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의 신호가 잘 감지되지 않고 전망이 불투명하다면 기업은 투자를 머뭇거리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는 현상이 발생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신생기업 수는 77만 개로 전년에 비해 3만9,000개가 줄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2년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다.

소규모 자영업자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인 우리나라에서는 어렵게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하고 다시 창업에 나서는 현상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은 다양한 분야의 통계 분석을 통해 경쟁이 없는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를 의미하는 블루슈머(Bluesumer) 블루슈머는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의미하는 블루오션(Blue Oce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 지난 2007년을 시작으로 2008년, 2009년, 2013년에 그 해의 블루슈머를 선정했다. (편집자주)

올해 2014년 통계청이 발표한 블루슈머는 6가지에 이른다.

◇ 과거를 지워요.. '과거지우개족'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호기심 또는 일시적 필요에 의해 특정 사이트에 가입해 놓고 사용하지 않는 휴면 계정들이 있을 수 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물론 사이트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한국 내 트위터 데이터를 조사하는 사이람(Cyram)에 따르면 한국 내 720만 트위터 계정의 63.6%가 6개월 이상 휴면상태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사이트들에 남겨둔 콘텐츠와 개인정보들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다. 몇몇 연예인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래전에 특정사이트나 블로그 등 SNS에 남겨놓은 콘텐츠가 향후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최근에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폐쇄형 SNS인 ‘밴드(Band)’등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휘발성 SNS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구글의 40억 달러 인수 제의를 거절해 화제가 되었던 미국의 ‘스냅챗(Snapchat)’은 10초가 지나면 받은 사진이나 글이 자동적으로 삭제된다. 국내 포털사이트 ‘다음’의 ‘5초 메시지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1초, 3초, 5초, 10초 단위로 시간설정이 가능하며, 해당시간이 지나면 삭제된다.

사망한 고인들의 인터넷 흔적들을 지워주거나 관리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온라인 상조회사인 미국의 ‘라이프인슈어드닷컴’은 가입한 회원이 사망하면 인터넷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사전에 작성한 유언을 확인한 후 고인의 '흔적 지우기'에 들어간다. 

페이스북 등에 올려둔 사진을 삭제하는 것은 물론 회원이 다른 사람 페이지에 남긴 댓글까지도 일일이 찾아 지워준다. 국내에도 고인의 인터넷 계정, 접속기록, 콘텐츠 등을 삭제해주는 ‘디지털 장례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설정한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자동으로 소멸되는 ‘디지털 소멸 시스템(Digital Aging System)’ 이라 지칭된 특허가 출원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한 개인이 인터넷에서 자신의 흔적을 모두 지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오래된 게시글도 관리해 주는 ‘디지털세탁소’도 선진국에 이어 우리나라에도 등장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중이며,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할 사업 분야 중 하나이다. 

국내의 관련업체인 S사, M사 등은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연예인, 기업인, 정치인뿐만 아니라 신혼부부, 취업 준비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불쾌한 게시글을 관리해 주고 있다.

이외에도 소중한 고인의 디지털 유산을 정리해 영구히 보관할 수 있는 디지털 유산 관리 사업 등도 유망사업 중 하나로 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 스몰웨딩족
작은 결혼식이 화제가 될 만큼 우리나라 예비부부들의 결혼식 비용은 높기만 하다. ‘웨딩푸어’와 ‘허니문푸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것도 높은 결혼비용이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0년 제2차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결혼 비용으로 남자는 평균 8,078만원, 여자는 2,936만원을 썼다. 2013년 한국소비자원이 결혼 당사자와 혼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주택마련 비용을 뺀 1인당 평균 결혼비용이 5,19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 스몰웨딩족 (제공=통계청)
▲ 스몰웨딩족 (제공=통계청)

오랜 경기침체를 겪어온 일본은 경제적 문제로 인해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혼인신고만 한 채 사는 ‘나시혼(ナシ婚)부부’가 신혼부부의 약 4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 바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추세가 곧 도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작은 웨딩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도 등장했다.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통칭, 스드메)을 묶은 합리적인 가격의 패키지 상품도 예비부부들에게 인기다. 

결혼식 비용은 계절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있다. 성수기와 비수기에는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통계청의 인구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사람들이 결혼을 가장 많이 하는 달은 10월과 11월이었다. 결혼 성수기라고 알려진 5월은 3위에 그쳤다. 성수기를 피한다면 결혼식은 물론 신혼여행비도 절감할 수 있다.


해외여행경험이 많은 젊은 예비부부들에게 전통적인 허니문 여행 상품은 별로 인기가 없다. 

온라인 여행업체 E사가 지난 해 20~39세의 미혼인 직장인 남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허니문’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6.1%는 직접 계획한 자유로운 허니문 여행을 선호했고, 패키지 여행상품을 선택한 비율은 13.9%에 불과했다. 

현재 많은 여행사들이 ‘자유허니문 여행’이라는 이름의 실속 여행 상품을 내놓고 있다.

결혼비용 중에는 주택구입 또는 전셋집 마련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대부분 작은 규모의 신혼집을 마련하는데 이런 작은 집을 개조하는 신혼집 인테리어업도 유망한 사업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결혼식 비용을 최소화하고 함께 살 집을 짜임새 있게 재구성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접으면 공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폴딩베드(Folding Bed)와 벽걸이 세탁기 등 공간 절약형 가구, 가전제품도 인기를 얻고 있다.

◇ 4050 여성을 잡아라.. 꽃보다 누나
경기 침체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지만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 가치형소비가 마케팅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루비족(Ruby)’ 또는 ‘골드퀸(Gold Queen)’으로 불리는 4050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평범하고 전통적인 아줌마이길 거부하고 아름다움과 젊음을 위해서는 과감히 투자한다.


4050세대가 소비의 주도층으로 떠오른 것은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이 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2030세대의 2011년 대비 2012년의 소득 증가율은 2.9%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40대 가구의 소득은 6.7%, 50대는 8.5% 올랐다. 4050세대의 소득증가율이 2030세대 소득증가율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생활비 관리는 '아내'가 한다는 응답이 기혼자의 59.8%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4050 여성의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옷, 화장품, 술, 담배, 영화관람 등 본인만을 위한 지출인 개인 용돈 역시 40대(월 39만1,000원)가 가장 많았다. 

불경기 속에서도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4050 골드퀸 여성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가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패션업체에서는 기존의 아줌마 패션이 아닌 4050 여성 전용 브랜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고자 하는 4050 여성을 겨냥한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13 건강기능식품 소비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소비의 40%를 4050 여성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갱년기 증상 완화 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약재를 끓여서 수증기를 쏘이는 좌훈요법을 즐길 수 있는 좌훈 카페도 등장했다. 2030 대상 저가 화장품 기업인 T사는 중년 타깃 온라인몰을 통해 4050 여성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를 출시했다.

외식업계도 소비시장의 큰 손인 4050 여성을 위한 이색 마케팅을 발빠르게 전개하고 있다. 외식기업인 K사는 주부고객을 대상으로 노래교실을 운영 중이며, 오전 시간이 자유로운 중년 여성을 위해 12시 이전에 방문하면 음식 값을 할인해주는 음식점들도 늘고 있다.

이밖에도 중년 여성들과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등장하는 공연 등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