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윤석금 웅진 회장, 탈출구 있을까
배임혐의 등 불구속 기소에 여론 곱지않아… 계열사 매각도 '글쎄'

'샐러리맨의 신화'로 대표되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68)이 '한여름 속 한파'를 맞았다. 윤 회장은 지난 8월7일 웅진홀딩스 명의로 기업어음(CP) 1198억원어치를 부당 발행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6월 웅진홀딩스 등 계열사 사무실 10곳이 압수수색 당한 이후 특별팀이 꾸려진 검찰의 소환조사에도 응해야 했다.

백과사전 외판원으로 시작해 매출 6조원의 대기업을 키워낸 윤 회장으로선 지난해에 이어 '굴욕의 2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재계서열 40위권을 호령하던 웅진그룹도 해체 수순에 놓였다.
 
'불구속 기소'를 보는 불편한 시선

검찰이 판단하는 윤 회장의 기소 사유는 지난해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1198억원 상당의 웅진홀딩스 명의의 CP를 발행했다는 혐의다. 여기에 같은해 9월 웅진코웨이의 매각 포기사실을 숨긴 채 또다시 198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한 것도 적지않은 혐의점이 됐다.

이외에 윤 회장은 사실상 자신의 개인소유인 웅진캐피탈에 계열사들로 하여금 무담보 대출 등 1000억원대의 부당지원을 지시하고, 웅진캐피탈을 웅진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인 서울상호저축은행 증자에 참여토록 한 것과 관련해서도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자금동원방식이 일종의 '배임'이었다는 검찰의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혐의로 윤 회장은 오는 8월29일 첫 재판에 임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윤 회장의 불구속 기소를 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검찰의 기소방식과 관련해 윤 회장이 "덕을 많이 봤다"는 평가가 뒤따른 탓이다.

검찰은 ▲CP 발행이 윤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해 결정한 것이 아니고 ▲2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기업 정상화를 도모했으며 ▲웅진홀딩스 등에 대한 기업회생,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의 매각이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해 윤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재계는 전체 '범죄 추정금액'만 2700억원이 되는 혐의자(?)인 윤 회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 한번 청구하지 않은 점을 내심 불편해한다.

실제 지난해 11월 LIG그룹의 오너 일가 세부자는 윤 회장과 같은 혐의였지만 그룹 총수인 구본상 LIG대표가 구속 기소됐다.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의 신용등급을 조작한 뒤 CP를 발행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계열사 불법지원 혐의로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현재는 일시중지) 한화 김승연 회장과 비교해서도 윤 회장은 의도하지 않게 비난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린다. 2011년 1월 계열사를 동원해 부실 계열사를 지원했다는 혐의 등으로 검찰은 법원에 김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기각해 불구속 기소되기는 했어도 검찰은 김 회장의 행보를 중대한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벼랑끝' 윤석금 웅진 회장, 탈출구 있을까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대박' 쳐야

윤 회장은 기소 전인 지난 4월께 자신의 한남동 자택을 이명희 신세계 회장에게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시가만 100억원 정도 되는 부동산을 팔아 그룹의 자금난 해결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각에선 "단지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의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사재출연이었다"며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회장의 도덕성이 적지않게 훼손됐다는 점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재출연에 대한 해석이 어떻든, 현재 윤 회장이 일궈낸 웅진그룹은 사실상 그룹 해체수순에 놓여 있다. 극동건설 부실 여파로 웅진씽크빅과 북센을 제외한 대부분의 우량계열사는 매각됐거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때문에 재계에선 법의 심판을 코앞에 둔 윤 회장이 '벼랑끝' 상황에서 탈출할 묘수가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지난해 2월 '캐시 카우' 역할을 하던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에 집중했으나 같은해 9월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떨어져나갔다.

따라서 현재로선 주력계열사인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의 매각작업이 원활히 진행되는 것이 웅진과 윤 회장에겐 '부활'의 징후가 된다.

본 입찰을 코앞에 두고 있는 웅진케미칼을 놓고 당초 법원은 적정 가치를 2000억원 정도로 평가했지만 시장에선 3000억~3500억원으로 보고 있어 윤 회장으로선 매각결과에 따라 '희망가'를 부를 수 있다.

존폐 위기에 몰린 웅진그룹의 회생을 이끄는데 있어 웅진식품의 매각작업도 중요하다. 웅진식품의 경우 당초 매각액이 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지만 현재는 이보다 2배 높은 1000억원 정도로 가치가 치솟았다.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의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지난해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는 연내 '법정관리 졸업'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구상에 존속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이하 씽크빅)의 성장세마저 가세한다면 윤 회장과 웅진그룹의 재기는 생각 외로 쉽게 현실이 될 수 있다. 매출규모로 볼 때 씽크빅은 북센의 6배에 달한다. 윤 회장이 그룹의 모태이자 지난해 채권단과의 협상과정에서 사재출연을 하며 지켜낸 회사도 씽크빅이다. 현재 윤 회장의 장남인 형덕씨가 씽크빅의 경영전략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만큼 씽크빅은 향후 윤 회장의 재기에 있어 발판이 되는 회사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의 성공적인 매각. 그리고 씽크빅의 안정적인 성장세와 자금 유동성 확보를 통한 경영정상화. 웅진홀딩스 등기이사지만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 윤 회장이 그리는 그룹총수로서의 '복귀 시나리오'다.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vs 윤석금, 지금 평가는?
 
CEO 중 '샐러리맨 신화'를 이룬 두 사람은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윤석금 회장이다. 사원으로 시작해 중견기업 총수가 된 두 회장은 공교롭게도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엇비슷하다. 자금난으로 본인이 일군 그룹을 채권단에 넘겨 해체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평가는 엇갈린다. 위기상황에서 강 회장이 주식을 포함한 모든 기득권을 내놓으며 '백의종군'을 택한 반면, 윤 회장은 채권단과 워크아웃 논의를 일방적으로 뒤엎고 단독으로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을 법정관리 신청했다.

경영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윤 회장의 모습에 채권단과 주주들은 반발했고 결국 그는 국민들과 채권단 앞에 고개를 숙였다.

반면 CEO 자리에서 내려와 '빈손'으로 STX를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강 회장이지만 채권단은 주력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을 계속 그에게 맡기려고 할 만큼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