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의약품 공급과 소비자 불만에 대한 미흡한 대응이 잇달아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제약업계에 대한 불신이 날로 커지고 있다. 게다가 보건당국의 조사결과 해당 제약사들은 문제의 원인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제품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알면서도 사태 키운 제약사들

한국얀센은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에 대한 자발적인 회수가 식약처 실사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한국얀센은 제조 표준서에 없는 수작업으로 약을 만들어 왔다. 손으로 약을 만들다보니 원료약품이 과도하게 들어간 것. 심지어는 수작업을 하고도 기계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약을 계속 판매해 사태를 키웠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얀센이 이 제품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한 것은 3월18일"이라며 "일주일 후인 25일에는 성분의 기준치 초과로 인한 안전성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4월1일에야 출하 중지가 이뤄졌고 보건당국에 자진회수를 보고한 것도 4월22일"이라고 밝혔다.

한중제약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 회사는 환자가 천담환, 용담환 등을 포 단위로 구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제품박스에만 유통기한을 표기해왔다. 이로 인해 제품을 판매하는 약사들은 소비자들의 항의를 지속적으로 받아왔고 결국 지난 5월 말 보건당국의 조사를 받은 후에야 전제품 회수가 결정됐다.

동국제약의 소비자 불만 대처 미흡 문제도 '시치미를 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국제약의 판시딜캡슐 내용물이 타사 비타민 제품으로 바뀌어 판매된 시기는 지난 3월21일이다. 당시 해당 약국의 약사는 이를 즉각 영업사원에게 알렸고 회사 측도 내부적으로 진상파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 측의 처리가 늦어지자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이 사실을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식약처 조사 결과 동국제약은 소비자 불만 건을 규정에 따라 처리하지 않은 점이 확인돼 지난 5월24일 처벌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비자 불만 처리에 대한 늑장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당국, 강화된 정책 도입 추진

제약사들의 뒤늦은 대응이 속속 드러나자 보건당국은 유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강화된 정책을 도입할 방침이다. 제약사들이 품질관리에 더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소비자 불만에 대처해 업계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식약처는 지난 5월29일 국제의약품전이 열린 일산킨텍스에서 제약 공장장 초청 간담회를 열고 제약업계의 부정적인 실태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유무영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한국얀센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최근 점검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내부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 제약업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쌓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 국장은 "다만 이 과정에서 현실적합성, 현실과 제도의 간극이 문제될 여지가 있어 이 부분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간담회에서는 제약업계의 해외진출을 위해 식약처가 도입해야 할 정책 등도 거론됐다. 또 해외진출을 위한 플랫폼을 늦지 않게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 전편 보기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