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장님은 '해외 출장중'
새 먹거리 찾아 동분서주… 당국도 '규제완화' 뒷받침
성승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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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지난 3월28일 브라질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2박3일 일정으로 한국과 중남미 국가 간 협력강화를 위한 미주개발은행(IDB)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의 해외일정은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한 지 2주 만에 잡혔다. 이 행장은 이날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 IDB총재와 면담을 갖고 한국과 중남미 국가 간 경제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그는 각국 개발금융기관 및 국제 상업은행 관계자와 만나 중남미 지역의 건설·인프라사업·자원개발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한국기업이 진출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향후 금융지원 방안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 3월26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발리와 자카르타를 잇따라 방문했다. 인도네시아 사우다라은행(Saudara Bank) 인수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장은 고객중심의 영업전략과 IT강국으로서의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사우다라은행에 도입, 현지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은행인 사우다라은행의 지분인수에 대한 최종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주말 잊은 은행장들, 해외방문 잇따라
이처럼 국내 시중은행장들의 해외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저금리와 경기침체, 대기업 부실 등으로 국내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은행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이는 국책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국책은행장들은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기업들의 해외지원을 늘리기 위해 국가 간 경제협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시중은행장들은 올 들어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를 위한 해외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일부 은행장들은 주말까지 반납하고 해외영업에 나서는 상황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 2월26일 4박5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기업은행 베이징 분행 오픈 기념식 참석을 위해서다. 또 한달 뒤인 지난 3월27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조용히 태국출장을 다녀왔다. 권 행장이 태국까지 날아간 이유는 'IBK최고경영자클럽' 세미나 참석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허리 역할을 맡는 수출입 중소기업 사장단의 모임인 만큼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지난 3월9∼12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현지 통합법인인 'PT Bank KEB Hana' 출범식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했다. 통합 인도네시아 법인은 총자산 14조6000억루피아(한화 약 1조2590억원), 자기자본 2조7000억루피아(약 2350억원) 규모다. 김 행장은 외환은행과 힘을 합쳐 인도네시아 우량기업 및 개인고객 유치를 통한 현지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지난 3월21일 취임한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오는 5월 열리는 카자흐스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 행장은 카자흐스탄 등 신흥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아직 공식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지만 서진원 신한은행장도 글로벌 영업을 위해 해외출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목 부상으로 깁스 중인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국내에 머물면서 해외현황을 확인 중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직접 해외에 방문하지 못하는 만큼 해외지점의 현황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익 반토막 위기의식… 해외네트워크 눈 돌려
이처럼 은행장들이 해외방문에 나서는 것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정책과 저금리 기조에 따른 경기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에서는 더 이상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의 작년 실적은 대부분 2008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대기업들의 잇단 부실과 워크아웃 등이 겹쳐 각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쌓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해외진출 확대는 은행의 생존과도 연결돼 있다. 당분간 저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처럼 수익이 계속 떨어지면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은행장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대기업 부실 등으로 은행의 실적이 계속 하락하면서 은행장들도 적잖은 위기를 느끼고 있다"면서 "해외를 방문할 때도 영업에 가장 큰 목적을 둔다. 한마디로 (귀국할 때) 빈손으로 오면 안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은행들의 수익성 하락으로 불안하기는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이미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을 전국민에게 확인시켜준 만큼 이러한 악영향이 시중은행으로 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해외진출 규제완화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은행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독려하는 상황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성장에 한계를 보이는 우리 금융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해외진출 관련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금융계는 발상의 전환으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해외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면서 "금융회사가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외진출 관련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완화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은행들의 경쟁력 강화라고 꼬집는다. 또 단기성과에만 치중하는 국내 금융사의 평가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의 중심은 사람이다. 단기적으로 접근해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면 십중팔구 실패하게 될 것"이라며 "각 나라의 문화와 인성을 분석해 우리나라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IT분야를 금융네트워크에 접목시키고 특히 최근 논란이 된 보안시스템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또한 그는 각국 개발금융기관 및 국제 상업은행 관계자와 만나 중남미 지역의 건설·인프라사업·자원개발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한국기업이 진출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향후 금융지원 방안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 3월26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 발리와 자카르타를 잇따라 방문했다. 인도네시아 사우다라은행(Saudara Bank) 인수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장은 고객중심의 영업전략과 IT강국으로서의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사우다라은행에 도입, 현지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은행인 사우다라은행의 지분인수에 대한 최종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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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훈 수출입은행장(오른쪽) |
◆주말 잊은 은행장들, 해외방문 잇따라
이처럼 국내 시중은행장들의 해외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저금리와 경기침체, 대기업 부실 등으로 국내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은행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이는 국책은행들도 마찬가지다. 국책은행장들은 경기침체 등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기업들의 해외지원을 늘리기 위해 국가 간 경제협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실제 대부분의 시중은행장들은 올 들어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를 위한 해외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일부 은행장들은 주말까지 반납하고 해외영업에 나서는 상황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 2월26일 4박5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기업은행 베이징 분행 오픈 기념식 참석을 위해서다. 또 한달 뒤인 지난 3월27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조용히 태국출장을 다녀왔다. 권 행장이 태국까지 날아간 이유는 'IBK최고경영자클럽' 세미나 참석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허리 역할을 맡는 수출입 중소기업 사장단의 모임인 만큼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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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주 기업은행장(왼쪽 3번째) |
지난 3월21일 취임한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오는 5월 열리는 카자흐스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 행장은 카자흐스탄 등 신흥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아직 공식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지만 서진원 신한은행장도 글로벌 영업을 위해 해외출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목 부상으로 깁스 중인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국내에 머물면서 해외현황을 확인 중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행장이 직접 해외에 방문하지 못하는 만큼 해외지점의 현황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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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준 하나은행장(왼쪽에서 3번째) |
◆수익 반토막 위기의식… 해외네트워크 눈 돌려
이처럼 은행장들이 해외방문에 나서는 것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금융소비자보호 강화정책과 저금리 기조에 따른 경기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에서는 더 이상 안정적인 수익원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의 작년 실적은 대부분 2008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대기업들의 잇단 부실과 워크아웃 등이 겹쳐 각 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쌓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해외진출 확대는 은행의 생존과도 연결돼 있다. 당분간 저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처럼 수익이 계속 떨어지면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은행장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대기업 부실 등으로 은행의 실적이 계속 하락하면서 은행장들도 적잖은 위기를 느끼고 있다"면서 "해외를 방문할 때도 영업에 가장 큰 목적을 둔다. 한마디로 (귀국할 때) 빈손으로 오면 안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은행들의 수익성 하락으로 불안하기는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이미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을 전국민에게 확인시켜준 만큼 이러한 악영향이 시중은행으로 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해외진출 규제완화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은행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독려하는 상황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성장에 한계를 보이는 우리 금융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해외진출 관련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금융계는 발상의 전환으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해외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면서 "금융회사가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외진출 관련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완화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은행들의 경쟁력 강화라고 꼬집는다. 또 단기성과에만 치중하는 국내 금융사의 평가방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의 중심은 사람이다. 단기적으로 접근해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면 십중팔구 실패하게 될 것"이라며 "각 나라의 문화와 인성을 분석해 우리나라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IT분야를 금융네트워크에 접목시키고 특히 최근 논란이 된 보안시스템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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