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짜기'에 죽어나는 하도급사
차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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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종합건설업체는 최근 진행하고 있는 공사현장에 지급자재 품목을 늘렸다. 시멘트, 벽돌뿐 아니라 설비자재인 파이프 등도 직접 구매해 하도급업체들에게 조달했다. 공사현장에서 지급자재 비중은 70%로 높아졌고, 지입자재의 비중은 30%로 낮아졌다. 이를 통해 이곳 공사현장에서만 구매비용을 25% 가까이 줄이는 등 원가 절감에 성공했다. 하지만 하도급업체들은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동안 자신들이 직접 사서 조달해오던 자재들까지 원청업체에서 지급을 해 그만큼 수익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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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종합건설사들이 원가절감 등을 이유로 자재구매 방식을 ‘지입자재’에서 ‘지급자재’로 바꾸면서 전문건설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입자재’는 자재를 하도급사에 일임하는 것이고 ‘지급자재’는 원도급사가 자재를 일괄구매해 하도급사에 제공하는 형태다.
종합건설업계는 예전부터 지급자재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현장에서의 관리 어려움과 하도급사 반발 등으로 지급자재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지속으로 원가절감이 더욱 절실해지면서 지급자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급자재는 원가절감 이외에도 안정적 자재수급과 관리, 대금 지급방식 등에서 유리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로 대림산업은 최근 H빔 등 철골재를 모두 지급자재로 전환했고, 롯데건설과 한화건설, 고려개발 등도 지급자재를 대폭 확대했거나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건설업계의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자재비가 수주액에서 제외되면 매출액이 크게 줄고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또 자재가 일시에 공급돼 관리의 어려움과 자재 과다·부족 시 공기지연 등 손실이 가중되고 자재 관련 하자 책임 소재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건설업체인 A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불황 여파로 공사도 크게 줄어 매출 타격이 심각하다”며 “지급자재 방식의 전환은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전문건설사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마른 수건까지 쥐어짜야 하는 종합건설사들이 원가절감을 할 수 있는 ‘지급자재’ 방식을 더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33개 대형건설사 자재담당 부서 직원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자재 단가를 10~15% 낮출 수 있다는 분석치를 내놓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인 A사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은 하도급 제반 비용을 어떻게든 줄여야 하는 실정”이라며 “원가절감이 건설사의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면서 지급자재 전환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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