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국 ING생명 신임 사장 내정자가 내정 직후부터 노동조합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현재 ING생명 노조는 정 내정자의 과거 행보를 문제삼아 사장 선임을 반대하고 있다. 정 내정자가 알리안츠생명 사장이던 시절 노조와 충돌해 파업을 일으킨 전적이 있어서다. 노조는 ING생명과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 내정자가 ING생명 사장으로 내정된 과정에 대해서도 보험업계 안팎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에이스생명 대표로 재직한 지 6개월만에 ING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직업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지만 최고경영자(CEO)가 조직과의 약속(임기)을 끝까지 이행하지 못하고 경쟁사로 떠나는 것이 과연 '도의적'으로 옳은 행보인지에 대해 물음표를 달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노조에서도 제기하는 사안이다.

ING생명 노조는 사측과 대주주가 정 내정자 선임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출근저지 등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이에 정 내정자가 노조의 반대를 이겨내고 사장 집무실로 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조 "정문국 사장 내정 철회하라"

지난 1월9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ING생명은 "정문국 전 에이스생명 사장을 새로운 사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ING생명은 정 내정자가 외국계 보험사에서 뛰어난 전문성과 영업력을 보인 것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그가 과거 알리안츠생명 사장 시절 방카슈랑스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등 뛰어난 영업력을 과시한 점도 사장 내정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ING생명 노조는 정 내정자의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정 내정자가 알리안츠생명 사장 시절 노조와의 마찰로 234일간 파업을 야기시켰다는 점을 가장 큰 반대이유로 들었다.

정 내정자가 이끌던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2008년 1월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파업은 알리안츠생명 노조가 생긴 이래 47년만에 처음이었으며 파업이슈가 없었던 보험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당시 사측인 알리안츠생명은 영업력 확대를 이유로 새로운 성과급제를 도입하고자 했다. 그러자 노조와 영업조직이 이에 반대했고 결국 파업에 돌입했다. 정문국 사장은 파업에 참여한 106명의 지점장을 대량으로 해고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섰다.

이러한 파업은 234일만에 종결됐다. 정문국 사장과 전대석 사무금융연맹 수석부위원장이 교섭을 갖고 파업을 종료한 것이다. 당시 노사는 논란이 됐던 성과급제를 유지하고 기본급 인상 차등폭은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해고하기로 했던 지점장들을 전원 복직시켰다.

'정문국의 ING호' 노조 반대 돌파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파업과정에 있다?

ING생명 노조는 단순히 과거 알리안츠생명의 장기파업을 몰고 갔다는 이유만으로 정 내정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알리안츠생명 노조가 파업할 때 용역을 동원하는 등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간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설명이다.

전국사무금융노조 산하 ING생명 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알리안츠생명 노조의 파업과정에서 조합과 무수한 고소고발을 주고받았고 용역을 동원하는 등의 마찰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실제 당시 알리안츠생명 사측은 노조가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에 설치한 천막을 치우는 과정에서 용역인력 100여명을 투입했다. 사측은 현장에 20여명의 노조원이 있었지만 충돌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일부 조합원들이 용역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ING생명 노조 관계자는 "당시 알리안츠생명 최고경영자였던 정 내정자의 리더십이 수많은 노조의 공분을 산 것이 사실"이라며 "ING생명 노조는 당연히 이번 인사에 심각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무금융노조 생명보험업종본부도 정 내정자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본부 역시 성명서를 내고 "MBK파트너스의 정문국 사장 내정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정 내정자가 에이스생명 사장으로 내정될 당시에도 우리 업종본부는 그의 사장 선임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다"며 "정 내정자가 알리안츠생명 사장을 역임하는 6년이라는 기간 동안 보여준 성과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EO 취임 6개월만에 조직 떠난 수장

ING생명 노조를 제외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정문국 사장 내정자가 에이스생명을 떠나는 과정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 내정자는 ING생명 사장으로 내정되기 전, 몸 담고 있던 에이스생명에 사표를 냈다. 에이스생명은 이를 수리했고 정 내정자가 ING생명으로 이직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에이스생명 사장으로 취임한지 6개월 만에 사표를 내고 이직을 결심한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에이스생명에 몸 담고 있으면서 ING생명 신임 사장 인터뷰(면접)를 했을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최고경영자가 조직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다른 회사와 인터뷰를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물론 회사를 선택하는 권한은 정 사장 본인에게 있지만 그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는 부하직원은 없을 것"이라며 "오죽하면 정 내정자가 떠난 에이스생명 직원들은 반기고, 맞이하는 ING생명 직원들은 울상이라는 말이 업계에 회자되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ING생명은 정문국 사장 내정자를 정식으로 선임하는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이사회가 사장을 내정하면 주주총회를 거쳐 사장으로 정식 선임하는 절차를 거친다. ING생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정식 선임을 위한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ING생명 노조 측은 ING생명과 MBK파트너스가 정 내정자의 선임을 강행할 경우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는 MBK파트너스와 ING생명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정 내정자 임명을 강행하면 출근저지투쟁 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315·3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