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아파트' 세운다고?
<연재 르포> 행복주택 현장을 가다 ②목동지구
노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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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사업인 행복주택 프로젝트의 막이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서울 오류·가좌·공릉·목동·잠실·송파동, 경기 안산시 고잔동 등 7개 지구 48만9000㎡ 면적에 행복주택 1만50호를 공급하기로 하고 이르면 연내 사업승인을 완료,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철도 유휴부지와 유수지를 활용해 친환경 복합주거타운을 조성, 서민의 주거안정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반대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행복주택사업이 성공적으로 첫 삽을 뜰 수 있을까. 과연 이 사업이 지역민들의 '행복'을 발현할 수 있을까. <머니위크>가 각 후보지를 차례로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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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목동지구 건립 예정부지 전경(사진=목동지구비대위) |
지난 16일,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찾은 서울 양천구 목1동에 위치한 안양천은 전날 내린 장맛비로 수위가 상당히 올라와 있었다. 맞은편 목동유수지에서는 안양천의 수위가 높아진 탓에 하수관으로 배수가 진행 중이었다. 근처로 다가서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날 방문한 목동유수지는 행복주택 후보지로 선정된 목동지구 부지다. 유수지란 가뭄이나 홍수 때 물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 마련한 저수지를 뜻한다. 양천구는 안양천보다 지대가 낮은 상습 침수지역으로, 목동유수지는 수해 예방차원에서 마련된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유수지다. 비가 오면 목동과 신월동, 신정동 등 양천구 전역의 빗물이 이곳 목동유수지로 모인다.
이러한 중요시설물 위로 고층아파트가 들어선다고? 기자처럼 현장을 눈으로 본 사람들은 절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행복주택이 들어설 예정인 목동유수지 일대가 과연 후보지로서 적합한 곳일까. 주민비상대책위원회와 양천구, 국토교통부 등의 각 입장과 주장을 심층 취재했다.
◆유수지, 과연 건축지로 적합한가
목동지구는 전체 7개 후보지 가운데 건립 반대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후보지 중 평균 집값이 가장 높은 지역인데다 학군 프리미엄으로 유명해 임대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후폭풍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목동지구 비대위 측에선 기존 언론에서 제기했던 집값 하락이나 자녀 교육환경에 대한 걱정 등은 행복주택 건립 반대를 외치는 주요 근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공공임대 주택이 아닌 최고급 주상복합주택이 들어서도 결사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것.
신정호 비대위원장은 "주거 취약계층과 함께 살기 싫어서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게 아니란 것을 명백히 해두고 싶다"면서 "그 누가 안정성을 담보로 그런 주장을 내세울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위 측에서 행복주택 반대의 이유로 내세운 건 첫째도 안전성, 둘째도 안전성에 관한 문제였다. 비대위에 따르면 목동유수지는 홍수에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법으로 건축을 철저히 제한해온 곳이다. 몇년 전 집중호우로 이 일대가 막대한 수해피해를 입은 뒤로 정부는 목동유수지에 1300억원이라는 예산을 투입, 신월동부터 시작하는 대심도터널공사와 제3호 빗물펌프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대규모 공사를 착공했다.
목동유수지 자리에 반영구적인 건축물이 들어설 경우 추후 유수지 기능의 확장성에도 상당한 걸림돌이 되는 동시에 건축물을 지탱하기 위한 수백개의 철골구조물로 인해 유수지 저수용량이나 저수방법에도 불가피하게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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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후보지 선정 평가 항목. 국토부에 따르면 75점 이상이면 현장실사 없이 후보지로 선정된다. 목동지구의 경우 76.7점으로 현장실사 없이 후보지로 선정됐다.(사진=노재웅 기자) |
◆한 가구당 토지비만 1억 이상?
건축비용과 인구밀도에 관한 지적도 이어졌다. 신 위원장은 "초기 행복주택 개발 콘셉트는 철로부지 위에 평당 4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저렴한 임대아파트를 세운다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지난 5월20일 발표 당일, 유수지가 포함됐다. 이는 철로 위에 인공데크를 씌워 만드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상판을 다 드러내고 기둥도 새로 박아야 하며 주변시설 이전비까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천구 자체 분석 결과 목동유수지에 행복주택을 건립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4500억원 정도. 한집당 토지비만 1억원 이상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현재 목동유수지에는 1350면의 공영주차시설과 18면의 테니스장, 빗물펌프장, 제설창고, 재활용선별장, 음식물쓰레기집하장, 쓰레기차고지 등의 양천구 관내 중요시설이 위치해 있다.
대체부지 선정과 이전비를 감안하면 사업비는 더 늘어날 것이고, 이는 행복주택의 저렴한 임대료 책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게 양천구와 비대위 측 주장이다.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행정구역상 목1동이다. 목1동 전체 인구수는 약 3만3000명으로 아파트 8800가구, 일반주택 200가구 등 9000여가구로 구성돼 있다. 현재 목1동 주민의 90% 이상이 반대의사를 표명했으며, 양천구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7만여명의 반대서명이 이뤄진 상태다.
◆"목동서 취약계층 행복 찾아볼 것"
반면 국토교통부와 LH 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비대위 등 건립 반대 측에서 내세우는 안전·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점은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목동유수지를 실무담당자들과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주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점은 충분히 해결 가능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추후 객관적인 근거 자료가 정리되는 대로 공식적인 설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서 행복주택 건축을 위해 기존 펌프장을 강화시키는 목동유수지 내 신월 배수시설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설안전과 관련한 소방방재청의 허가도 마친 상태다.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교육여건과 주변 교통문제 등 주민들의 우려를 씻어내기 위한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금자리법에 의해서 후보지는 사전 공개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갑작스런 후보지 선정에 주민들이 받았을 충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확정지로 정해진 건 아닌 만큼 앞으로 충분한 대화와 설명회 등을 통해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어 "기존 공공임대아파트의 경우 대부분 서울 외곽지로 밀려나 교육·편의·이용시설이 부족한 곳에 지어져 주거 취약계층인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낮았던 것이 현실"이라면서 "원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기반이 잘 닦여진 도심의 요충지에 취약계층을 위한 최선책을 마련하고 싶은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민투표에 관해선 국토부와 LH 모두 관할영역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추후 행복주택 확정지를 결정짓는 일정 및 발표 예정일은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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