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며 "현재의 수주잔고 수익성 우려는 주어진 조건이니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지역다변화에 따른 수주잔고의 질적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의 이익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