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대한항공이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 최고조에 달했던 엔저 영향에 저비용항공사들의 적극적인 고객 유치 공세가 더해져 고전의 연속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5월 국제선 여객 수는 10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줄었다. 4.6% 감소한 지난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4~5월에 두드러졌던 엔화 약세와 중국 조류 독감 영향이 컸던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항공의 일본노선 여객 수는 4월과 5월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와 8.9% 감소했다. 엔저로 인해 국내를 찾는 일본인 승객 수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노선은 조류 독감으로 인해 한국 승객의 중국 방문객 수가 감소하면서 4월 7.4%, 5월에는 3.4%로 떨어졌다.

이에 더해 대한항공은 저비용항공사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고객을 상당수 넘겨줘 국내선 시장점유율 감소라는 상황에 처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특가항공권을 포함한 다양한 할인프로모션을 자주 진행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운임이 비싼 대한항공을 등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1분기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31.0%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35.3%보다 4.3% 줄었다.

반면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대부분 전년보다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제주항공은 13.9%로 전년보다 2.3% 올랐다.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7.1%와 11.1%로 각각 0.5%, 1.0% 증가했다. 티웨이항공은 7.5%로 전년보다 0.9% 상승했다.

1분기 저비용항공사 국내선 전체 여객은 222만명으로 211만명이었던 전년보다 약 5% 증가했다. 시장점유율은 47.3%로 지난해 1분기보다 4.3% 증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선의 경우 대한항공은 가격유지정책을 고수했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은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고객 확보에 나섰다"며 "이 결과 대한항공은 가격경쟁력에서 뒤져 저비용항공사들에게 고객을 뺏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국내·국제선 여객 수 감소로 실적이 부진함에 따라 2분기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시장전망치 388억원을 하회한 87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실적 부진이 부채비율을 1000% 이상으로 키웠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오는 8월 지주사인 한진칼이 출범했을 경우 대한항공의 1분기 말 부채비율은 1124.54%에 달한다. 한진칼 출범을 고려하지 않은 1분기 말 부채비율은 915%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797%였다.

대한항공이 신규항공기 도입을 위해 회사채를 대거 발행한 점이 부채비율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6월 777-300ER 1대를 구매해 현재 총 14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됐다. 올해 총 9대의 항공기를 도입하고 오는 2019년까지 200여대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