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니코틴 기다리는 몸과의 싸움은 '전쟁'
담뱃값, 어찌 하오리까 / 금연 직접 해보니
심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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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0년 간 2500원선을 유지하던 담배가 내년부터 4500원까지 오른다. 담뱃값 인상 예고에 사재기 움직임이 포착됐고 당황한 정부는 '벌금'을 들고 통제에 나섰다. '담뱃값 4500원'을 둘러싸고 얼키고 설킨 대한민국을 <머니위크>가 취재했다.
9월12일 오후 7시 <머니위크> 기획회의가 열렸다. 커버스토리의 주제가 '담배'로 정해졌다. 개별기사 중 하나로 실제 금연체험기를 전달하고 담배 끊는 요령을 독자에게 소개키로 했다. 기자가 당첨됐다. 비자발적으로….
회의 종료 후 '그래 뭐, 일주일 동안만 해보지'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퇴근 후 지하철 타기 전 마지막 담배를 하나 피웠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1개비가 참 빨리도 사라졌다.
◆담뱃값 오르면 금연한다고?
기자는 담뱃값이 오른다고 해서 흡연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사안은 별개의 문제라는 경험을 갖고 있어서다. 기자는 대학시절인 지난 2007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1년간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떠나기 전 먼저 연수를 다녀온 사람들은 담뱃값이 비싸니 최대한 아껴 피우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연수를 떠나기 전 공항에서 디스플러스 2보루를 사서 출국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담뱃값은 상상을 초월했다. 말보로 라이트 한갑이 무려 8유로. 아일랜드 대부분의 담뱃값은 7.5~8유로였다. 당시 환율이 대략 1400원이었으니 담배 한갑의 가격이 1만원인 셈이다.
그렇다면 기자는 한국에서 들고 간 디스플러스 2보루를 다 피운 후 담배를 끊었을까. 불행히도 그러지 못했다. 대신 밥값을 줄였다. 한인마트에서 판매하는 한국쌀이 아닌 중국마트에서 판매하는 태국쌀을 먹었다. 가장 흔하게 먹는 베이컨은 테스코에서 '하프 프라이스'(절반가격) 제품만 구입했다.
담배는 8유로짜리 말보로 라이트를 꼬박꼬박 폈다. 물론 피우는 양은 많이 줄었다. 대신 프라하 등 동유럽을 여행하는 주변사람들에게 웃돈을 얹어주며 담배 심부름을 시켰다. 한국보다는 비싸지만 동유럽의 담뱃값은 아일랜드의 절반 수준이어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8월 발표한 '담배 및 주류의 가격 정책효과'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금연의사 담뱃값'은 8497원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층의 경우 9660원이다. 4500원으로 담뱃값이 인상되면 금연인구가 감소할까. 기자의 경험과 통계를 살펴봤을 때 '세수 확보를 위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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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승희 기자 |
◆담배와 이별했던 일주일
13일(토요일) = 아침이 밝았다. 침대 옆 서랍장에서 담배를 찾았다. '아 나 담배 피면 안되지'. 아침에 일어나서 담배 하나를 피워야 잠이 깨고 뭔가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 드는데, 담배를 안 피워서 그런지 잠이 잘 깨지 않는 기분이다. 오후에는 더 힘들었다.
이날은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가을야구 진출을 두고 중요한 일전을 치르는 날이었다. 롯데팬인 기자는 당연히 롯데가 이기길 바랐다. 하지만 4대 3으로 롯데가 졌다. 순간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손이 허전해 괜히 텔레비전 리모컨을 만지작거렸다.
14일(일요일) = 이날이 금연체험기간 중 가장 힘들었다. 생활습관이 무섭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았다. 오후 4시 대학 후배들과 한 저녁약속에 나가기 위해 샤워를 했다. 샤워 전 항상 담배를 피웠던 습관상 흡연 욕구를 정말 참아내기 힘들었다. 머릿속에서 '하나만 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오후 6시 약속장소인 신촌 현대백화점에 도착했다. 후배들이 10분 정도 늦는단다.
평상시였다면 당연히 담배를 폈을 것이다. 담배 한개비 피는 시간이 5분이라면 두어개만 피면 후배들이 도착한다. 하지만 근처 편의점으로 가 담배가 아니라 껌을 사서 씹었다. 다행히 껌 하나 씹고 돌아오는 길에 후배들이 도착했다. 저녁을 먹고 헤어지는 길,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도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어쩔 수 없이 또 껌을 씹었다.
15일(월요일) = 회사로 출근했다. 자고로 직장인의 로망은 '모닝담배'와 커피믹스 한잔인 법. 그러나 이날은 커피를 입에 머금고 있어야 했다. 점심을 먹은 오후, 서대문구보건소 6층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일산화탄소 검사와 니코틴 의존도 검사를 받았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담배를 안 폈더니 일산화탄소 검사는 11이 나왔다. 하루 평균 담배를 10~13개비 정도 피우는 기자의 의존도는 다행히 5가 나왔다.
일산화탄소 검사는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이면 0~6, 하루 반갑에서 한갑을 피우는 사람은 7~20이 나온다고 한다. 니코틴 의존도 검사는 1~10단계로 나눠지는데 ▲1~2 매우 낮음 ▲3~4 낮음 ▲5 중간 ▲6~7 높음 ▲8~10 매우 높음이다. 두 수치를 기준으로 금연클리닉에서는 금연패치와 금연껌, 입에 물어도 인체에 해롭지 않은 연필 등을 제공한다.
16일(화요일) = 이날은 사무실이 아닌 모 보험사 기자실로 향했다. 평상시 아침이었다면 홍보담당자와 함께 담배를 피면서 업계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고 취재대상을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에는 그냥 커피와 녹차만 마셨다. 또 자주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았더니 왠지 하루 종일 정신이 몽롱한 느낌이 들었다.
17일(수요일) = 월요일과 화요일을 잘 참아서일까. 수요일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아~담배 하나 필까'하다가 '못 피는구나'라는 생각이 몇십분에 한번씩 스쳤을 뿐이다. 그런데 위기는 다른 곳에서 찾아왔다. 집앞 치킨집에서 동네 친구와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기로 했다. 날씨가 따듯한 탓에 치킨집 바깥에 자리를 잡았다. 금연구역인 실내와 달리 실외는 담배를 필 수 있었다. 치킨 한조각, 맥주 한모금을 먹고 마실 때마다 담배가 생각났다. 금연구역이 많으면 흡연량이 줄 것이라는 데 동의하게 됐다.
18일(목요일) = 드디어 기사 마감날이다. 마감날은 평상시보다 담배를 더 많이 피게 된다. 기사가 안 풀릴 때마다 담배를 피기 때문이다.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담배 생각이 간절하다. 옆자리 후배는 놀리듯 '선배, 담배 하나 피시죠'라고 제안한다.
금연 5일 정도가 지나니 속이 약간 미식거리는 느낌이다. 보건소 상담사에게 물어보니 매일 들어오던 것(니코틴, 타르 등)이 안 들어오니 몸이 반응하는 것이라고 한다. 조금만 견디면 괜찮아질 것이란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계속 '아~ 빨리 기사마감하고 담배 피워야겠다'는 생각만 떠오른다.
◈준비단계
금연의 날을 정하고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금연할 것임을 공표해야 한다. 또한 집, 차, 근무지에서 담배와 관련된 모든 것을 치우고 금연하는 동안 극복할 계획을 세운다.
◈금연단계
담배 생각이 날 때는 손이 불안하다. 손이 허전하지 않도록 연필, 장난감구슬, 물병 등을 쥐고 다녀라. 또한 식후에는 양치를 바로 하거나 산책을 하라. 운전 중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금연기간 초기에는 운전 대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술은 담배를 부르는 최고의 적이다. 술을 적게 마시거나 자제하라. 술 대신 주스, 탄산음료, 냉수를 마셔라. 술집에 가서도 흡연석이 아닌 금연석에 앉아라. 흡연 욕구는 약 3~5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이 짧은 욕구가 사라질 때만 잘 참으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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