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강국을 자처하는 주요국가들이 미래 시장주도권 확보를 위해 우주산업과 소프트웨어(SW)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우주산업을 자국 국가 기반산업으로 삼고 우주개발에 대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또한 SW가 모바일·클라우드·빅데이터 시대의 도래로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이에 대해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이주완 연구위원과 김동한·김문태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우주 및 SW분야 주도권 쟁탈전에 나선 주요국가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해당산업의 미래를전망해봤다.

미래 유망산업 '우주·SW'…갈길 먼 한국
▲ 사진=머니투데이 DB

미래 유망산업 '우주·SW'…갈길 먼 한국

'우주전쟁' 본격화…'총알' 부족한 대한민국

우주산업은 기술파급효과가 큰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향후 무역수지를 좌우할 만한 중요변수로 인식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의 <2013년 국내외 우주개발 투자 및 연구정책 동향>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에도 글로벌 우주산업은 2007년 이후 연평균 6.7%씩 성장해 2012년에는 729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갱신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지역의 2012년 우주 예산이 전년대비 9.7% 감소했고 북미지역은 0.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러시아·멕시코 등의 신흥국들이 적극적으로 우주개발에 투자하면서 글로벌 우주예산이 전년보다 2.1% 늘어난 것이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일본, 중국, 프랑스, EU, 독일, 인도 등 8개 국가가 적극적이다. 이들은 우주개발에 연간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우주 예산은 약 2억달러로 초라하다. 한국의 GDP 대비 우주예산은 0.017%로 미국(0.283%), 러시아(0.44%), 프랑스(0.108%) 등 우주 선진국들에 비해 우주산업에 대한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규모로 보면 미국의 우주 예산은 424억7000만달러로 2억800만달러에 불과한 한국의 204배에 이른다.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나가려면 보다 많은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이주완 연구위원은 "한국의 GDP가 미국의 1/15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현재의 우주개발 예산은 지나치게 적다"며 "한국은 우주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GDP 대비 우주개발 투자비율을 우주개발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 유망산업 '우주·SW'…갈길 먼 한국

경쟁 치열 SW시장…한국 글로벌 M/S '1%'

SW산업은 최근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 사물 간 통신(M2M) 활성화와 함께 핵심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하드웨어의 융합·연결 추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SW의 ICT산업 전체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영경연구소의 <미래유망산업-한국의 현주소와 과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전세계 SW시장 규모(임베디드 SW 제외)는 9778억달러로 전년대비 4.6% 성장했다. 이 가운데 SW 강국인 미국의 시장규모는 3794억달러로 세계시장의 38.8%에 달한다. 2위인 일본(9.2%)과 크게 차이나는 수치다. 한국의 시장규모는 94억2000만달러로 세계시장의 1%에 불과하다.

문제는 글로벌 상위 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이 갈수록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이미 PC시장과 스마트폰 OS(운영체제)시장은 상위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인수와 같이 SW업체들이 하드웨어 분야로 영토를 확장하는 추세다.

특히 SW는 미국의 위상이 독보적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모든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미국기업들이 앞서 나가고 있다.

실제로 PC OS시장에서는 MS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OS는 구글의 시장 지배 속에 애플이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응용프로그램에서는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으며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에서는 오라클 등 미국기업이 앞서 있다. 콘텐츠 유통으로 유명한 아마존은 클라우드시장 1위 자리를 꿰찼다.

김동한 연구원은 "SW산업을 활용한 빅데이터, 클라우딩서비스가 주요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이와 함께 기존 스마트 머신, 3D프린팅 등 제조업과 SW간 융합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이러한 변화들이 온라인을 통한 통합·융합을 동반하기 때문에 상위 업체의 주도권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국내 기업이 글로벌 상위 기업의 활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하드웨어 제조사, 통신사 등 대기업의 SW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창조경제를 국정 아젠다로 내건 정부의 지원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삼성 허브' 등 SW 콘텐츠 분야를 육성하고 관련 인재를 키우기 위해 '소프텍'을 신설했다. 그런가하면 통신 3사는 IaaS(인프라로서의 SW), SaaS(서비스로서의 SW)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래부는 SW 파워 강화, R&D 기반확충을 주내용으로 하는 'ICT R&D 중장기 전략'을 추진 중이다. 또 R&D뿐만 아니라 I&D(Imagination & Development : 상상개발)가 가능한 기반 형성을 위한 논의도 전개되고 있다.

김문태 연구원은 "한국은 혁신적 SW 탄생을 위한 창업 생태계가 미국에 비해 미흡하지만 세계적인 통신 인프라와 하드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대기업의 상생 정신, 정부의 육성 노력, 창업 생태계의 성숙 등이 뒷받침된다면 SW산업에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