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추가 축소에 신흥국 휘청, 한국은?
펀더멘털 강한 한국 '저위험군', 경상 흑자에 외환보유액 충분…위기 전엽 대비책 마련은 필요
정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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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해에 이어 올 1월에도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결정했다. 이로써 기존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줄어든 양적완화 규모는 100억달러가 더 감소해 매월 650억달러로 조정됐다.
예고된 일이지만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신흥국에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신흥국은 지난해 12월에 실시된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로 인한 자금 이탈과 자국 환율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던 지난 2001년의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결정해 신흥국의 자금유출규모 확대가 불가피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위험한 국가로 꼽히는 건 아르헨티나와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브라질, 멕시코, 태국 역시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임동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다행히 한국은 중국, 필리핀과 함께 안정적 국가로 평가돼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만 신흥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전염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진단이다.
◆신흥국, 고육지책으로 금리인상 단행
지난 1월23일 아르헨티나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포기를 선언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2011년 말부터 달러화의 국외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을 막는다는 이유로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이날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하루만에 14%가 빠져 달러당 7.9페소까지 내려갔다. 하루 낙폭으로는 지난 2002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다. 게다가 외환보유액이 7년만의 최저수준인 294억달러로 감소하면서 디폴트 우려가 확산됐다. 2005년 2월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지 9여년 만에 다시 국가부도 위기에 빠진 것이다.
터키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터키 리라화는 지난 1월23일 달러당 2.29리라로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리라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테이퍼링 결정 이후 15% 가까이 하락했다.
신흥국들은 위기 타개를 위한 카드로 금리인상을 선택했다. 인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은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하기 전 일제히 금리인상에 나섰다. 가정 먼저 금리인상을 단행한 곳은 인도다. 인도는 지난 1월27일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인 RP금리를 7.75%에서 8.00%로 0.25%포인트 올렸다.
다음날 터키도 기준금리인 1주일 REPO금리를 기존 4.5%에서 5.5%로 인상했다. 환율 불안을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한번에 10%포인트를 인상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내린 셈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금리인상 행렬에 동참해 기준금리인 RP금리를 50bp 인상한 연 5.5%로 결정했다. 아르헨티나는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의 달러화 매입을 월 2000달러까지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신흥국 위기에도 美 추가 테이퍼링 확대 지속할 듯
지금 이어지고 있는 신흥국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각국의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심화와 내수 위축에 따른 경기둔화 등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어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김효진 SK증권 애널리스트도 "금리를 인상하는 등 신흥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환율은 일단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누적된 경상적자와 추가 테이퍼링 확대를 감안할 때 현재 위기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신흥국 위기가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광혁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금융불안이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신흥국의 상황은 이러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12월과 1월 FOMC회의를 통해 한번씩 양적완화 규모를 줄인 만큼 앞으로 있을 매 회의 때마다 100억달러씩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효진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이 지난 1994년과 2004년 금리를 인상할 때 대외환경보다는 자국내 변화에 더 무게를 뒀던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단행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994년 멕시코 페소화 사태와 2004년 중국 쇼크 때도 금리인상 속도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외환보유액 넘치는 한국, 일단 '안전'
다행히 경상수지 흑자에 외환보유액도 충분한 한국과 중국은 현재의 신흥국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IMF 위기판단지표에 따른 외환위기 대응 취약 국가 분류를 살펴보면 한국은 필리핀, 콜롬비아, 칠레, 페루와 함께 저위험군에 속한다.
김형민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는 신흥국 전반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어 국내 증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조만간 신흥국별 옥석가리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치를 넘어서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보이고 있어 신흥국 중에서도 펀더멘털(기초경제여건)이 강한 국가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말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19억3000만달러가 증가해 3483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7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연달아 갈아치우고 있다. 경상수지도 지난해 707억3000만달러로 2012년 480억8000만달러보다 47.1%가 늘어나며 사상최대 흑자를 냈다.
하지만 다른 신흥국으로부터의 위기 전염효과에 대한 대비책 마련은 필요하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의 경제여건이 전반적으로 양호해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의 위기가 저위험군의 국가까지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외환보유고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며 주요 국가와의 유동성 공조 강화, 상황별 위기 대응능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촉구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예고된 일이지만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신흥국에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신흥국은 지난해 12월에 실시된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로 인한 자금 이탈과 자국 환율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던 지난 2001년의 악몽이 다시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결정해 신흥국의 자금유출규모 확대가 불가피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위험한 국가로 꼽히는 건 아르헨티나와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브라질, 멕시코, 태국 역시 깊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임동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다행히 한국은 중국, 필리핀과 함께 안정적 국가로 평가돼 큰 피해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만 신흥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전염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진단이다.
◆신흥국, 고육지책으로 금리인상 단행
지난 1월23일 아르헨티나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포기를 선언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2011년 말부터 달러화의 국외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을 막는다는 이유로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이날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하루만에 14%가 빠져 달러당 7.9페소까지 내려갔다. 하루 낙폭으로는 지난 2002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다. 게다가 외환보유액이 7년만의 최저수준인 294억달러로 감소하면서 디폴트 우려가 확산됐다. 2005년 2월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지 9여년 만에 다시 국가부도 위기에 빠진 것이다.
터키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터키 리라화는 지난 1월23일 달러당 2.29리라로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리라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테이퍼링 결정 이후 15% 가까이 하락했다.
신흥국들은 위기 타개를 위한 카드로 금리인상을 선택했다. 인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은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하기 전 일제히 금리인상에 나섰다. 가정 먼저 금리인상을 단행한 곳은 인도다. 인도는 지난 1월27일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인 RP금리를 7.75%에서 8.00%로 0.25%포인트 올렸다.
다음날 터키도 기준금리인 1주일 REPO금리를 기존 4.5%에서 5.5%로 인상했다. 환율 불안을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한번에 10%포인트를 인상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내린 셈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금리인상 행렬에 동참해 기준금리인 RP금리를 50bp 인상한 연 5.5%로 결정했다. 아르헨티나는 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의 달러화 매입을 월 2000달러까지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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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위기에도 美 추가 테이퍼링 확대 지속할 듯
지금 이어지고 있는 신흥국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각국의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심화와 내수 위축에 따른 경기둔화 등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어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김효진 SK증권 애널리스트도 "금리를 인상하는 등 신흥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환율은 일단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누적된 경상적자와 추가 테이퍼링 확대를 감안할 때 현재 위기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신흥국 위기가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광혁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금융불안이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신흥국의 상황은 이러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는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12월과 1월 FOMC회의를 통해 한번씩 양적완화 규모를 줄인 만큼 앞으로 있을 매 회의 때마다 100억달러씩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효진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이 지난 1994년과 2004년 금리를 인상할 때 대외환경보다는 자국내 변화에 더 무게를 뒀던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단행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1994년 멕시코 페소화 사태와 2004년 중국 쇼크 때도 금리인상 속도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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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양동욱기자 |
◆외환보유액 넘치는 한국, 일단 '안전'
다행히 경상수지 흑자에 외환보유액도 충분한 한국과 중국은 현재의 신흥국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IMF 위기판단지표에 따른 외환위기 대응 취약 국가 분류를 살펴보면 한국은 필리핀, 콜롬비아, 칠레, 페루와 함께 저위험군에 속한다.
김형민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는 신흥국 전반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어 국내 증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조만간 신흥국별 옥석가리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치를 넘어서고 경상수지도 흑자를 보이고 있어 신흥국 중에서도 펀더멘털(기초경제여건)이 강한 국가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말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19억3000만달러가 증가해 3483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7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연달아 갈아치우고 있다. 경상수지도 지난해 707억3000만달러로 2012년 480억8000만달러보다 47.1%가 늘어나며 사상최대 흑자를 냈다.
하지만 다른 신흥국으로부터의 위기 전염효과에 대한 대비책 마련은 필요하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의 경제여건이 전반적으로 양호해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의 위기가 저위험군의 국가까지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외환보유고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며 주요 국가와의 유동성 공조 강화, 상황별 위기 대응능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촉구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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