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 전세라도 구하면 '행복'
2013 한국경제가 남긴 5대 숙제 ③ 사라진 전세
김병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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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인 최모씨(38)는 지난 6월께 서대문구에 위치한 24평 아파트를 월세로 내놨다.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50만원이었다. 그러나 몇달이 지나도록 세입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주변에서 전세를 권유했지만 최씨는 영 내키지 않았다. 전세보다 월세가 수익이 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씨는 결국 전세로 바꾸기로 결정하고 이를 공인중개사에게 알린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완료했다.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금 1억8000만원 중 1억4000만원을 대출금을 갚는데 소진한 최씨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했다.
#2. 경기도 부천 중동에 살고 있는 권모씨(36)는 올해 초 A아파트를 보증금 2500만원, 월세 100만원에 계약했다. 맞벌이부부도 아닌 권씨에게 월세 100만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지만 전셋값이 너무 높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후 매달 2일은 부부싸움하는 날이 돼버렸다. 남편 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100만원을 월세로 내는 날이기 때문이다.
▲ 사진=뉴스1 유승관 기자
2013년은 심각한 전월세난에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가 힘든 한해였다. 특히 부동산 패러다임이 '전세→월세'로 변함에 따라 시장의 혼란도 계속됐다. 정부는 잇따라 대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여전히 집주인들은 월세를 선호해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세입자들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전월세 문제는 올해도 해법을 못 찾고 미완의 숙제로 남았다.
'전세 종말론' 사실인가
'전세제도 종말론'은 올해 부동산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다. 그렇다면 정말 전세제도는 사라지는 것일까. 대다수 부동산전문가들은 전세물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데 이견을 달리하지 않는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의 주택시장 분위기를 볼 때 전체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월세거래 중 전세가 64.9%(3만2520건), 월세가 35.1%(1만7579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가 35%대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는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순수 월세를 제외한 것. 때문에 실제 월세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처럼 전세가 사라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집값이 오르지 않아서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니 굳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이유가 없다. 둘째, 저금리 현상이다. 집주인으로서는 전세보증금을 받아 예금해봐야 큰 이득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월세를 받아 수익을 더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모기지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전세가 사라지는 이유다. 과거에는 세입자가 은행창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대출제도가 잘 발달돼 있어 굳이 세입자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박 위원은 "저금리, 집값 하향안정, 장기모기지 발달 등이 전세 종말론의 거시적인 환경"이라며 "국내 임대시장은 이제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2014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내년에도 이러한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1월6일 '2014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발표를 통해 내년에도 전세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전세시장은 전국적으로 아파트 입주물량이 증가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매매시장이 소폭 회복되면서 3% 수준의 상승이 전망된다"면서도 "수도권 아파트 입주가 특정지역에 집중되는 점은 한계로 작용할 것이고, 매매가격이 크게 오를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동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시대가 저물고 월세시대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저소득층 세입자들의 부담이 예전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세보다 월세로 살 때 주거비 부담이 훨씬 크다. 월세를 내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월세로 살면 언제 돈을 모아서 집을 사느냐는 하소연도 들린다. 월세는 자금 축적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임대차형식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뀐다는 것은 결국 세입자의 부(富)가 집주인으로 이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종전의 임대차시장의 관행이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부담감과 수요자들의 혼선 등은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될 위험성이 크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정부차원의 발빠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대안은 없나
사실 전세제도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임대차제도다. 때문에 전세가 사라지는 게 주거문화가 선진화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집 없는 사람들이 치솟는 주거비에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아직 월세시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월세시대를 맞아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강조된 것은 역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공공임대주택의 재고가 많지 않은 만큼 공공임대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면서도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임대주택 공급이나 행복주택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좀 더 홍보에 신경을 써 순기능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허윤경 연구위원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함께 '민감임대 활성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에는 재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을 민간이 보완하는 방식으로 민간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방식을 월세 중심에서 전세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원갑 위원은 "공공부문에서 전세를 공급할 경우 전세물량 품귀에 따른 전세난의 수위를 낮출 수 있는 완충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며 "LH 부채 등을 감안할 때 신축비용이 많이 드는 아파트(1억원가량)만 고집하지 말고 저렴한 다세대·빌라를 매입해 전세로 공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귀띔했다.
이밖에 전세로 내놓은 집주인에게 세제혜택을 많이 제공해 시중에서 유통되는 전세물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빠르게 진행되는 월세화를 늦추기 위함이다.
박원갑 위원은 "일부 중소형 주택(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의 전세보증금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그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반면 거의 세금신고를 하지 않아 과세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월세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투명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2. 경기도 부천 중동에 살고 있는 권모씨(36)는 올해 초 A아파트를 보증금 2500만원, 월세 100만원에 계약했다. 맞벌이부부도 아닌 권씨에게 월세 100만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지만 전셋값이 너무 높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후 매달 2일은 부부싸움하는 날이 돼버렸다. 남편 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100만원을 월세로 내는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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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심각한 전월세난에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가 힘든 한해였다. 특히 부동산 패러다임이 '전세→월세'로 변함에 따라 시장의 혼란도 계속됐다. 정부는 잇따라 대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여전히 집주인들은 월세를 선호해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세입자들의 한숨은 커지고 있다. 전월세 문제는 올해도 해법을 못 찾고 미완의 숙제로 남았다.
'전세 종말론' 사실인가
'전세제도 종말론'은 올해 부동산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다. 그렇다면 정말 전세제도는 사라지는 것일까. 대다수 부동산전문가들은 전세물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데 이견을 달리하지 않는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의 주택시장 분위기를 볼 때 전체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월세거래 중 전세가 64.9%(3만2520건), 월세가 35.1%(1만7579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가 35%대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는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순수 월세를 제외한 것. 때문에 실제 월세 비중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처럼 전세가 사라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집값이 오르지 않아서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니 굳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이유가 없다. 둘째, 저금리 현상이다. 집주인으로서는 전세보증금을 받아 예금해봐야 큰 이득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월세를 받아 수익을 더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모기지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도 전세가 사라지는 이유다. 과거에는 세입자가 은행창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대출제도가 잘 발달돼 있어 굳이 세입자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박 위원은 "저금리, 집값 하향안정, 장기모기지 발달 등이 전세 종말론의 거시적인 환경"이라며 "국내 임대시장은 이제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2014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내년에도 이러한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1월6일 '2014년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발표를 통해 내년에도 전세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전세시장은 전국적으로 아파트 입주물량이 증가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매매시장이 소폭 회복되면서 3% 수준의 상승이 전망된다"면서도 "수도권 아파트 입주가 특정지역에 집중되는 점은 한계로 작용할 것이고, 매매가격이 크게 오를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동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시대가 저물고 월세시대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저소득층 세입자들의 부담이 예전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세보다 월세로 살 때 주거비 부담이 훨씬 크다. 월세를 내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월세로 살면 언제 돈을 모아서 집을 사느냐는 하소연도 들린다. 월세는 자금 축적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임대차형식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뀐다는 것은 결국 세입자의 부(富)가 집주인으로 이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종전의 임대차시장의 관행이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부담감과 수요자들의 혼선 등은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될 위험성이 크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정부차원의 발빠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대안은 없나
사실 전세제도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임대차제도다. 때문에 전세가 사라지는 게 주거문화가 선진화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집 없는 사람들이 치솟는 주거비에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아직 월세시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월세시대를 맞아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강조된 것은 역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공공임대주택의 재고가 많지 않은 만큼 공공임대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면서도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임대주택 공급이나 행복주택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좀 더 홍보에 신경을 써 순기능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허윤경 연구위원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과 함께 '민감임대 활성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에는 재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을 민간이 보완하는 방식으로 민간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방식을 월세 중심에서 전세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원갑 위원은 "공공부문에서 전세를 공급할 경우 전세물량 품귀에 따른 전세난의 수위를 낮출 수 있는 완충장치가 마련될 수 있다"며 "LH 부채 등을 감안할 때 신축비용이 많이 드는 아파트(1억원가량)만 고집하지 말고 저렴한 다세대·빌라를 매입해 전세로 공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귀띔했다.
이밖에 전세로 내놓은 집주인에게 세제혜택을 많이 제공해 시중에서 유통되는 전세물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빠르게 진행되는 월세화를 늦추기 위함이다.
박원갑 위원은 "일부 중소형 주택(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3억원 이하)의 전세보증금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그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반면 거의 세금신고를 하지 않아 과세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월세소득에 대해서는 과세투명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세대란 과정
경기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저금리 기조 → 집주인 월세선호 → 전셋값 상승 → 서민들 고통 상승
☞대안
- 공공임대의 전세비중 확대, 전세 세제혜택 제공 등을 통해 빠르게 진행되는 월세화를 늦춰야 함.
- 공공임대, 민간임대 활성화 등을 통해 장기적인 대응 필요.
- 임대주택 공급 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 필요.
경기침체에 따른 집값 하락+저금리 기조 → 집주인 월세선호 → 전셋값 상승 → 서민들 고통 상승
☞대안
- 공공임대의 전세비중 확대, 전세 세제혜택 제공 등을 통해 빠르게 진행되는 월세화를 늦춰야 함.
- 공공임대, 민간임대 활성화 등을 통해 장기적인 대응 필요.
- 임대주택 공급 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 필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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