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 증권가에 새로운 먹거리 될까
수혜 아이템 '차원' 다르지만…
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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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래부 |
글로벌시장에서 최근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3D프린터'다.
3D프린터는 모니터에 나타난 글자나 그림을 종이에 찍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3D도면을 바탕으로 3차원적인 물체를 만들어낸다. 그릇처럼 작은 것부터 시작해 자전거와 같이 큰 물건도 설계도면만 내려 받아 '인쇄'하면 된다.
상용화에는 아직도 적잖은 걸림돌이 있고, 현재까지는 틈새시장에 불과한 상태지만 글로벌시장과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3D프린터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D프린팅이 거의 모든 것의 생산방식을 바꿀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라고 평가하며 7000만달러를 투자해 국립AM혁신연구소(National Additive Manufacturing Innovation Institute)를 설립했고, 중국 역시 3D프린팅을 국가 중점 프로젝트와 연결시키며 지원에 나선 상태다.
공장에서의 대량생산이 2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었다면 3D프린터기는 3차 산업혁명을 여는 핵심기술로 발전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쏟아지고 있을 정도다.
◆ 3D프린터, 주목받는 이유
간단한 컴퓨터 조작만으로 3차원적인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일견 공상과학소설(SF)에나 등장할 소재로 보이지만 3D프린터가 있으면 가능한 일이다. 의외로 그 역사도 길다.
지난 1983년 찰스 헐(Charles Hull)이 재료를 한겹씩 인쇄, 적층해 입체적인 물건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최초의 3D프린터를 발명해낸 이후 기업들은 이것이 시제품이나 찾기 힘든 부품, 혹은 독특한 설계의 물건을 재빨리 만들어내 테스트해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3D프린터는 일부 산업현장에서 쓰이던 물건이었으나 최근 들어 개인의 니즈가 반영된 다품종 소량생산 기조가 주류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를 100%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기존의 복잡했던 공정들을 프린터만으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릇과 같은 생활용품부터 인형 등 아이들 장난감은 물론 총과 같은 무기까지 가능하다.
심지어 맞춤형 임플란트는 기본이고 뼈를 프린팅하거나 세포를 배양해 인간의 '장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성공했다. 안토니 아탈라 웨이크 포레스트대학 재생의학연구소의 외과의사가 지난 2011년 TED 컨퍼런스에서 3D프린터를 이용해 살아있는 세포로 만든 신장을 보여준 것이다.
이미 기업들이 자사 상품의 생산에 도입한 케이스도 있다. 보잉사는 300여개의 소형부품을 3D프린팅을 이용해 생산하고 있다. 에어버스의 자회사인 EADS에서 나일론 가루로 만든 에어바이크는 3차원 프린터를 이용해 별다른 조립 없이 한번에 인쇄한 자전거다. 체형과 기호에 맞게 조절한 맞춤형 자전거는 인쇄 직후 곧바로 탈 수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2월부터 미국의 3D시스템스가 갖고 있던 선택적 레이저소결(SLS) 방식의 특허가 만료되면 다양한 기업들이 뛰어들어 3D프린터 열풍이 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간 한화로 몇억원이 넘는 프린터 자체의 고비용과 원료비, 만드는데 몇시간 이상 걸리는 제작시간 등의 문제로 인해 부각되지 못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단점들이 해결되고 있는 데다 가정용으로 저가(수백만원 수준)의 소형장비들이 발매되면서 대중화가 눈앞에 왔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인 홀러스 어소시에이츠는 지난해 3D프린터 시장규모가 16억8000만달러 수준이었으며, 오는 2019년까지 65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3D프린터 제조와 유통, 도면제작 등 2차 서비스시장까지만 포함한 수치인데, 3D프린팅으로 제작하는 생산물이 형성하는 시장까지 포함한다면 전체적인 시장규모는 2019년 13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 관련주 미미… 시간 필요
현재까지 국내에서 3D프린터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관련주로 언급되고 있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 가운데 중소형 규모(시총 1000억원 내외)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3D프린터를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접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재 시장에서 언급되는 모든 기업이 실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전무한 실정이다.
지난 7월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3D프린팅산업의 육성을 위해 개최한 '3D프린팅산업 발전전략 포럼'에 발기인으로 참석한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장사 가운데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인탑스, 네패스 등이 있다.
일단 현재 3D프린터사업을 진행해 매출을 내고 있는 상장기업은 없지만 그래도 증권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하이비젼시스템과 TPC, 세중, 코렌텍, 화천기공, 화천기계, 로보스타, 동부로봇 등이 있다.
하이비젼시스템은 10월 중으로 산업용 3D프린터 시제품을 내놓는다고 밝혔으며, TPC는 3D프린터의 기본원리인 X, Y, Z축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을 제어하는 '모션컨트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세중의 경우 지분 68.53%를 보유한 연결대상 자회사인 세중정보기술이 미국의 3D프린팅업체인 '3D시스템즈'의 한국시장 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AS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전문가들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확실히 성공해 매출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문경준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3D프린터산업은 제품의 기술적 완성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수요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지금 코스닥에 상장된 국내 3D프린터 관련 기업들의 기업규모가 1000억원 이하인 경우가 많은데, 자체적으로 시장을 열어갈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점차 성장하는 3D프린터시장에 먼저 진입해서 시장입지를 확보하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서 "3D프린터는 단기 실적 가시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관련주에 주가 프리미엄을 형성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성장의 의미 있는 시그널이 없는 지금 시점에서는 관련주의 포트폴리오식 투자보다는 기존사업의 안정적인 기반을 바탕으로 3D프린터 프리미엄을 가져가는 기업을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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