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어리숙해 보험료를 다 내고 보험금은 받지 못하는 '자발적 호갱(호구 고객)'이 될 뻔했다. 몇해 전 남편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남편의 대장검사 중 용종이 발견됐다. 수면 내시경 검사 중 제거한 것이니 '아, 그렇구나~'하고 돌아선 것이 끝.

 

그런데 우연히 금융서적을 읽다 눈에 번쩍 띄는 문구를 발견했다. 대장내시경 검사 중 용종을 제거한 것도 수술이라는 것. 생명보험의 수술특약에 가입했을 경우 수술비 청구가 가능하단다.

 

그 흔한 실손의료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부부지만 배우자 사망 시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정기보험 가입자이기에 증서를 뒤적여봤다. 과연 웬만한 생명보험에는 으레 포함된다는 수술특약이 있었다. '허걱! 50만원'. 당시 용종 제거비용으로 3만원 냈는데, 이게 웬 횡재냐 싶다. 떨리는 마음으로 보험사 콜센터에 연락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받아 적었다.

 

사실 그간 '마음 편하자고' 보험에 가입해 놓고서 보험금을 받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지난해 명절 때는 아이가 바이러스 질환으로 3일간 입원하기도 했지만 입원비 지급조건이 '3일 초과'가 기준이어서 문턱에서 돌아섰다. 내심 보험 무용론이 마음속에서 솟구치던 찰나였다.

 

그런데 다시 찬찬히 보험증서를 보니 '헐!'. 생명보험에는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손해보험의 질병입원의료비 보장이 있었다. 3일 초과 규정도 없었다. "그때 몇십만원의 입원 제비용은 대부분 돌려받을 수 있겠구나. 눈물 주르륵."

 

기실 '몰라서 보험금 제대로 못 챙기는' 보험소비자가 한둘이랴. 어디 하늘에서 돈 안 떨어지나 궁리하지 말고 그동안 꽁꽁 묵혀둔 보험증서가 있다면 찬찬히 뜯어보자.

 

 

[머니119] 보험 호갱님 탈출하려면 '숨은 그림' 찾아라

 
경미한 디스크가 1000만원?…당신의 보험금을 의심하라

 

아이러니컬하게도 보험금을 잘 받으려면 시선이 '삐딱'해야 한다. 보험전문가들은 사고나 질병으로 보험금을 청구할 일이 생겼다면 지급받는 금액이 적정한지 의심해보라고 말한다.

 

빙판길에 넘어져 허리를 삐끗한 A씨. 병원에서 디스크(추간판탈출증)라는 얘기를 듣고 보험설계사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금 관련 문의를 했다.

 

"수술하셨나요?" "아니요."

"입원하셨나요?" "아니요."

 

A씨는 속상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 했다. 디스크로 허리가 아프지만 수술할 정도는 아니어서 며칠 물리치료만 받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A씨가 받을 보험금이 없었을까. 윤용찬 '보험금숨은그림찾기 재능기부센터' 이사는 "디스크는 입원하지 않아도, 수술하지 않아도 장애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CT나 MRI 검사를 통해 추간판탈출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하지방사통(주변부위로 뻗치는 증상)이 있다면 생명보험의 특약 중 '재해상해특약'에 가입한 경우 '척추장해'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경미한 디스크로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약간의 추간판탈출증은 '장해율 10%'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보험금도 적지 않다. 윤 이사는 "재해상해특약은 가입금액이 큰 편이라 장해율 10%인 경우 보장금액이 1억원이었다면 최대 1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단 디스크만 누락되는 것이 아니다. 이영희 법무법인 미담 손해사정사는 "외모에 흉터가 남은 경우 어깨나 무릎, 발목의 인대파열 등으로 수술이나 치료를 받은 경우 등도 장해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꼭' 칼을 대는 수술을 해야 수술특약이 적용된다는 선입견도 버리는 것이 좋다. 방사선치료를 받거나 약을 먹어도 수술특약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항암방사능 치료. 암 진단을 받으면 암 진단보험금과 암 수술보험금 등 비교적 적지 않은 금액을 받기 때문에 '추가보험금'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달 이상 방사능 치료를 받으면 방사능의 양이 대략 5000라드(Rad)에 이르고 이 경우 '수술특약'에 의한 보험금을 추가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 갑상선 등 '먹는 약'으로 방사능치료를 받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수술보험금 지급대상이 된다.

 

이밖에도 흔히 보험에서 제외된다고 생각하기 쉬운 쌍꺼풀수술이나 치과 치료도 보험금 지급대상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예뻐지기 위해 하는 성형수술에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지만 눈꺼풀이 아래로 처지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성형외과에서 안검하수술을 받았다면 보험금이 지급된다. 또한 치아보험이 아니더라도 치주염으로 치조골이식술을 한 경우라면 수술특약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다.

 

윤 이사는 "보험약관은 상식과 다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레 '이런 건 보험금 지급이 안되겠지'라며 포기하지 말라는 것. 그는 보험금 지급 적용영역은 방대하다고 지적했다.

 

약관에 명시된 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수술특약의 경우 약관에는 80여가지만 명시돼 있지만 하나하나 세세한 병명으로 들어가면 실제 1700여개에 이를 정도로 적용대상이 넓다"고 말했다. 제대로 알고 찾아내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보험금 누락 방지를 위한 필수 Q&A

 

Q. 2년이 지난 보험금은 청구할 수 없나.
A. 일반적으로 보험금 청구권은 청구할 일이 발생한 지 2년이 지나도록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된다. 하지만 2년이 지났다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영희 손해사정사는 "보험금 청구기간 2년이 지났더라도 대부분 사유를 밝히고 청구하면 보험금을 지급해준다"고 말했다.

 

Q. 보험금 수령 후 갱신 시 불이익은 없나.
A. 사소한 보험금을 지급 받은 뒤 추후 갱신 시 '가입거절' 등이 되는 게 아닐까 불안할 수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동갱신'이 적용돼 보험가입자가 해지 등의 의사가 없다면 계약은 만기까지 유지된다.

 

Q. 보험약관은 봐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할까.
A.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윤 이사는 "보험약관을 보고 이해한다면 관련 분야 전문가 또는 이상한 사람(?)일 것"이라며 "모국어로 써있지만 알 수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미한 질병이나 사고라면 고객센터를 통해 문의하고 중대한 사안일 경우 손해사정사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보험관련 단체에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다. 올댓인슈(www.allthatinsu.net)의 바른보험만들기(보험금숨은그림찾기)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보험전문가들이 무료로 보험금 수령을 도와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