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빛낸 바흐와 커피를 사랑한 베토벤
구대회 커피테이너(커피꼬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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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하고, 헨델을 음악의 어머니라고 부른다. 그만큼 음악사에 큰 영향을 끼친 분들이기에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별칭까지 붙은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음악의 어머니를 헨델이라고 하길래 그가 여성인 줄로만 알았다. 실제로 그의 인물화를 보면 하얀 머리를 길게 길렀지 않은가. 한참 후에 안 사실인데 그건 가발이었다.
바흐는 일생 동안 주로 교회 음악을 작곡하였는데, 커피 역사에도 한 획을 긋는 멋진 작품을 남겼다. 우리에게는 ‘커피칸타타’로 더 알려진 ‘칸타타 BMV211’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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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구대회 커피테이너(커피꼬모 대표) |
커피를 찬양하는 음악이자 세계 최초의 커피 광고 음악인 이 곡은 독일 라이프치히의 치머만의 커피하우스에서 초연되었다. 커피 유행을 타고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된 이 곡은 커피를 끊으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와 이를 거부하는 딸 간의 실랑이가 주된 내용이다.
아! 맛있는 커피. 천 번의 키스보다 황홀하고, 머스캐털 포도주보다 달콤하다. 커피가 없으면 나를 기쁘게 할 방법이 없지요. (중략)
내가 원할 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자유를 약속하고 내 결혼 생활에서 그것을 보장하지
않는 한, 어느 구혼자도 내 집에 올 필요가 없어요.
< 커피칸타타 일부 >
18세기 바흐 당시에는 커피하우스에 여성이 출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성 아리아 부분을 남성이 가성으로 불러 더욱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줬다고 한다.
바흐는 일생 동안 오페라를 한 편도 작곡하지 않았는데, ‘커피칸타타’는 작은 희극 오페라 같은 곡이기 때문에 그의 음악사에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베토벤은 일생을 독신으로 살면서 가난 때문에 오스트리아의 빈에서만 5대의 낡은 피아노를 가지고 39번이나 이사를 했다고 한다. 그의 삶이 얼마나 궁핍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포기할 수 없는 기호품이 있었으니 바로 커피였다. 베토벤이 살았던 18~19세기만 해도 커피는 지금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대중 음료가 아니었다.
얼마 안 되는 생활비를 따로 떼어 커피를 구했을 그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련해진다. 불가능한 일인 줄 알지만,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가 커피라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그에게 일생 동안 커피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싶다.
베토벤이 아침식사를 위해 준비한 커피는 정확히 60알의 원두. 놀라운 것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한 잔의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 사용되는 커피 양이 약 7~8g원두이며, 이를 헤아리면 약 55개~60개 라는 사실이다.
그는 음악만큼이나 맛을 위해 커피에도 지독한 완벽함을 추구했던 것이다. 서서히 청력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그의 전부는 음악이었지만, 그에게 에너지원이며 휴식 같은 존재는 커피가 아니었을까?
그의 친구이자 ‘마탄의 사수’를 작곡한 베버는 베토벤의 집을 방문했을 때를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방 안이 온통 악보와 옷으로 어질러져 있으나, 테이블에는 악보 용지 한 장과 끓는 커피가 있었다.” 그가 항상 커피를 가까이 했음을 보여주는 예다.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그토록 커피를 좋아했던 그가 왜 커피 관련 음악을 한 곡도 남기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누군가 그에게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될 곡을 주문했다면, 아마 후세의 커피애호가들은 특별한 호사를 누렸을 텐데,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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