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터쇼에 전시된 출품차량은 주최 측에서도 모를 정도로 많다. 업계추산 약 300여대 정도라는 게 그나마 확인된 숫자다. 차량 1대당 5분씩만 잡아도 모든 차량을 둘러보려면 24시간을 넘어선다.
 
전시면적도 넓어졌다. 서울모터쇼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전시면적만 10만㎡를 넘어 예년에 비해 2배 규모로 커졌다. 이 면적은 축구장 크기의 15배다. 게다가 킨텍스의 1전시장과 2전시장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이동거리도 만만치 않다. 전시관을 몇번 왕복하다 보면 녹초가 되기 십상인 코스다.
 
따라서 사전에 어떤 콘셉트 위주로 볼 것인가를 정해두고 동선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힘들이지 않고 알차게 모터쇼를 즐기는 방법이다.

현대차 HND-9  ▷사진 / 류승희 기자
현대차 HND-9 ▷사진 / 류승희 기자

◆월드 프리미어 둘러보기
 
볼거리는 역시 완성차업체 위주로 짜여진다. 국내 9개 업체와 수입 20개 업체가 포진돼 있다. 국산차 업체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해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 등이 주축을 이룬다. 월드 프리미어(세계에서 처음 공개)는 모두 국산차 몫이다. 현대차 HND-9과 기아차 CUB(캅), 쌍용차 LIV-1(리브원) 등이 세계 최초로 서울모터쇼에서 공개됐다.
 
현대차 HND-9은 2전시장에 있다. 10번 홀 제일 구석에 있는 만큼 사실상 맨 끝자락이다. 무대 위에 은회색의 걸윙도어 차량이므로 찾기는 어렵지 않다.
 
HND-9는 럭셔리 스포츠 쿠페 차량으로 아직 양산이 결정되지 않은 콘셉트카다. 현대차 디자인의 상징인 헥사고날 그릴이 적용되긴 했지만 상용차의 모양보다 좀 더 위엄이 있다. 후륜구동 3.3리터 터보 GD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최고 370마력을 뽐낸다.
 
현대차 부스에서 눈길이 가는 또 다른 차는 명품브랜드 에르메스와 협업(콜라보레이션)한 에쿠스 에르메스다. 에르메스가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참여한 콘셉트카로 수려한 내부 장식이 일품이다. 에르메스 전용 원단을 적용한 붉은빛의 고급 천연가죽이 눈길을 끈다.
 
1전시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기아차는 도시형 4도어 쿠페 콘셉트카인 CUB(개발명 KND-7)가 발군이다. 밝은 노란색에 흰 스트라이프가 있는 차다. 뒷좌석 도어가 후면으로 열리는 방식인 데다 B필러가 없는 특이한 형태라 눈길을 끈다. 최고출력 204마력의 1.6 T-GDI 엔진,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적용했다.
 
같은 전시장의 쌍용차 부스에는 최초 공개되는 두대의 차량이 있다. 대형 사륜구동 SUV 콘셉트카 LIV-1과 체어맨W 리무진을 베이스로 한 체어맨W 서밋이 그것. LIV-1은 모터쇼 이전에 사진이 공개돼 눈에 익숙하다. XIV 시리즈와 SIV-1과 더불어 향후 쌍용차의 SUV 라인업을 이끌어갈 차량이다. 체어맨W 서밋은 쌍용차의 플래그십 모델인 체어맨W의 2열 공간에 안락함과 독립성을 더욱 강조했다. VVIP용 차량으로 제작했으며 1억1464만원이라는 가격이 공개된 상태다.

<1>기아차 CUB    <2>쌍용차 LIV-1     <3>렉서스 LF-LC     ▷사진 / 류승희 기자
<1>기아차 CUB <2>쌍용차 LIV-1 <3>렉서스 LF-LC ▷사진 / 류승희 기자

◆미래차 살펴보기
 
과거 공상과학만화에나 등장했던 상상속의 물건들이 어느덧 일상이 된 것처럼, 미래의 자동차 역시 앞으로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될 여지는 충분하다. 그림처럼 상상만이 아니라 실물이 있고 작동까지 된다면 미래는 예상보다 가깝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수년 뒤 상용화될 미래의 자동차를 서울모터쇼에서 찾아보자.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등장하는 미래형 자동차 i8은 BMW 부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눈에 봐도 매력적인 '섹시한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다. 전기 모터와 고성능 3기통 내연 엔진을 통해 354마력의 출력과 37km/l의 연비(유럽 기준)를 실현했다. i8을 만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하다. BMW그룹은 내년 상반기 한국시장에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토요타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콘셉트카인 FT-Bh는 이번 모터쇼를 통해 국내에서 첫선을 보였다. 하얀색 운동화를 연상케 하는 앙증맞은 이미지지만 전면부는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갖췄다. 연비 48km/l(유럽 기준)을 실현한 차다.
 
렉서스 브랜드에는 강렬한 레드와인 색의 스포츠 쿠페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LF-LC가 눈길을 끈다. 한국인 디자이너 벤 장과 에드워드 리가 작업해 화제가 된 모델이다.
 
인피니티 부스에는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이 눈부시게 빛나는 인피니티 LE 콘셉트카를 만나볼 수 있다. 내년 글로벌 양산을 목표로 개발된 인피니티 첫 전기차다. 아시아시장에서 처음으로 이번 모터쇼를 통해 공개됐다. 한번 충전으로 16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1>인피니티 LE   <2>스타렉스 캠핑카   ▷사진 / 류승희 기자
<1>인피니티 LE <2>스타렉스 캠핑카 ▷사진 / 류승희 기자

◆이런 차도 있네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차도 있다. 현대차 부스에는 달걀 모양의 전기차 E4U가 있다. 마우스볼 형태의 동력원에 운전자의 발바닥 움직임에 따라 방향이 전환된다. 지난해 현대차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제작돼 최우수상을 수상한 차다.
 
최근 화제가 된 스타렉스 캠핑카도 만나볼 수 있다. 기존 스타렉스에 유압식 실린더를 적용해 루프를 텐트로 꾸밀수 있도록 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루프 텐트가 펴지고 접힌다. 루프 쪽 2인, 뒷좌석에 2인이 잘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공개된 이미지에 비해 좁게 느껴지지만 텐트를 활용할 경우 부족한 공간이 상쇄된다.
 
국산 수제 스포츠카 제작사인 어울림모터스에는 검정색의 긴 스포츠카가 있다. 지난 1월에 출시된 뱅가리다. 전장이 무려 5600mm에 이를 정도로 길다. 스포츠카지만 사실상 리무진에 가깝다. 리무진형 스포츠카를 볼 수 있는 기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