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헤븐, ‘까페 데 엠브르’ 이야기
구대회 커피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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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까페 한 곳을 꼽으라면, 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단한 곳을 추천할 것이다. 바로 일본 도쿄의 긴자에 위치한 ‘까페 데 엠브르’다.
여기는 안락한 의자도 없고, 공간도 협소하며, 때로 담배연기까지 자욱한 곳이다. 그럼에도 이 곳이 매력적인 것은 바로 한 가지, 세계 최고의 커피란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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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공=구대회 커피테이너 |
첫째는 명성에 비해 작은 규모(약 13평)였다. 둘째는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분할해 사용하는 점이었다. 'ㄴ’자형 바에는 10개의 의자를 갖췄고, 바 맞은편에는 6개의 원형테이블과 12개의 나무의자가 있었다.
물론 내부에 깨끗한 화장실이 있었고, 한 평 남짓한 사무실과 직원휴게실도 있었다. 그리고 후지 로스터 2대(7kg, 3.5kg)를 갖춘 로스팅 룸까지 있었다. 마지막은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직원들의 숙련도였다.
9년 차 경력의 스탭부터 37년 차 경력의 매니저까지 세월만큼이나 그들의 실력은 내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은은하고 따뜻한 느낌의 간접조명과 손님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음악은 내 마음을 한결 차분하게 했다. 그리고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 따뜻한 실내는 외투를 벗고 좀 더 자유로이 커피를 즐기게 해주었다.
나는 커피 메뉴에 적혀 있는 숫자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cuba74' 'columbia54' 등. 설마 숫자는 생두 수확년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지. 직원을 불러 물어보니 설마 했던 내 생각이 맞았다. 수십 년의 세월이 만들어 낸 일명 에이지드 빈(aged bean)이었다.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cuba74' single(원두18g)을 미디움 잔(70ml)에 주문했다.
직원은 분쇄한 18g의 원두로 70ml의 커피를 추출했다. 통상적인 추출량의 1/3밖에 안 되는 양으로 일반 커피보다 농도가 3배 정도 되었다. 플란넬로 드립을 했는데, 그 동안 내가 본 방법과는 상이한 추출법이었다.
드립포트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주둥이 각도만을 조절하면서 플란넬 필터를 회전시키면서 추출을 했다. 보통은 필터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드립포트의 각도를 조절하고 회전하면서 추출을 한다.
드디어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중강배전으로 로스팅한 것으로 뜨거웠을 때와 온도가 떨어지면서 맛이 다르게 느껴졌다. 약간 혀를 마비시키는 느낌. 정말 숙성이 잘된 와인을 마시는 것 같다. 혀가 좀 얼얼하기도 하고 후미에서는 조금 달달한 맛이 왔다.
커피가 식으니 쓴 맛이 강해지고 신맛도 조금 느껴진다. 매력적인 것은 아로마가 길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난 후 20여 분이 지났음에도 잔향이 안에서 치고 올라온다. 정말 대단한 커피다.
이곳은 오직 커피만을 판다. Only coffee, 커피 이외에는 흔한 쿠키나 조각 케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온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그렇지만, 고객들이 풍기는 이미지가 차분하고 고급스럽다.
바를 포함해 22개의 자리가 꽉 찼다. 손님들은 대부분 중년을 넘 긴 분들이고, 간혹 20~30대도 보인다. 남녀인 것으로 보아 데이트를 즐기러 이곳을 찾은 것 같다. 커피 가격(800~900엔)또한 다른 곳의 1.5배~2배에 이르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은 좀 불편할 것이다.
다른 곳에서 두 번 마실 돈으로 나는 이곳에서 한번 마시는 것을 택하겠다. 커피가 주는 기쁨이 두 배가 넘기 때문이다. 커피의 끝을 보고 싶다면, 이곳을 방문해보라. 적어도 커피 자체로만 본다면, 이곳은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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