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광고에 자칫 소비자들의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이 들어가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의약품 광고는 일반 상품과 달리 소비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광고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이뤄지고 있지만 허위·과장광고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천태만상’ 의약품 광고

건강한 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를 주축으로 제기되고 있는 의약품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지적의 근거는 그동안 등장한 광고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국제약의 ‘마데카솔 분말’은 지난 7월 ‘톡톡 뿌리면 새살이 솔솔~’이라는 표현으로 도마에 올랐다. 허가사항에는 보조적 부분 치료라고 기재돼 있을 뿐 해당 표현을 통해 암시되는 상처 재생 효과에 관한 내용은 없다. 앞서 인사돌 역시 ‘대한민국 대표 잇몸약’이라는 표현으로 소비자들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여지를 남겨 지적받았다.

명인제약의 ‘이가탄에프캡슐’에 대한 식약처 허가사항은 잇몸염 증상 완화다. 하지만 2011년 TV와 라디오 광고에서 잇몸 질환을 예방하는 ‘잇몸 보약’으로 표현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제일약품의 ‘케펜텍 플라스타’ 역시 TV 광고 속 배우가 레일바이크의 페달을 밟는 도중 무릎에 통증을 호소하지만 제품 등장 이후 씩씩하게 페달을 밟고 있어 허위·과장광고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해당 광고는 TV에서 볼 수 없지만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재시청할 수 있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TV 광고를 선보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스트랩실허니앤레몬트로키’와 ‘스트랩실오렌지트로키’도 오남용의 여지를 남겼다. 광고에서는 이 의약품을 복용하면 즉시 인후염이 사라지고 고음 발성이 가능한 것으로 묘사했다.

지난해 ‘예방이 치료보다 우선’이라고 광고했던 바이엘의 ‘아스피린 프로텍트’ 역시 논란의 소지를 품고 있다. 이 의약품은 이미 각종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건강에 이상이 없는 일반인이 복용할 경우 예방을 할 수 있다는 표현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외에도 SK케미칼의 ‘기넥신에프정’은 ‘혈관을 깨끗하게, 혈관을 튼튼하게’라는 문구로 소비자가 제품의 효과를 오인하게끔 했다. 휴온스제약의 ‘알룬정’도 광고 포스터에 음식물과 같은(=) 표시를 해 의약품을 음식물 대응으로 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의약계 전문가는 “국민들은 일반의약품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어 정확한 사용법이나 효능·효과를 대부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의약품의 허위·과장광고는 오남용 문제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상황으로 이어져 질병의 악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제약·제일약품 등 '과장광고 지적' 잦은 이유

◆끊이지 않는 '허위·과장광고'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들이 의약품의 허위·과장광고로 오인될 수 있는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MBC <불만제로UP>에서 다룬 동국제약의 ‘인사돌’과 명인제약의 ‘이가탄’ 등이 대표적이다.

방송에 따르면 인사돌은 프랑스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잇몸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입증이 불충분해서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하지만 효과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다뤄졌다. 또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가탄과 동일한 의약품들을 성분 문제로 재평가한 결과 출혈을 멈추게 한다는 광고 내용 삭제를 통보했다. 이후 이가탄과 성분이 동일한 이 의약품들은 일본 광고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방송이 나간 뒤 동국제약은 인사돌에 대한 새로운 입증을 앞세우며 반박에 나섰다. 동국제약은 2010년 하반기 시장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인사돌 복용자 약 7000명이 2주 후 70%, 4주 후 90%라는 만족도를 확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명인제약은 방송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대해 명쾌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명인제약 관계자는 “담당자가 출장을 가서 아무런 답변도 할 수 없다”며 방송분에 대한 입장은 담당자 본인만 밝힐 수 있다는 식으로 화제를 돌렸다.

회사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광고물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일부 제약사들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의약품 광고를 하고 있는데 허위·과장광고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는 것. 관절염 효과의 과장된 표현으로 논란이 된 제일약품의 ‘케펜텍’은 현재 TV에서 만날 수 없지만 회사 홈페이지에서는 언제든지 확인 가능하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해당 광고는 더 이상 TV 방송을 하지 않는 상태고 홈페이지에는 회사 홍보 차원에서 올려놓은 것”이라며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광고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고심의에 제약사 과다참여 논란

의약품 허위·과장광고 논란은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광심위)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의약품 허위·과장광고는 제약사들의 문제라기보다는 광심위 문제로 확대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약사법상 의약품 광고는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한국제약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광고 심의 권한을 위임받아 광심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광고 당사자들의 단체인 제약협회가 광심위를 운영하고 있는데다가 제약사 관계자가 심의위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광심위는 제약사 간부 5명과 외부인사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유경숙 건약 사무국장은 “위원회 규정상 제약사 관계자가 심의위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이 광심위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며 “실제 광심위가 의약품의 안전성보다 제약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들게 하는 사건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웅제약의 우루사 광고였다”며 “광심위는 ‘간 때문이야’가 반복되는 광고를 통과시킨 후 성공한 사례로 꼽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해당 광고가 ‘진실성’ 항목에 어긋난다며 시정을 권고했고 대웅제약은 광고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약협회 측은 식약처가 허가하고 있는 ▲효능·효과에 근거한 광고 ▲다른 의약품 비방 금지 ▲필요 이상의 효과를 강조하는 단어 오남용 금지 등을 토대로 철저하게 심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광심위 구성원 중에는 의학계 교수나 약사가 추천한 인사와 같은 외부 인원이 과반수 이상인데, 이를 두고 대충 심의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며 건약 측 주장에 강력히 맞대응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약품 광고 심의 규제 강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의약품 광고를 사전에 심의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