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가 생활의 중요한 활력소가 되면서 주말 캠핑을 위한 세컨드카로 SUV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현대차 '싼타페'
레저가 생활의 중요한 활력소가 되면서 주말 캠핑을 위한 세컨드카로 SUV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현대차 '싼타페'
차 한대로 오너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불행히도 아직까지 무한 변신이 가능한 만능카는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맞벌이 가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차량을 필요로 하는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세컨드카'가 필요한 이유들이다.

주중 연비드라이빙과 주말 펀드라이빙을 동시에 챙기고픈 여유 있는 30~40대 젊은 남성 고객부터 가족들의 주말 캠핑을 책임지고 싶은 50대 가장, 차량을 이용한 아이의 등하교 및 본인의 출퇴근을 원하는 주부 고객까지 세컨드카를 필요로 하는 수요층 역시 다양해졌다.


세컨드카는 이제 새로움을 지나 자동차 구입의 한 트렌드로 정착되는 추세다.
 
◆주말 캠핑용으론 중고 SUV가 제격

직장인 양재혁씨(38·가명)는 최근 '싼타페CM 2WD MLX 럭셔리' 2010년식 모델을 1950만원에 구입했다. 양씨는 이미 준중형 세단을 소유 중이지만 올해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들과의 주말 캠핑을 위해 세컨드카로 SUV를 선택했다. 차를 아예 바꾸기에는 주중 연비가 걱정되고, 신차로 구매하자니 부담이 너무 커 중고 SUV를 할부로 구매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양씨는 "물론 요즘 같은 고유가시대에 차 한대만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운 게 사실이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차로는 도저히 캠핑이 어려워 중고 SUV 구입을 결심했다"며 "보통은 크고 좋은 차를 퍼스트카로, 작은 차를 세컨드카로 여기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때 요긴하게 탈 수 있는 차가 진정한 세컨드카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양씨처럼 중고 SUV나 승합차 형태의 캠핑카를 세컨드카로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평소 출퇴근할 때는 세단을 이용하다가 주말이나 휴가 때는 SUV 등을 이용해 가족과 나들이를 떠나기 위함이다.


실제로 캠핑 바람이 매섭게 불었던 올 여름에 가장 많이 판매된 상위 10개 중고차 차종 가운데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SUV였다.

그렇다고 여름휴가철의 반짝 인기는 아니다. 중고차 전문기업 SK엔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산 중고차 판매량에서 SUV의 비중은 약 19%로 중형차를 따라 잡았다. 중고차 딜러 관계자들은 이들 중 상당수가 캠핑용 세컨드카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최현석 SK엔카 마케팅부문장은 "중형세단을 소유한 소비자가 캠핑이나 레저를 즐기기 위해 SUV를 세컨드카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야외활동에 가장 적합할 뿐 아니라 디젤차량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유류비 부담이 적다. 아울러 중고차를 세컨드카로 선택할 경우 초기 구매비용이나 취등록세 등을 절약할 수 있어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캠핑용 세컨드카 바람과 함께 최근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은 현대차 싼타페 CM이다. 싼타페 CM은 5월에 3491대, 6월에 4017대가 각각 등록돼 한달 사이 526대의 매물이 유입되는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이밖에도 쌍용차 액티언, 기아차 스포티지 R, 쏘렌토 R, 현대차 투싼 ix 등이 인기몰이 중이다.




현대차 '베라크루즈'
현대차 '베라크루즈'

 
◆세컨드카로 수입차를 탄다고?

세컨드카 바람은 수입차 시장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지금은 국내 점유율이 12%에 달할 정도로 수입차시장이 확대됐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입차를 구입한다는 건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퍼스트카로도 부담스러울 것 같은 수입차를 세컨드카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현재 퍼스트카마저 없는 이에게는 허황된 소리로 들릴 수도 있으나 최근 수입차시장에 불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임에는 분명하다.

모 수입차브랜드 딜러업체 관계자는 "BMW나 벤츠 등 고급 수입차브랜드의 중형·대형 세단 유저의 경우 최근 세컨드카로 폭스바겐 폴로와 같은 수입소형차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차를 좋아하는 높은 연령대 혹은 사모님 차량으로 많이 팔린다. 또한 저렴한 가격대에 안전하고 단단한 차를 구입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인기"라고 전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세컨드카의 개념은 재미를 위한 펀카와 필요가치에 따른 실용카로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폴로의 경우 실용적인 측면에서 세컨드카로 인기를 끌고 있고, 시로코R의 경우는 잘 빠진 디자인과 펀드라이빙 능력으로 각광 받는 모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선 이미 이런 식의 세컨드카 수요가 정형화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는 아직 수입 소형차시장이 작은 규모이지만 세컨드카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면서 점차 활성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대적인 프로모션으로 세컨드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폭스바겐 '폴로 1.6 TDI R-Line'
대대적인 프로모션으로 세컨드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폭스바겐 '폴로 1.6 TDI R-Line'


◆5명 중 1명꼴로 세컨드카 구입

폭스바겐이 수입차 중 세컨드카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 국내 완성차업계에선 기아차가 단연 세컨드카시장의 1인자로 꼽힌다.

기아차 관계자는 "모닝을 필두로 레이, 프라이드 등이 세컨드카로 선호도가 높다"며 "아무래도 실용성을 따지는 주부고객이 많다. 자녀의 등하교용과 마트 쇼핑 혹은 본인 출퇴근용으로 다양하게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주부고객층이 세컨드카로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역시 연비와 가격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산 경차는 주부들에게 최고의 세컨드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지엠이 올 상반기 내놓은 쉐보레 스파크S도 세컨드카족의 최대 관심차량 중 하나다. 스파크 출시 4년을 맞아 엔진과 변속기, 외장 컬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대폭 개선한 모델로 벌써부터 전체 스파크 점유율의 40%를 넘어섰다.

가격을 살펴보면 모닝은 900만~1300만원대, 스파크S는 1200만~1300만원대, 레이는 1200만~1600만원대다. 같은 경차지만 레이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판매대리점 관계자는 "디자인을 선호하는 이들은 레이, 가격을 중요시하는 이들은 모닝이나 스파크S를 선택하는 편"이라며 "세컨드카 개념으로 구입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연비나 가격 등 경제성을 많이 따진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자체 고객조사에 따르면 전체 차량구매비율의 25%가량이 추가구매차량이다.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지난 2005년부터 추가구매비율이 신규구매비율을 앞질렀다.

업계 관계자는 "옛날에는 사정상 차가 필요해 세컨드카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목적에 맞게 차를 구매하는 경우가 늘면서 3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한 가구도 적지 않다"며 "점차 신규 구매고객보단 추가 구매고객을 타깃으로 한 전략차종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