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릇 하나에 이 사람의 인생이 녹아있다.’ SBS 생방송투데이 맛집 코너 ‘고수뎐’을 맡고 있는 김세진 작가가 프로그램 나레이션에 자주 쓰는 멘트다. 음식 하나에도 그것을 연구하고 만들어 낸 사람의 땀과 수고를 헤아린다. 

섭외를 위해 3시간의 전화통화도 마다않고 취재원을 물색하기 위해 직접 발품 파는 것은 예삿일. 그 어떤 것도 음식과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열정은 막을 수 없다. 

“음식점은 ‘철학+진정성+노력’ 삼박자가 맞아야”
▲ 생방송투데이 김세진 작가 (사진제공=월간 외식경영)

김 작가는 생방송투데이를 ‘롤러코스터’에 비유했다. 쾌재를 불렀다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속이 시원했다가 심장이 터질듯 조이는 등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기분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생방송투데이’는 2003년 5월 12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얼마 전 10주년을 넘겼다. ‘오지기행 어디로(路)’, ‘여행했show’, ‘최유라의 꽃보다 아름다워’, ‘쉿! 비밀이야’ 등 이슈가 되는 사건사고부터 감동을 주는 휴먼스토리, 여행정보 등 풍부한 이야기들로 시청자의 저녁 시간을 점령하고 있다. 

특히 음식이나 맛집과 관련한 ‘살맛나는 맛집’, ‘고수뎐’, ‘맛을 탐하다’ 코너를 통해 재미와 유익함을 더한다. 김세진 작가는 그 중 음식의 고수를 찾아나서는 ‘고수뎐’을 담당하고 있다. 이 코너를 통해 김 작가는 음식에 사람 이야기를 담아 훈훈하게 풀어내고 있다.


궁금증 하나. 담당하고 계신 ‘고수뎐’ 코너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합니다.
화요일에 방송, 음식의 고수를 찾아 맛집을 소개하는 코너인데요. 음식점 이야기에 휴먼이 가미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과 음식 이야기가 반씩 차지하고 있지요. 단순히 ‘음식이 맛있다’고 하기보다는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업주의 수고와 노력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업주의 음식철학부터 비법, 연구 과정 등을 충분히 파악한 뒤 촬영에 들어가야 해요. ‘고슈뎐’ 외에도 ‘생방송투데이’ 맛집 코너에는 초저가 식당을 소개하는 ‘살맛나는 맛집’과 ‘맛을 탐하다’가 더 있습니다.

궁금증 둘. 아이디어나 정보는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아이디어는 주변 사람들에게 뭐 먹고 싶으냐고 일일이 물어보는 것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제가 이런 일로 주변 사람들을 조금 귀찮게 하는 편이에요(웃음). 이렇게 아이템을 선정하면 블로그, 관련 잡지 등을 참고해 업소 리스트를 뽑아요. 

몇 곳 선정되면 업주의 비결, 성향 등을 취재하고 그 후 PD와 회의해서 최종 컨텍 작업에 돌입하지요. 코너 특성상 디테일한 부분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방문해서 파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맛집 찾아다니는 것은 이제 취미생활이 됐죠. 직접 먹으러가서 음식이 괜찮으면 사장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운이 좋으면 그 자리에서 섭외까지 한답니다.


궁금증 셋. 방송 시간은 15분 정도인데 음식점 한 곳으로 15분을 구성하려면 오랜 시간동안 촬영하겠네요?
이틀 내내 촬영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보통 맛집 코너에서 음식점은 3~4곳 정도 나가는데 ‘고수뎐’은 한군데만 나가다보니 촬영시간이 길수밖에 없습니다. 

핵심이 되는 포인트를 먼저 촬영하고 시간대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자연스레 계속 촬영하는 형식입니다. 저희 스텝뿐 아니라 업주의 고충도 만만치 않은데요. 솔직히 업주 분들 연락을 받으면 방송 나간 후가 정말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손님은 막 들이닥치고 주문 전화는 밀리고, 상상초월이라고 해요. 사실 음식점 운영하시는 분들이 자기 생활이 거의 없으세요. 다양한 내용을 담아내다보니 정작 업주 자신이 모르는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보고 보람을 느끼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고맙다는 인사에 저 또한 고생했던 것이 눈 녹듯 사라지죠.

궁금증 넷. 기억에 남는 음식점은 어디인가요?
전북 군산에 있는 <뚱보식당>인데요. 연세 지긋한 할머님들이 30년 넘게 운영하고 계시는 백반집입니다. 섭외부터 만만치 않았어요. 음식점에 전화가 없었거든요. 직접 찾아뵐 수밖에요. 

할머님들은 오는 손님이 모두 자식 같다며 텃밭에 뽑은 식재료를 사용해 정성이 깃든 손맛으로 음식을 내고 계셨습니다. 무엇보다 깜짝 놀란 점은 할머님의 인심이 후하셔서 밥은 무한리필이고 음식 양을 굉장히 많이 주시는데 손님이 각자 비닐봉지를 가져와 남은 음식을 싸가는 것이었습니다. 

자발적으로 말입니다. 촬영 PD에게도 틈만 나면 밥 먹으라고 하시고 수시로 음식을 입에 넣어주시고 하셨어요. 마치 외갓집에 간 기분마냥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궁금증 다섯.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맛집 코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맛집 코너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할 뿐 아니라 생활과 밀접하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식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요즘에는 KBS ‘해피투게더’의 ‘야간 매점’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음식과 관련한 코너를 다루고 있습니다.

궁금증 여섯. 방송 출연을 원하는 외식업주가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요즘에는 음식점이 많기 때문에 자신 업소만의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쉽지 않습니다. 방송 여부를 놓고 볼 때에도 그 차별화를 많이 염두에 두고 있는데요. 특히 음식에는 진정성이 깃들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철학과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기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