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요즘엔 시승기를 썼다하면 포털 메인에 올라간다. 특별히 새로울 것 없는 시승기인데도 포털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배경에는 자동차의 온라인 이슈능력과 무관치 않다.

그런데 브랜드에 따라 반응은 차이가 있다. 유독 현대·기아차 시승기에는 무지막지한 댓글이 달린다. 내용도 직설적이다. 쓰레기 같다는 둥 너나 사라는 둥 비아냥 일변도다. 기자 뒤에 붙는 수식어도 '놈, 새끼'면 준수하다. 요즘엔 '개자'로 불린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어떤 의미인지 짐작이 간다. 온라인상에서 기자는 뒷돈만 밝히는 속물이다.

지지난호 K9 시승기에 이어 지난호 신형 카렌스 시승기가 또 다시 누리꾼의 '쓰레기 기사'로 당첨됐다. 수백개에 이르는 댓글이 기자를 비난했다. 기자가 표현한 '무난한 가격'이 비난의 주된 이유였다.

▶옵션 넣으면 3000만원이 훌쩍 넘어가네. 무난한 가격? 참나 원 기가 막힌다. (돌무지님)

▶참, 돈 많이 뿌린 모양이다. 매일 기사가 올라오네. 기자야. 뭐 '가격은 무난' 너는 저 가격이 무난한 가격이냐? (아름다운이님)

기자는 기사에서 '가격상승폭은 기본사양을 대거 적용한 것에 비하면 무난하다'고 표현했다. 아울러 '기존에 없던 최고급 사양인 노블레스를 제외하면 전 모델에 비해 5만~102만원 싸졌다는 게 기아차 측의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1.7 디젤 모델은 2085만~2715만원이다. 쏘나타 같은 2000cc급 중형차보다 가격이 약간 저렴하다. 같은 엔진을 쓰는 i40 1.7 디젤보다도 500만원가량 싸다. 게다가 기본사양에 첨단기술이 적용된 옵션을 다수 포함시켰다. 이쯤되면 카렌스를 '싸게 나온 차'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무난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누리꾼의 반응이 날카로운 이유는 아마도 신형 카렌스의 기사가 매일같이 포털에 노출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완성차업계는 신차를 출시하면 흔히 시승행사를 갖는다. 많이 노출될수록 많이 팔리게 마련이다. 때문에 가능한 많은 언론사를 행사에 초대한다. 한 행사에 100명이 넘는 기자가 오기도 한다. 이를 단순계산하면 100개 이상의 시승기가 쏟아져 나온다는 의미다. 주간지의 온라인기사 노출은 일간지나 인터넷 매체에 비해 늦다. 이런 이유로 비난을 모두 감수해야한다는 것은 왠지 정당치 못하다.

마지막으로 댓글에 만성적으로 무뎌진 기자에게 오랜만에 '충격'을 준 댓글이 있어 소개한다. 이 정도 댓글이면 비난을 기꺼이 감수하겠다. 참고로 기자는 기사 마지막을 '승용과 RV의 경계에 선 올 뉴 카렌스가 30대 부부의 실속형 애마로 거듭날 지 지켜볼 일이다'라고 마무리했다.

▶기사와 광고의 경계에 선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가 몽구 부부의 실속형 애마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플렉시온님)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