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보글은 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디스'했나
<유기자의 증시야담> '적통' 놓고 한판 싸움, 승자는?
유병철
8,978
공유하기
![]() |
사진=머니투데이 DB |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미국 시카코대학의 유진 파마 교수와 라스 피터 한슨 교수, 그리고 예일대학의 로버트 실러 교수다.
이들 가운데 유진 파마 교수는 지난 1964년 박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한 '효율적 시장이론'(Efficient Market Theory)으로 우리나라 증권가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효율적 시장이론은 시장에서 주어지는 모든 정보는 이미 주식의 가격에 반영돼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따라서 많은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한가지의 종목만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률을 올리거나 시장평균을 뛰어넘는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단지 '운'이 좋을 때만 시장의 평균을 초과하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결론이다.
파마 교수의 이론은 많은 투자가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줬고, 이후 존 클리프톤 잭 보글(John Clifton Jack Bogle, 이하 존 보글) 뱅가드그룹 설립자가 인덱스펀드를 창시하는데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다양한 인덱스펀드가 등장한 것 또한 파마 교수의 공임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러한 존 보글이 파마 교수를 '디스'했다. 비유하자면 제자가 스승을 공격한 셈이다. 최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존 보글은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확실히 뛰어난 경제학자입니다. 그런데 그는 인덱스펀드를 만들어낼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죠. 대신에 자산운용사인 DFA(Dimensional Fund Advisors)와 함께 일을 시작했더군요. DFA는 저평가됐다고 판단되는 업종에 익스포저를 늘려서 시장보다 우수한 수익률을 추구하려는 회사입니다. DFA의 웹사이트에 실린 내용을 보면 그곳의 매니저들은 두가지 중 하나를 실행합니다. 개별 종목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많은 주식들을 소유하지만, 임의적으로 벤치마크지수를 모방하는 것이죠. 이 회사는 학계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게 아닌 투기적인 성격을 기반으로 해서 전략을 구축해 스몰캡 전략이나 가치투자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파마 교수 스스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논리를 제시했으면서 실제로는 그와 상반되는 행동을 했다는 게 존 보글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정말 파마 교수는 존 보글이 지적한대로 '언행불일치' 투자를 하는 것일까.
우선 DFA가 어떤 회사인지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다. DFA는 파마 교수의 제자인 데이비드 부스와 렉스 싱크필드가 그의 효율적 시장이론을 토대로 투자자산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다.
지난 1981년 설립된 후 처음으로 운용하기 시작한 펀드는 '9-10펀드'(the 9-10 Fund)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전체 종목을 시가총액 순서대로 10%씩 10단계로 순위를 매긴 다음 가장 작은 부류인 9단계와 10단계에 드는 소형주에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말 그대로 9단계와 10단계에 드는 소형주를 시가총액비율로 편입할 뿐이다. 이후 '6-10펀드', '6-10가치주펀드' 등이 나왔지만 전략은 다르지 않았다.
결국 인덱스펀드나 DFA나 파마 교수의 효율적 시장이론에서 나온 투자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보는 사람 입장에 따라 약간 다르게 보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디스전은 '적통'을 놓고 벌이는 한판 싸움이라 할 수 있다. 누가 이길 것인가. 결과를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시장'과 '시간'뿐일 듯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moneys@m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