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현대차, '넘버2' 혹은 '넘버3'
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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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코스피시장의 ‘넘버2’ 자리를 뺏겼다. 지난 4일 현대차는 시가총액 34조1429억원을 기록하며 시총 34조5437억원의 SK하이닉스에 2위 자리를 넘겨줬다. 물론 이틀 후인 지난 6일 현대차는 8거래일 만에 반등세를 나타내며 SK하이닉스에 빼앗긴 넘버2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날 기준으로 ‘넘버3’인 SK하이닉스(34조9077억원)와 현대차의 시총 차이는 61억원에 불과하다. 언제든 순위는 다시 바뀔 수 있다.
현대차는 한때 시총이 40조~50조원대를 기록하는 등 '넘볼 수 없는 대한민국 대표주'였다. 어쩌다 이렇게 추락하게 된 걸까.
◆ 한전부지 매입부터 엔저까지
연초 대비 주가가 32.98%나 떨어진 현대차. 그 급락의 시작은 9월 중순 한전부지 인수건에서 비롯됐다. 지난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일본의 엔저정책으로 인해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우려됐음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주가는 20만원대를 유지했다. 현대차의 주가가 10만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9월18일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은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일각에서 이사회의 배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질 정도로 현대차의 한전부지 고가 매입은 갖가지 논란을 야기했다.
국내 대형증권사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아시아 출장에서 해외 주요 투자자들을 만났는데 현대차의 토지매입 건을 모르는 곳이 없었다”며 “중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 총 24개의 외국계 기관을 만나고 왔는데 한결같이 빌딩도 아닌 땅을 왜 10조5500억원이나 주고 샀는지 궁금해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현대차가 영종도 같은 섬을 사서 카지노사업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며 “현대차가 한전부지 매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질문하는데 뭐라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애를 먹었다. 최소한 현대차는 한전부지 매입으로 해외에 이름은 제대로 알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외국인 투자자들은 감정평가액이 3조3346억원인 토지를 3배에 달하는 가격에 매입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들을 중심으로 현대차에 대한 투자심리도 냉각됐다.
다급해진 현대차는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지난 10월23일 개최된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최근 정부의 시책에 호응하고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펴기 위해 앞으로 배당을 큰 폭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중간배당을 실시할 것인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현대차의 주가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10월31일 일본은행이 깜짝 양적완화를 발표하며 현대차에 대한 투자심리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진 상태다. 현대차는 이미 엔저의 여파로 인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2조101억원) 대비 18% 감소한 1조648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0년 4분기(1조2370억원) 이후 15분기 만의 최저치다. 그럼에도 일본의 공격적인 엔저공세로 인해 실적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 “저렴하긴 한데 재미는 없어”
지난 9월 중순 이후 현대차의 주가는 연일 추락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4.97% 올랐지만 최근 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게 증권가의 평이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현대차를 위시한 자동차업종의 주가가 저렴하지만 내년에도 주가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자동차 섹터의 경우 글로벌 수요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체간 경쟁심화로 한국 완성차들의 시장점유율 상승폭이 크지 않아 물량 측면에서 성장률이 높지 않다”며 “각국 정부의 규제와 다양한 신기술 도입 등으로 제조원가가 증가하는 반면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아 수익성 개선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현대차의 출하대수는 올해 대비 2%, 영업이익은 5%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로 현대차의 실적이 회복될 것인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실적을 끌어내린 원흉인 엔저가 심화돼서다. 글로벌 시장전문가들은 엔화가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통해 내년 3분기쯤 달러당 120엔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향후 1년 내에 도달할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종전 115엔에서 120엔으로 상향조정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JP모건, BNP파리바 등도 120엔대를 전망했다.
최근 현대차 주가하락의 시발점이 된 것은 한전부지지만 실적이 깊이를 모르는 늪으로 빠지게 만든 것은 엔저다. 이를 해소하지 않는 한 드라마틱한 실적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의 약세전환이 시장 내 ‘일본수출주 매수-한국수출주 매도’ 전략의 매매신호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엔저 트라우마를 반박할 만한 기업가치 확보의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본질적 경쟁력 제고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완성차 탑5 브랜드로 성장한 현대·기아차그룹이지만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는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 김 애널리스트는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 후륜구동 기반 럭셔리 세단에 대한 글로벌 마켓에서의 브랜드인지도는 극히 미미하며 가격경쟁력을 배제할 경우 이렇다 할 구매력을 자극할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주주친화적 재무정책과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현대차의 배당수익률(1.3%)은 글로벌 경쟁사 수준(3~6%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또한 고마진을 담보했던 내수시장에서도 수입차의 공세에 밀려 현대차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현대차가 내수시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함과 동시에 근본적인 내수 소비자 접근전략을 바꿔서 변심한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날 기준으로 ‘넘버3’인 SK하이닉스(34조9077억원)와 현대차의 시총 차이는 61억원에 불과하다. 언제든 순위는 다시 바뀔 수 있다.
현대차는 한때 시총이 40조~50조원대를 기록하는 등 '넘볼 수 없는 대한민국 대표주'였다. 어쩌다 이렇게 추락하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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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송원영 기자 |
◆ 한전부지 매입부터 엔저까지
연초 대비 주가가 32.98%나 떨어진 현대차. 그 급락의 시작은 9월 중순 한전부지 인수건에서 비롯됐다. 지난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일본의 엔저정책으로 인해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우려됐음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주가는 20만원대를 유지했다. 현대차의 주가가 10만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9월18일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낙찰받은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일각에서 이사회의 배임이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질 정도로 현대차의 한전부지 고가 매입은 갖가지 논란을 야기했다.
국내 대형증권사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아시아 출장에서 해외 주요 투자자들을 만났는데 현대차의 토지매입 건을 모르는 곳이 없었다”며 “중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 총 24개의 외국계 기관을 만나고 왔는데 한결같이 빌딩도 아닌 땅을 왜 10조5500억원이나 주고 샀는지 궁금해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외국 기관투자가들은 현대차가 영종도 같은 섬을 사서 카지노사업을 하는 거냐고 물었다”며 “현대차가 한전부지 매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대해 질문하는데 뭐라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어 애를 먹었다. 최소한 현대차는 한전부지 매입으로 해외에 이름은 제대로 알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외국인 투자자들은 감정평가액이 3조3346억원인 토지를 3배에 달하는 가격에 매입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들을 중심으로 현대차에 대한 투자심리도 냉각됐다.
다급해진 현대차는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지난 10월23일 개최된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최근 정부의 시책에 호응하고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펴기 위해 앞으로 배당을 큰 폭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내년부터 중간배당을 실시할 것인지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현대차의 주가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 10월31일 일본은행이 깜짝 양적완화를 발표하며 현대차에 대한 투자심리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진 상태다. 현대차는 이미 엔저의 여파로 인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2조101억원) 대비 18% 감소한 1조648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0년 4분기(1조2370억원) 이후 15분기 만의 최저치다. 그럼에도 일본의 공격적인 엔저공세로 인해 실적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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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송원영 기자 |
◆ “저렴하긴 한데 재미는 없어”
지난 9월 중순 이후 현대차의 주가는 연일 추락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4.97% 올랐지만 최근 하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게 증권가의 평이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현대차를 위시한 자동차업종의 주가가 저렴하지만 내년에도 주가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자동차 섹터의 경우 글로벌 수요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체간 경쟁심화로 한국 완성차들의 시장점유율 상승폭이 크지 않아 물량 측면에서 성장률이 높지 않다”며 “각국 정부의 규제와 다양한 신기술 도입 등으로 제조원가가 증가하는 반면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아 수익성 개선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현대차의 출하대수는 올해 대비 2%, 영업이익은 5%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로 현대차의 실적이 회복될 것인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실적을 끌어내린 원흉인 엔저가 심화돼서다. 글로벌 시장전문가들은 엔화가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통해 내년 3분기쯤 달러당 120엔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향후 1년 내에 도달할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종전 115엔에서 120엔으로 상향조정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JP모건, BNP파리바 등도 120엔대를 전망했다.
최근 현대차 주가하락의 시발점이 된 것은 한전부지지만 실적이 깊이를 모르는 늪으로 빠지게 만든 것은 엔저다. 이를 해소하지 않는 한 드라마틱한 실적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의 약세전환이 시장 내 ‘일본수출주 매수-한국수출주 매도’ 전략의 매매신호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엔저 트라우마를 반박할 만한 기업가치 확보의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본질적 경쟁력 제고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완성차 탑5 브랜드로 성장한 현대·기아차그룹이지만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는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 김 애널리스트는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 후륜구동 기반 럭셔리 세단에 대한 글로벌 마켓에서의 브랜드인지도는 극히 미미하며 가격경쟁력을 배제할 경우 이렇다 할 구매력을 자극할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주주친화적 재무정책과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현대차의 배당수익률(1.3%)은 글로벌 경쟁사 수준(3~6%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또한 고마진을 담보했던 내수시장에서도 수입차의 공세에 밀려 현대차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현대차가 내수시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함과 동시에 근본적인 내수 소비자 접근전략을 바꿔서 변심한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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