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보이는 '거인의 DNA'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소비재 상품은 ‘메이드 인 차이나’를 붙이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한국을 찾는 관광객 중에 중국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이 관광객 수로는 1위인 일본보다도 높았다. 어느새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변해있었다. 눈을 씻고 중국을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오류다. 원래 중국은 존재만으로도 괄목(刮目)할 상대가 아니었다.

중국은 이제 명실공히 세계 경제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표격인 미국을 비롯한 유럽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허덕이는 동안 중국은 뚜벅뚜벅 전진해나가고 있다. <트렌드 차이나>는 앞으로 내달리는 중국을 따라잡고자 하는 이들에게 값진 교훈을 던진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시장으로 분류되는 대한민국만큼이나 까다로운 시장이며, 중국 소비자를 공략하려면 그만큼 대담하고 치밀해야 한다는 것을.

중국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그물을 잘 짜야 한다. 저자는 그물의 씨실로 소득 수준을, 날실로 브랜드 민감성, 브랜드 충성도, 과시욕, 충동성, 인생만족도, 체면중요도의 여섯 가지 소비가치를 제시했다. 이 도구를 통해 중국시장을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그 결과 여섯 가지 유형의 소비자에 대해 소개한다. 여섯 가지의 소비자 유형은 서구와 동양,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개인과 나,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다양한 소비패턴을 만들고 있다.

이 책은 여섯 가지 소비자 유형의 움직임 패턴을 중국인의 7대 소비DNA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여섯 가지로 나누어진 부분들이 공통적으로 걸쳐있는 경계선을 보여준다. 현재를 기준으로 그려진 ‘중국 소비자 심리지도’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본질과 현상’, ‘체면과 실속’, ‘집단과 개인’, ‘가족’, ‘글로벌과 로컬’, ‘럭셔리’ 등의 표제어를 중심으로 중국 소비자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원천성과 고유성에 집착하는 중국인들의 소비특성이다. 아마 가짜 달걀, 가짜 분유, 가짜 술, 가짜 아이폰 등 우리가 접한 중국발 외신의 일면을 장식했던 가짜 상품과 연관이 있는 것이리라. 본질에 대한 집착은 마땅히 진짜에 프리미엄을 주게 되어있다. 이는 거꾸로 현상에 대한 의심과 불신의 소비풍조를 만들게 된 것과도 상관이 있을 것이다. 정통의 방식, 천연재료에 대한 소비자의 집착은 시장의 현재 모습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최근 한국의 상황과도 다르지 않다.

더불어 집단 속의 개인주의에 대한 특성이 있다. 유교문화권인 중국, 한국, 일본 세 나라에서 유난히 사회 문화적 충돌이 잦은 부분이 집단과 개인의 갈등이다. 이유는 책에서도 언급됐지만 ‘관계 맺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관시’라고 하는 인간관계 맺기는 유별나 관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안 되는 일도 되고, 되는 일도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비즈니스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관시가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상의 기준이 ‘우리’가 아니라 ‘나’로 변하면서 생겨난 변화다. 남과 같은 테두리에 있음을 관시로 강조하면서도 나만의 무엇인가를 가지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중국 시장 및 소비자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먼저 갖추고 들여다본다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중국의 트렌드를 모르고서는 세계의 경제 흐름을 이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김난도 외 지음 | 오우아 펴냄 | 1만6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