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강남의 공인중개업소들이 요즘은 연일 파리만 날린다. 중개업자들은 본업을 포기한 채 보험상품을 팔거나 새벽에 대리운전을 뛰고 있다. 뿐만이랴. 예전 같으면 이사철이라고 한창 분주해야 할 포장이사·인테리어·가구업체들도 간판을 내리는 곳 천지다.

주택거래가 실종되면서 중개시장에서는 희한한 현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집을 사는 사람의 코가 오히려 더 높아져 갑(甲) 행세를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관련업계에선 혀를 찬다. 부동산 생태계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에 머니위크 272호에선 <주택거래 실종이 남긴 것들>이란 커버 기획 하에 무너진 부동산 생태계를 심층 취재했다. 기사를 접한 독자들의 반응에서 부동산 연관 종사자들을 향한 연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잘 나가던 날에 떵떵거릴 땐 언제고 아직도 베짱이 심보냐며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200개가 넘는 성토의 댓글에 달린 수천건의 추천수가 서민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지금까지 잘 벌었잖소. 이사업체나 인테리어, 부동산업자 돈 많이 쌓아뒀으면서. 이전에 부동산 잘 안 팔리니 복비 외 추가 200만원 달라고 하면서 중간마진 더 먹더라. (소우리님)

▶불경기 폐업이 어디 부동산 탓이랴. 예전 같은 업종 하나도 없습니다. 탓하기 전에 그동안 서민 돈 갈취하며 배불린 것부터 생각하세요. (수야님)
 
지금껏 부풀려진 부동산경기 덕에 배불려 온 죗값(?)을 치루는 것이라는 분위기의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더 당해도 싸다는 뜻일까. 각 업종들의 고쳐지지 않는 문제점을 꼬집는 댓글도 상당했다.
 
▶장사 잘 되는 중개업소도 있더라. 성실하고 정직하게 중개 해주니까 찾는 이가 많다. 불황에도 인기 있는 음식점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ksj2님)

▶이사업체들, 손 없는 날 배짱이던데? 왜 죽는 소리? (크로바님)

▶솔직히 인테리어 해준 거 보면 '이거 정말 돈값 하는 거 맞아?'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몸에 해로운 싸구려 본드나 사용하고 말이지. (gogogo님)
 
주택거래를 해보거나 직접 이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었을 생각들이다. 경기 탓만 하기 전에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이 우선이라는 의견에 적극 공감이다. 거래실종을 논하기 전에 거품부터 빼야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아직도 멀었다는 것이다.
 
▶거래실종이 원인이 아니라 부동산가격이 원인이다. 가격만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 거래는 활성화될 것이다. (김원진님)

▶하루 빨리 집값이 폭락해야 사람들이 집도 사고 이사도 가고 부동산도 살고 포장이사도 살고 가구점도 살게 된다. 부동산 거품덩어리를 이모 대통령이 5년 동안 떠받치고 있었으니 거래가 될 턱이 없다. (소금사막님)

▶부동산 거품을 빼는 것만이 살길이다. 모든 업체들이 살아나고 청춘들의 결혼이 늘어나며 인구도 증가할 것이다. 부동산 거품은 모든 경체주체의 숨통을 조이는 원흉이다. (우리디자인님)
 
애당초 부동산 중개업자나 포장이사, 인테리어 종사자들이 잘 나갈 때라고 칭찬 받고, 못 나갈 때라고 위로 받던 이들은 아니었다. 욕먹는 게 일상인 이들 부동산 관련업자들이 독자들의 댓글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