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2.00%로 제시함에 따라 명실상부한 '초저금리시대'가 왔다. 덕분에 증권가에서는 ELS(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 등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지난 8월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예·적금 금리는 이미 바닥권으로 추락했다. 장기화되는 저금리기조에 시중은행에서 연 2%대 예금상품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증권가에서 판매되는 ELS의 금리는 연 7% 안팎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상품이 된 ELS에 증권사들도, 투자자들도 앞 다퉈 몰리는 양상이다. 월평균 4조~5조원 수준이었던 ELS의 발행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액은 8조2924억원을 기록, 국내 ELS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10월 들어(16일 기준) 총 3조2793억원 규모(920개)의 ELS가 발행된 가운데 1조9280억원(513개)의 ELS가 조기상환된 상태다.

초저금리시대에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ELS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ELS가 중위험 중수익의 대표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워낙 인기를 끌다보니 ELS를 활용한 펀드까지 나왔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8월 동일한 상품구조에 만기가 서로 다른 13개 ELS의 수익구조를 지수화해 이에 투자하는 '삼성ELS인덱스펀드'를 만들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9월 '한국투자ELS지수연계솔루션증권투자신탁1호(주식혼합-파생형)'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과 홍콩중국항셍기업지수(HSCEI), 유로스톡스(Eurostoxx50)지수를 조합한 20개의 ELS에 골고루 분산투자한다. 두 회사는 서로 자신의 상품에 대한 배타적사용권을 금융투자협회에 신청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ELS의 전성시대다. 그렇다면 ELS는 과연 안전하면서도 은행 예적금 대비 월등한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일까.


◆ ELS, 금리의 유혹… 폭발적 증가

일반적으로 ELS 등의 파생결합상품은 주가지수 혹은 개별종목 몇개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여기에 파생상품을 결합한 구조다. 만기는 주로 1년6개월, 혹은 3년 상품이 많은데 이 시기까지 주가가 일정한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을 보장한다.

최근 ELS가 각광을 받는 것은 역시 금리 때문이다. 초저금리시대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개인투자자들과 퇴직연금, 신탁, 보험 등 최대한 고수익을 바라는 기관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하며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 "현재 시장상황에서 ELS나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외에 적합한(금리가 일정수준이 되는) 상품을 찾을 수 없어 투자자와 판매자 모두 ELS·ELB에 매달리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LS의 장점은 시장이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등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울 때 혹은 기초자산이 하락할 때에도 일정수준의 수익추구가 가능한 점이다. 투자원금의 일부를 우량채권에 투자해 전부 혹은 일부의 원금을 보존하는 한편 나머지는 주가지수나 주식의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기초자산으로 삼은 종목이나 지수의 상승 시 일정한 수익이 발생하도록 하는 유형에서부터 기초자산의 등락구간별로 수익이 차등적으로 발생하는 유형이 있고 원금이 보장되는 종류(DLB, ELB)도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임종철
/일러스트레이터=임종철

 
◆ ELS, 형태 다양·구조 복잡… 유의해야

ELS는 기본적으로 예적금보다 수익률이 높다. 게다가 스텝다운형(조기상환 구간이 점차 내려가 상환확률을 높이는 구조) ELS는 투자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ELS는 정말 안전한 '중위험 중수익' 상품일까.

최근 ELS시장에서 보이는 '위험'신호는 '쏠림'현상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ELS의 기초자산으로 선택된 지수·종목의 상위 5가지를 뽑아본 결과 코스피200지수, HSCEI지수, 유로스톡스50지수, S&P500지수, 삼성전자 순으로 나타났다.

이 애널리스트는 "해외지수 활용이 11조원을 초과했다"며 "이는 최근 발행되는 대부분의 ELS·ELB에서 기초자산으로 해외지수가 활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주요종목들의 급등락 현상이 벌어지며 종목형 ELS에서 대거 손실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종목형 대신 지수형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기초자산이 '특정된' 지수로 몰린다는 것은 결국 해당 지수가 급락할 경우 11조원이 넘는 규모의 ELS·ELB가 수익을 보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손실을 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유의할 점이 있다. ELS는 수익구조에 따라 녹아웃형, 불스프레드형, 디지털옵션형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 존재한다. 이들은 상환구조도, 수익률도, 위험성도 모두 다르다. 박상규 한국투자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은 최근 발표한 '투자생활백서' 제4편에서 "이러한 유형들을 모두 다 파악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면서도 "투자성향별로 상품유형을 잘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낙 형태가 다양하다보니 일반투자자가 이를 모두 숙지한 후 투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ELS에 대한 불완전판매 우려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ELS의 인기가 높아지자 금융감독원은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11월부터 ELS나 주가연계신탁(ELT)을 판매하는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실제 ELS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 투자자가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 STX와 동양그룹 사태 등에 따른 대량민원을 제외한 일반 민원·분쟁 중 가장 많이 발생한 것은 간접상품 관련 분쟁이다. 총 407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216건에 비해 8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지난 2011년 다수 발행된 종목별 ELS들이 기초자산 종목의 급락으로 대거 손실구간에 진입하자 불완전판매 관련 소비자 불만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ELS는 가입과 환매 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ELS는 기대수익률이 명확하지만 중도환매 시 환매수수료가 높고 조기상환 후 재투자를 위해서는 투자자가 원하는 ELS 상품을 직접 고르는 등의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LS의 중도환매 요청 시 발행한 증권사는 요청 당시의 시장상황, 기초자산의 가치 등을 고려해 지급액을 결정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구조가 복잡한 관계로 안정적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중도환매수수료를 환매금액의 3~10%로 높게 부과한다. 따라서 원금보장형에 투자했다 하더라도 중도환매 시에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