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사면초가' 조선주, 뜨는 날 올까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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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주가 침몰하고 있다. KRX조선업종지수는 지난 8일 기준으로 963.81을 기록, 연초(1732.92) 대비 44.3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대비 42%가 넘는 하락세다(코스피 2.29% 하락).
대우조선해양(50.43%), 한진중공업(57.43%), 현대중공업(53.50%), 현대미포조선(38.48%), 삼성중공업(36.66%) 등 주요 조선주들이 올 들어 최소 30% 이상씩 나란히 급락하는 추세다. 이유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 올 하반기 약세 두드러져… 희망 없다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먼사태에서 비롯된 불황기를 겪은 뒤 2009년 체결된 신조선가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한다.
2009∼2010년 조선업종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조선사업의 구조상 기존 호황기에 수주했던 물량의 건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9~2010년의 저가수주물량의 건조가 시작되면서 2010년부터 시작해 내리 4년째 수익성이 악화됐다.
눈에 띄는 점은 올 하반기 들어 조선주의 약세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0월 들어 지난 8일까지 5거래일간 14.53% 내렸다. 9월 한달 동안 하락한(18.31%) 수치에 근접하고 있는 것. 심지어 현대중공업은 10월 들어 13.09% 급락하며 9월의 하락률(4.51%)을 뛰어넘었다.
따라서 증권가는 이미 조선주에 대한 희망(상승모멘텀)을 버린 상황인데 최근 들어 약세가 심화된 이유가 무엇일까.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실적우려 ▲원자재 가격하락 ▲중국과 일본의 추격에 따른 경쟁구도 변화 등 3가지를 꼽았다.
여전히 각 조선사들이 문제가 있는(불황기에 수주한 수익성 낮은 물량) 프로젝트를 건조 중이라는 점에서 3분기 실적부진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단 기대감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유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원자재가격이 하락하며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전통적으로 선박과 원자재가격은 동행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선박이 운송하는 물품의 상당부분이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몇년 사이 중국조선사들이 저가를 무기로 내세워 우리나라 조선업종의 시장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엔저가 심화되며 일본 조선업계에 대한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일본의 JMU조선소는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에서 한국을 위협하는 조선소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요소들이 결합돼 조선주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한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
◆ 내년까지 지켜봐야 바닥 나올 듯
조선업계의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3분기, 나아가 4분기의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조선 5개사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에 대한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7일 기준으로 1920억원이다. 문제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이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2336억원이었다는 점이다. 7일 만에 영업이익 전망치가 17.8%나 감소한 것이다.
3분기 실적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영업이익 전망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은 조선사의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 전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약 150척 남짓한 수준으로 전월대비 약간의 반등에 그칠 전망"이라며 "해양부문의 경우 9월에도 생산설비나 시추선 모두 괄목할만한 수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은 4분기에는 LNG선 프로젝트가 2~3개 대기 중이고 해양생산설비도 앙골라 치송가 등 1~2개 발주 예정이어서 2분기보다는 다소 양호한 수주 모멘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산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리고 덧붙였다.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없다면 그 다음 분기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지난 4년간 이어진 조선업계의 보릿고개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업종 실적하락의 바닥은 2015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년째 조선업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던 저가 수주잔고는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지만 대신 수주부진이 더욱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이 애널리스트는 "신조선가지수(새로 만든 배의 가격에 대한 지수)가 139~140포인트에서 5개월째 횡보하고 있다"며 "발주물량(Q)의 둔화로 선가(P) 역시 상승 가능성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예 몇년 후를 내다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저가물량의 수주로 인해 조선업계에서 손실이 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불량 물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장기적(최소 2년)으로 봤을 때는 바닥을 치고 일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업 실적은 전망이 아닌 2년 전 수주실적의 결과를 후행적으로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당장의 실적보다는 현재 수주상황이 향후의 실적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항공산업의 역사를 예로 들었다. 글로벌 항공산업 역사를 살펴보면 치열한 경쟁으로 항공기제작업체들의 수가 줄어들었고 이를 통해 항공기산업의 기술경쟁이 본격화됐다. 이제는 조선업과 해운업이 이전의 항공산업처럼 경쟁자 수가 줄어드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
그는 "기술이 선박의 교체수요를 창출하면서 한정된 조선업체만이 선박수요의 대부분을 수주했다"며 "조선업 기술경쟁의 시대를 이끌고 있는 종목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50.43%), 한진중공업(57.43%), 현대중공업(53.50%), 현대미포조선(38.48%), 삼성중공업(36.66%) 등 주요 조선주들이 올 들어 최소 30% 이상씩 나란히 급락하는 추세다. 이유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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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하반기 약세 두드러져… 희망 없다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리먼사태에서 비롯된 불황기를 겪은 뒤 2009년 체결된 신조선가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한다.
2009∼2010년 조선업종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조선사업의 구조상 기존 호황기에 수주했던 물량의 건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9~2010년의 저가수주물량의 건조가 시작되면서 2010년부터 시작해 내리 4년째 수익성이 악화됐다.
눈에 띄는 점은 올 하반기 들어 조선주의 약세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0월 들어 지난 8일까지 5거래일간 14.53% 내렸다. 9월 한달 동안 하락한(18.31%) 수치에 근접하고 있는 것. 심지어 현대중공업은 10월 들어 13.09% 급락하며 9월의 하락률(4.51%)을 뛰어넘었다.
따라서 증권가는 이미 조선주에 대한 희망(상승모멘텀)을 버린 상황인데 최근 들어 약세가 심화된 이유가 무엇일까. 한영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실적우려 ▲원자재 가격하락 ▲중국과 일본의 추격에 따른 경쟁구도 변화 등 3가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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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 몇년 사이 중국조선사들이 저가를 무기로 내세워 우리나라 조선업종의 시장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엔저가 심화되며 일본 조선업계에 대한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일본의 JMU조선소는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에서 한국을 위협하는 조선소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요소들이 결합돼 조선주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한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
◆ 내년까지 지켜봐야 바닥 나올 듯
조선업계의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3분기, 나아가 4분기의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조선 5개사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에 대한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7일 기준으로 1920억원이다. 문제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이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2336억원이었다는 점이다. 7일 만에 영업이익 전망치가 17.8%나 감소한 것이다.
3분기 실적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영업이익 전망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은 조선사의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 전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약 150척 남짓한 수준으로 전월대비 약간의 반등에 그칠 전망"이라며 "해양부문의 경우 9월에도 생산설비나 시추선 모두 괄목할만한 수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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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없다면 그 다음 분기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지난 4년간 이어진 조선업계의 보릿고개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업종 실적하락의 바닥은 2015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년째 조선업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던 저가 수주잔고는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지만 대신 수주부진이 더욱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이 애널리스트는 "신조선가지수(새로 만든 배의 가격에 대한 지수)가 139~140포인트에서 5개월째 횡보하고 있다"며 "발주물량(Q)의 둔화로 선가(P) 역시 상승 가능성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예 몇년 후를 내다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저가물량의 수주로 인해 조선업계에서 손실이 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불량 물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장기적(최소 2년)으로 봤을 때는 바닥을 치고 일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업 실적은 전망이 아닌 2년 전 수주실적의 결과를 후행적으로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당장의 실적보다는 현재 수주상황이 향후의 실적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항공산업의 역사를 예로 들었다. 글로벌 항공산업 역사를 살펴보면 치열한 경쟁으로 항공기제작업체들의 수가 줄어들었고 이를 통해 항공기산업의 기술경쟁이 본격화됐다. 이제는 조선업과 해운업이 이전의 항공산업처럼 경쟁자 수가 줄어드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
그는 "기술이 선박의 교체수요를 창출하면서 한정된 조선업체만이 선박수요의 대부분을 수주했다"며 "조선업 기술경쟁의 시대를 이끌고 있는 종목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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