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톱게이 패션에디터 ‘카일 앤더슨’을 만나다

여성 에디터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패션 매거진 업계. 그 속에서 가장 활동적인 남성 에디터가 있다. 미국 마리끌레르(Marie Claire)의 에디터 겸 패션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카일 앤더슨(Kyle Anderson)’이다. 그가 이번 2015 S/S 서울패션위크를 방문했다.



카일 앤더슨은 2001년부터 뉴욕에서 패션 매거진 에스콰이어, 마리끌레르, 보그, 엘르 등에서 인턴 생활을 한 후, 현재 마리끌레르의 액세서리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10명의 가장 영향력 있는 게이 패션 블로거로 선정됐으며, 다양한 패션 매거진에서 카일의 스타일과 스타일 제안들이 꾸준히 게재돼 워너비 패셔니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인들의 패션에 대한 열정을 높이 사기 때문에 한국을 10번 이상 방문했다는 그를 10월 21일 오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났다. 이날 카일 앤더슨은 패션에 대한 열정과 미래의 패션에디터가 될 남성들을 위해 조언을 쏟아 부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라고 추천했다.


[인터뷰] 톱게이 패션에디터 ‘카일 앤더슨’을 만나다


Q. 한국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약 13년 전,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한국인 친구들을 만났고 그 친구들과 함께 패션에 대한 관심사를 나눴는데 너무 좋았다. 한국의 젊은 사람들은 스페인이나 노르웨이보다 쇼핑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높다. 한국에서 2년 동안 살았을 때 패션에만 흥미가 생긴 것이 아니라 한국 음식이나 라이프스타일 등 문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좋은 영향을 받았다.



Q. 미국과 다른 한국의 패션에 대해 설명한다면?


미국 같은 경우는 음식, 음악, 패션, 스타 등 분야가 세분화 돼있는 반면, 한국은 서로 연결이 돼있는 느낌을 받았다. 광고를 볼 때도 스타들이 많이 나와서 커머셜을 이루는 것을 봤다. 예를 들면 미국 가수 리한나는가수 활동만 하고 광고 등 다른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다.



Q. 이번 2015 S/S 서울패션위크를 찾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예전 한국에 있을 때가 생각이 났고, 그 이후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뀌었는지 궁금해서 방문했다. 또요즘 전 세계 문화 중 눈에 띄는 나라가 한국이다. 이전에는 일본 문화가 많이 보였었는데 요즘은 K-POP 모델, 패션, 문화 등을 포함해 한국의 건물들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확실히 한국의 문화가 자리 잡힌 것 같다.



Q. 좋아하는 한국 디자이너는?


한국에 방문한지 이틀 밖에 안돼서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디자이너들과 정신적인 교류를 필요로 한다. 하나의 컬렉션을 보게 되면 하나의 아이디어를 알게 되기 때문에 다른 컬렉션을 많이 보고 싶다. 지금까지 본 패션쇼 중에는 지난 10월 20일 진행된 박승건 디자이너의 ‘푸시버튼(push Button)’ 컬렉션이 가장 인상 깊었다.


[인터뷰] 톱게이 패션에디터 ‘카일 앤더슨’을 만나다


Q. 에디터로서의 확실한 꿈이 있었나?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면 꿈에 대해서 생각하기 마련이다. 나는 7살 때부터 장난감보다 옷을 훨씬 좋아했고, 패션에 대한 꿈이 확고했다. 중학생 때는 친구들과 용돈을 모아서 잡지를 샀다. 잡지 속 패션을 오리고 붙여 스크랩을 한 뒤 매거진을 만들었다. 디렉터 자리에 있는 지금, 그 때를 생각해보면 재미도 있고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확실했던 것 같다.



Q. 남성으로서 마리끌레르 에디터로 스카웃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보통 미국의 패션 매거진 같은 경우, 인턴은 1년에서 2년 정도의 경력을 쌓는다. ‘에디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나는 뉴욕으로 이사한 후, 인턴 생활을 3년 정도 했다. 나는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여성 에디터는 결혼을하고 아기를 갖게 되면서 그만두게 된다. 특히 예전에는 패션 에디터가 여성들만 하는 직업인 것처럼 여겨졌다. 에디터라는 직업 자체가 수입도 낮고, 더욱이 남성 에디터는 역사가 짧다. 잘은 모르겠지만 마리끌레르 같은 경우도 내가 첫 남성 에디터일 것이다.



Q. 패션에디터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많은 분들이‘유능한 패션 에디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패션 필드 자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SNS로 소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나는 조그만 도시에서 자랐지만 패션위크가 열리는 밀라노, 파리 같은 곳을 찾아간다. 그런 열정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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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소 지향하는 스타일은?


10년 동안 같은 일을 하게 돼서 그런 것인지 트렌드에 상관없이 모든 스타일을 좋아한다. ‘밀리터리’라는 콘셉트가 있으면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을 찾으려고 한다. 오늘은 2014 F/W 시즌 제품인 스타디움 점퍼를 착용하고 왔다. 많은 브랜드들이 스포티즘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러한 트렌드가 어쩌면 ‘사람들에게 운동이나 건강을 유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Q. 유니크한 아이템을 많이 착용하는 것 같다. 가장 아끼는 아이템은 무엇일까?


아끼는 아이템은 매일매일 다르다. 10년 전에는 컬렉션 시즌마다 새로운 아이템을 자랑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매 회 새로운 것을 원한다. SNS에 어떤 아이템 사진을 포스팅 했는데 이후에도 똑같은 아이템 사진을 게재하면 보는 이들이 지루해 할 것 같다. 그래서 매일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Q. 카일 앤더슨에게 패션이란?


패션은 ‘FUN’이다. 패션이란 단어 자체가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의미들이 있겠지만 나는 좋은 아이템을 구매하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어릴 때부터 나에게 패션이란 새로운 어떤 것을 선물 받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 좋은 사람이다. 현재 뉴욕에 살고 있고,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빠르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Q. 앞으로의 일정 및 계획은?


정확히 모르겠다. 에디터라는 직업 자체가 너무 빠르고 바쁘게 지내다 보니 정확한 스케줄을 잡기가 힘들다. 2주 전에 밀라노랑 파리를 갔다가 바로 서울패션위크에 왔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아마 지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매우 바쁠 예정이다. 하지만 두 달 정도 후에는 스코틀랜드와 두바이, 모로코를 여행하려고 생각한다. 여행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주 가고 싶다.


<사진=이소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