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위기에 강한 '조용한 리더십'
CEO In & Out /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
성승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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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활짝 웃었다. 금융지주 자산규모로 창립 이래 첫 1위에 올랐다. 그동안 6년 연속 순이익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자산규모까지 선두를 차지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14년 상반기 은행지주회사 경영실적'(연결기준)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자산규모는 전년 대비 3.8% 상승한 323조원을 기록했다. 2위인 하나금융지주(314조원)보다 9조원가량 앞선 규모다.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자산규모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위는 NH농협금융지주(310조원)가 차지했고 그동안 리딩뱅크로 불렸던 KB금융지주는 자산규모 299조원으로 4위에 머물렀다.
신한금융이 금융지주 선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는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영향이 컸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기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매각으로 자산규모 5위로 떨어졌지만, 매각 이전까지만 해도 줄곧 1위를 달렸다. 그 뒤를 신한금융이 바짝 따라붙다 올 상반기 첫 선두권을 거머쥔 것이다.
신한금융이 1등 금융지주로 부각되면서 자연스럽게 한동우 회장의 조용한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대외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대내적으로는 철저한 '관리 신한' 경영을 펼치며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매년 성장세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신한금융이 가장 안정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며 "신한의 약진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초저금리시대서 기회를 찾다
한동우 회장의 리더십이 빛나는 이유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경영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 환경은 한마디로 위기의 연속이다. 경기침체와 초저금리시대가 맞물리면서 은행과 보험, 카드 등 금융사들의 영업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지 못해 기업들의 대규모 예금마저 거절하는 초유의 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한 회장의 대처법은 달랐다. 저금리 기조로 금융권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자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뒀다. '관리의 신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그는 '따뜻한 금융 2.0,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고객의 가치상승이 곧 신한의 가치 극대화라는 마케팅을 펼쳤다.
그의 선택은 적중했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와 대기업 투자손실 등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에 몰릴 때 신한금융은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했다.
한 회장은 "고객의 가치가 커짐에 따라 신한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 신한의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이라며 "신한이 더 많은 고객의 성공을 돕고 필요한 곳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면 사회 전체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신한이 선두은행으로 도약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설립 이래 전략적 인수합병(M&A)를 통해 카드와 금융투자, 생명보험 등 비은행부문 사업을 강화했다. 지난해 기준 신한금융 당기순이익 비중을 보면 은행부문 62%, 비은행부문 38% 등으로 이른바 은행 쏠림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신한금융이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도 이 같은 계열사 포트폴리오 분산 영향이 컸다.
◆"스마트금융으로 해법 찾겠다"
한 회장은 1위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다.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로드맵도 제시했다. 우선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가 스마트금융 선점이다.
그는 신속성과 정확성,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분야가 스마트금융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대면과 비대면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한 회장은 지난 9월1일 열린 신한금융 창립 13주년 기념사를 통해 "정보통신(IT)기술의 발달과 스마트기기의 혁신이 금융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며 "변화하는 금융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고객, 시장, 그리고 상품을 탐색하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한금융이 개별 회사의 벽을 넘어 고객에게 진정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자문해 보면 개선의 여지가 많다"며 "우리의 시너지를 고객중심으로 더욱 강화하고 고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등 금융지주사 자신감 보여줄 때"
신한금융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성적표를 내놓았지만, 금융권에서 신한금융을 보는 시각은 다소 부정적이다. 리딩뱅크 역할에 나설 때가 됐음에도 신한금융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한 임원은 "금융권에서 신한이 리딩뱅크 역할을 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하지만 지금의 금융 흐름을 보면 리딩뱅크는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전면에 나섰다가 자칫 (금융당국에) 찍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리딩뱅크란 금융권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우량은행을 의미한다. 금리체계의 변화와 영업 관행을 주도하고 금융당국의 정책시행과정에서 당국과 중·소형은행 간 매개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고 건실한 은행이 맡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자산과 실적이 우수한 KB국민은행(KB금융지주)이 맡았다. 하지만 최근 CEO리스크로 KB금융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이 줄줄이 사퇴해 사실상 지금은 리딩뱅크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동우 회장이 사실상 금융권의 선두를 꿰찬 만큼 이제는 KB금융지주의 뒤를 이어 리딩뱅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1등 금융지주사 회장으로서의 자신감을 보여줄 때"라고 지적했다.
☞ 한동우 회장 프로필
▲1948년 부산출생 ▲부산고 ▲서울대 법학과 ▲신한은행 종합기획부 부장 ▲신한은행 이사 ▲신한은행 상무이사 ▲신한은행 개인고객본부 신용관리담당 부행장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신한생명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14년 상반기 은행지주회사 경영실적'(연결기준)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자산규모는 전년 대비 3.8% 상승한 323조원을 기록했다. 2위인 하나금융지주(314조원)보다 9조원가량 앞선 규모다.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자산규모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위는 NH농협금융지주(310조원)가 차지했고 그동안 리딩뱅크로 불렸던 KB금융지주는 자산규모 299조원으로 4위에 머물렀다.
신한금융이 금융지주 선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는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영향이 컸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기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매각으로 자산규모 5위로 떨어졌지만, 매각 이전까지만 해도 줄곧 1위를 달렸다. 그 뒤를 신한금융이 바짝 따라붙다 올 상반기 첫 선두권을 거머쥔 것이다.
신한금융이 1등 금융지주로 부각되면서 자연스럽게 한동우 회장의 조용한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대외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대내적으로는 철저한 '관리 신한' 경영을 펼치며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매년 성장세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5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신한금융이 가장 안정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며 "신한의 약진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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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시대서 기회를 찾다
한동우 회장의 리더십이 빛나는 이유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경영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권 환경은 한마디로 위기의 연속이다. 경기침체와 초저금리시대가 맞물리면서 은행과 보험, 카드 등 금융사들의 영업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은행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지 못해 기업들의 대규모 예금마저 거절하는 초유의 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한 회장의 대처법은 달랐다. 저금리 기조로 금융권이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자 철저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뒀다. '관리의 신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그는 '따뜻한 금융 2.0,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고객의 가치상승이 곧 신한의 가치 극대화라는 마케팅을 펼쳤다.
그의 선택은 적중했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와 대기업 투자손실 등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에 몰릴 때 신한금융은 안정적인 경영을 유지했다.
한 회장은 "고객의 가치가 커짐에 따라 신한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 신한의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이라며 "신한이 더 많은 고객의 성공을 돕고 필요한 곳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면 사회 전체의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신한이 선두은행으로 도약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설립 이래 전략적 인수합병(M&A)를 통해 카드와 금융투자, 생명보험 등 비은행부문 사업을 강화했다. 지난해 기준 신한금융 당기순이익 비중을 보면 은행부문 62%, 비은행부문 38% 등으로 이른바 은행 쏠림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신한금융이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도 이 같은 계열사 포트폴리오 분산 영향이 컸다.
◆"스마트금융으로 해법 찾겠다"
한 회장은 1위라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다.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로드맵도 제시했다. 우선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가 스마트금융 선점이다.
그는 신속성과 정확성,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분야가 스마트금융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대면과 비대면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한 회장은 지난 9월1일 열린 신한금융 창립 13주년 기념사를 통해 "정보통신(IT)기술의 발달과 스마트기기의 혁신이 금융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며 "변화하는 금융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고객, 시장, 그리고 상품을 탐색하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한금융이 개별 회사의 벽을 넘어 고객에게 진정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했는지 자문해 보면 개선의 여지가 많다"며 "우리의 시너지를 고객중심으로 더욱 강화하고 고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등 금융지주사 자신감 보여줄 때"
신한금융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성적표를 내놓았지만, 금융권에서 신한금융을 보는 시각은 다소 부정적이다. 리딩뱅크 역할에 나설 때가 됐음에도 신한금융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신한금융의 한 임원은 "금융권에서 신한이 리딩뱅크 역할을 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하지만 지금의 금융 흐름을 보면 리딩뱅크는 다소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전면에 나섰다가 자칫 (금융당국에) 찍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리딩뱅크란 금융권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우량은행을 의미한다. 금리체계의 변화와 영업 관행을 주도하고 금융당국의 정책시행과정에서 당국과 중·소형은행 간 매개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고 건실한 은행이 맡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자산과 실적이 우수한 KB국민은행(KB금융지주)이 맡았다. 하지만 최근 CEO리스크로 KB금융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이 줄줄이 사퇴해 사실상 지금은 리딩뱅크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동우 회장이 사실상 금융권의 선두를 꿰찬 만큼 이제는 KB금융지주의 뒤를 이어 리딩뱅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1등 금융지주사 회장으로서의 자신감을 보여줄 때"라고 지적했다.
☞ 한동우 회장 프로필
▲1948년 부산출생 ▲부산고 ▲서울대 법학과 ▲신한은행 종합기획부 부장 ▲신한은행 이사 ▲신한은행 상무이사 ▲신한은행 개인고객본부 신용관리담당 부행장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신한생명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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