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방송가에서 유재석, 김용만 등과 함께 말 잘하는 개그맨으로 이름을 날린 표영호씨. 지금은 개그맨이라는 이름보다는 사업가, 강연전문CEO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린다. 그는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전하는 마이크가 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1년 '굿마이크'라는 강연전문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강연 요청이 쏟아져 지난 1년간 200차례가 넘는 강연을 진행했다. 그의 강연 주제는 주로 '소통'이다. 연인, 부부, 친구, 지인, 직장동료, 직장상사 등 수많은 관계 속에서 소통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소통하는 법을 알려준다.

그의 인생 역시 소통 때문에 달라졌다고 한다. 인생을 바꾸고 성공을 디자인하는 '소통의 힘'을 표영호씨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 개그맨에서 소통전문가로

"소통의 시작은 철저히 제 자신부터였습니다."

방송가에 자주 얼굴을 비추면서 어느 정도 돈도 벌고, 인기도 누려본 표씨는 자신의 삶이 잘 사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회고했다. 주변에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들과의 관계에 진정성이 없었을 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아내부터 단절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는 것. 그런 아내에게 불만이 쌓이다보니 싸움만 늘어갔다고. 아내의 태도를 바꿔보려고 무수히 잔소리를 해봤지만 남을 바꾼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남을 바꾸는 것보다 쉬운 게 제 자신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달라지니 아내와의 관계에서도 때로는 버릴 것은 버리고 감수하는 등 한결 편해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죠."

소통의 부재는 그가 벌인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방송 외 일로 북카페, 고깃집 등을 차려봤지만 얼마 가지 못해 망하기를 거듭했다. 당시만 해도 사업실패의 원인을 내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았다. '카페 점장이 성실하지 않아서', '업무시간에 대충 시간만 때우는 알바생들 때문에' 등….

하지만 남에게 시작된 질문은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난 사장으로서 뭘 한 걸까', '결국엔 내 자신이 관리감독을 잘 못해서가 아닐까'라는 질문으로 바뀌게 된 것.

"사업실패에 대한 분석은 결과적으로 핑계에 지나지 않았죠. 핑계만 대다보니 나만의 고립된 마인드로 타인과 점점 멀어졌어요. 실패로부터 얻은 가르침은 결국 제가 어떻게 소통해야하는지 깨닫게 했죠."

나 자신부터 변하는 것. 그것이 바로 표영호식 소통의 시작이었다.
 
◆ 표영호식 소통법

표씨는 소통의 모델을 주변에서 찾았다. 30년 넘게 자기 자리에서 정주하는 이경규, 개그맨임에도 말하기보다 듣기를 잘하는 김국진, 이제는 배려의 아이콘이 된 국민MC 유재석 등은 자연스럽게 표씨의 멘토가 됐다.

그는 내 자신을 바꾸는 첫 걸음으로 소통의 달인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를 테면 아내와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면 '나는 아내에게 자상한 차인표야'라는 생각을 스스로 주입시키고, 마주하기 껄끄러운 사람을 대할 때는 '나는 누구의 얘기도 잘 들어주는 유재석이야'라는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가면을 쓰는 것처럼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진정성이 없지 않을까 싶지만 표씨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대화의 방법에 문제가 있다면 소통을 잘하는 사람을 모방하는 것은 조금도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지 않은 습관을 바꾸는 데는 3개월, 생각을 바꾸는 데는 6개월이 걸립니다. 그동안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나중에는 습관과 행동, 생각이 달라지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부정적인 내 모습이 바뀌는 거죠."

표씨는 CEO, 법조인 등 사회 각계의 리더를 대상으로 '리더스 스피치 아카데미'도 열고 있다. 그는 "리더는 말하는 방법부터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차범근 감독의 '엄지 리더십'을 거론했다. 독일 축구의 전설이 된 차범근 선수가 감독이 돼 선수들을 뛰게 한 원동력은 그가 치켜든 엄지에 있었다는 것이다.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향해 큰 소리로 호명하며 엄지를 치켜들면 그것을 본 선수는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메시지에 힘든 것도 잊게 된다. 어떤 담금질이나 채찍질보다 효과가 뛰어난 '인정의 힘'이었다. 표씨는 "사람은 인정받는 대로 살아간다"며 "그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책임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눈코 뜰 새 없이 하루를 사는 현대인은 때로 눈앞의 사람들을 소홀하게 대할 때가 많다. 연신 울려대는 스마트폰 알람에 귀기울이고 반응하다 보면 정작 나와 눈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은 홀대하기 일쑤다.

"방송이나 강연을 다닐 때 가장 좋은 사람은 리액션(반응)을 해주는 사람입니다. 지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죠. 눈을 반짝이는 청중들 앞에서는 더 열심히 말하고 더 신나서 떠들게 됩니다."

그는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일화를 예로 들었다. 루즈벨트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꼽히는데 루즈벨트와 대화를 나눈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대통령으로부터 존중받았다는 느낌을 가졌다고 한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남다른 배려에서 비롯됐다. 대화 상대가 정해지면 사전에 상대방의 직업부터 취향, 취미 등을 알아내 대화할 때 상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소통의 물꼬는 자연스럽게 터질 수 있다.

처음부터 소통의 달인이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것만으로 작은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그는 소통을 강원도의 산길에 비유하며 말을 마쳤다.

"소통은 강원도의 산길과 같아서 자주 왕래하지 않으면 그 길이 없어집니다. 누군가의 마음과 자주 왕래하면 없던 길도 생기는 법이죠. 행복과 성공을 부르는 소통법은 반드시 있고 소통 역시 자주 부딪히면서 만들어지는 겁니다."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