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일본식 제로성장에 직면해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일 양국이 20년을 시차로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그룹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8일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와 저금리 현상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 저성장 대응’ 시리즈의 여섯 번째 주제로 ‘한·일의 저성장 비교: 日本化 경계 필요’ 리포트를 통해 두 나라 저성장 패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살펴보고, 일본식 장기침체 회피를 위한 정책 방안에 대해 점검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 보고서를 통해 한·일의 경제성장률 추세가 올림픽 개최 이후 비슷한 추세로 점차 둔화되는 패턴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일본이 올림픽 개최 이후 ‘고도성장기→안정성장기→제로성장기’의 순서로 가파른 경제성장률의 둔화를 겪었던 것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해 보면 한국경제가 일본식 ‘제로성장’에 진입할 시기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연구소는 그 근거로 양국 경제의 구조적 유사성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인구구성 변화 추세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양국이 공히 총부양률이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저성장이 본격화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비율은 일본의 장기침체가 시작된 90년대 초반, 즉 1992년 43.3%를 저점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한국도 저성장의 우려가 커진 2012년 36.8%를 저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둘째, 성장동력이 약화되는 시점에 저성장이 본격화되는 것도 공통점이다. 제조업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제조업 비중은 30% 내외에서 둔화되는 경향)하여 서비스업 등으로 성장동력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경제성장률의 둔화는 당연한 현상이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경기선도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 간에는 두드러진 차이점도 있다.  자산 디플레이션의 발생 여부다. 곽영훈 연구위원은 “일본식 저성장의 핵심 원인이 ‘자산 디플레이션’인 반면 다행히 한국에서는 아직 자산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국내외 경제환경, 특히 자산시장의 흐름에 따라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파악하고 억제하는 적절한 정책대응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섦여이다.

 

일본의 경우 자산가격 하락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어 실제 디플레 현상이 지속되었고 이에 따라 당국이 명목금리를 제로수준까지 낮췄으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이므로 실질금리가 상승해 실물경제활동이 위축되었다. 이것이 다시 디플레를 심화시키는 저성장·저물가의 악순환(deflation spiral)이 야기된 것이 일본식 장기침체의 요체라는 것이다.

 

일본식 디플레를 막기 위해서는 주택가격의 장기 하락 억제가 중요최근 국내에는 장기간에 걸친 주택가격의 지속적인 하락 기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데, 일본식 디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우선 이러한 기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 총부양률 : 생산 가능 인구 100명에 대한 아동과 노인의 비율을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