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가에 끌려다니는 학교, 학생은 없다?
최윤신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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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총학생회가 지난달 22일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터 /사진=고려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
서울 4개 대학 총학생회가 지난달 26일 ‘언론의 대학평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대학평가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6일 ‘2014 중앙일보 대학평가’가 발표됐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교육여건 및 재정 ▲교수연구 ▲국제화 ▲평판·사회진출도 네가지 지표를 통해 종합평가 순위를 발표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평가 지표들로 인해 학교가 교육서비스 수요자인 학생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구색맞추기식 수치달성에 치중하게 된다는 비판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국제화 지수다. 외국인 유학생, 교환학생, 영어강의 비율 등이 포함된다. 다국적 학생들이 영어를 바탕으로 배움을 쌓는 ‘글로벌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상’으로 지정된 지표일 것이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이후 각 대학에서는 적극적으로 유학생 유치에 나서는 한편 영어 강의 비율을 경쟁적으로 높여가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각 학교가 경쟁적으로 영어 강의 비율을 높여온 데 반해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이광현 부산교대 교수 등은 국내 일반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2444명(미응답자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어 강의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영어 강의를 ‘40% 수준에서 알아들었다’는 학생 비율이 26.4%, ‘20% 수준에서 알아들었다’가 7.8%, ‘20% 미만으로 알아들었다’가 2.9%였다.
약 37%의 대학생이 영어 강의의 절반도 못 알아들었다고 답한 셈이다. 영어 강의를 통해 영어 실력이 ‘향상됐다’는 응답도 25.1%에 불과했다. 이광현 교수는 “학생들의 영어 강의 이해도가 떨어지고 영어 실력 향상 효과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영어 강의가 적절하게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대학들은 ‘국제화 지수’를 높이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을 경쟁적으로 유치해왔다. 유학생 유치를 위해 수많은 장학금을 지출하며 국내학생들에게 부과되는 장학금은 줄어들었다.
국제화 지수뿐만이 아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수가 연구에 지나치게 치중해 강의에는 소홀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학평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다름아닌 ‘교수연구’ 부문이기 때문이다. 교수당 작성하는 논문 수가 많아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 학교측에서는 교수들에게 의무적으로 매년 최소건수의 논문 개수를 지정하고 작성토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논문과 관련한 평가기준은 2013년 기준 ▲인문사회체육 교수당 국내논문 건수 ▲계열평균 교수당 국제 학술지 논문 건수 ▲국제 학술지 논문 피인용 건수 등 양적인 평가에 치우쳐 오히려 양질의 연구가 진행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고려대를 비롯해 많은 학교의 학생들은 ‘언론사의 줄 세우기식 대학평가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평가가 단순한 서열나누기 식의 평가에서 벗어나 대학이 스스로 방향성을 설정해 학문의 질과 대학 본연의 자율성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평가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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