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축소, 올해 넘기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추석연휴를 즐기던 지난 9월18일(현지시각), 세계시장의 눈과 귀는 미국에 집중됐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Quantitative Easing Tapering, 이하 테이퍼링) 발표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표는 없었다. 테이퍼링이 없는 것이 오히려 서프라이즈라고 불릴 정도로 시장의 예상과는 달랐다.

당초 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테이퍼링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가 나쁘지 않은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후임 의장 인사가 10월에 결정될 예정이어서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벤 버냉키 FRB 의장의 임기는 내년 1월 만료).

여기에 연말 쇼핑시즌을 알리는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가 멀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심리 위축을 막기 위해서라도 테이퍼링을 일찍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테이퍼링은 쉽지 않게 됐다. 빠르면 올해말, 아니면 내년에나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 연준은 왜 양적완화 축소를 하지 않았나

시장에서는 이번에 연준이 테이퍼링을 결정하지 않은 이유로 미국의 경기회복과 고용시장의 회복 강도가 약하다는 점을 첫손에 꼽았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금리가 상승하며 미국의 경기회복세에 대한 우려가 커진 면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낮은 금리를 유지하며 미국이 경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에 연준은 2013~201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대비 낮췄는데, 경기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테이퍼링 결정을 내리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며 "조만간 정부부채 한도와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정치권에서의 잡음이 예상되는 만큼 통화정책 안전판을 좀 더 길게 가져가면서 재정 쪽에서의 잠재적 불안에 대비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중혁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월간 신규고용 부진을 비롯해 3분기 들어 보다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는 주택지표 등 경제 펀더멘털 전반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이 줄어들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실업률 자체는 연준의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버냉키 의장은 기자회견 중 실업률이 고용지표의 절대적 판단근거가 될 수 없음을 밝히면서 그 예로 지난 8월 실업률 하락이 일자리 증가가 아닌 시장참여율 하락에 의한 것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나 이코노미스트는 "노동부에서 발표하는 비농업부문의 신규고용 일자리가 최근 2개월 간 평균 13만7000명에 불과해 이들이 테이퍼링 실시 조건으로 언급하곤 했던 월간 20만명 이상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며 "월간 일자리와 GDP(국내총생산)가 갖는 상관성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3분기 성장률이 지난 2분기(2.5%, 2차 발표치)를 상회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양적완화 축소는 언제쯤?

시장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연내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연내 축소여지를 남겨둔 것도 그렇고, 연준이 밝히고 있는 입장(지표호전 시) 자체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김유미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 의장의 발표는) 9월 FOMC회의 결과가 시장의 예상 밖임에도 불구하고 QE 축소와 관련한 일정의 큰 틀은 변하지 않았으며 언제든지 유동성 조절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QE 축소시기를 조율하는 과정인 만큼 우리는 기존 입장대로 연내 양적완화의 축소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허진욱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 또한 "여전히 연내 QE3 축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오는 12월 FOMC에서 QE3 규모가 현행 850억달러에서 700억~750억달러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허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FOMC 참여자들이 이미 동의한 '연내 QE3 축소-내년 중반 QE3 종료' 계획이 여전히 유효함을 버냉키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재확인했고, 경제성장률 전망이 하향조정됨에 따라 9월 SEP(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에서 수정된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제전망이 이미 충족됐거나 연내 충족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물론 10월 FOMC에서도 테이퍼링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9월 유지 결정의 가장 큰 이유였던 경기회복, 특히 고용시장 회복의 지속가능성을 확신하기에는 시일이 다소 촉박하다는 점에서 12월이 보다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허 이코노미스트는 "연내 남은 두차례의 FOMC를 앞두고 경제지표 중 고용지표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지역 연방준비은행(FRB) 총재들이 QE 축소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표명하는 등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입장이 변화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어 보인다.

최근 뉴욕 FRB 총재는 미국 경제가 경기조절적 정책을 더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QE 축소 전에 노동시장이 계속 개선되고 있다는 확신을 줄 경제뉴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애틀란타 FRB 총재는 미국 시장의 고용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경제 성장이 더 빨라질 수 있도록 통화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며, 댈러스 FRB 총재는 Fed가 9월에 QE 축소에 나서지 않음에 따라 Fed의 신뢰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