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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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처음으로 시행되는 ‘예산부수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예산부수법안은 심의과정 중 벌어지는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예산안 등이 법정기한 내에 처리되도록 하는 장치다.

현재 여당이 예산부수법안에 포함시킨 법안은 모두 35개다. 이 중 세입 관련 법안이 소득세법·법인세법·상속 및 증여세법 등 25개, 세출 관련 법안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임금채권보장법·소말리아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 등을 포함한 10개다.

이들 법안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야당과의 입장차를 좁혀야 한다. 야당은 세입부수법안 중 담뱃값 인상과 관련한 개별소비세법, 국민건강증진법 등에 대해 서민증세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국회의장이 세출부수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할지 여부도 변수다. 예산부수법안은 국회의장이 예산정책처의 의견을 수렴해 지정한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여당 법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의장실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법에는 의장이 세입부수법안은 부의하게 돼 있지만 세출부수법안에 대해서는 부의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정부와 여당이 세입예산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책을 포함시켜 일각에서는 정부가 필요한 법안을 우회적으로 입법시키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대표적인 예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다. 지난 9월 정부는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동시에 경고그림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당은 이를 예산부수법안에 포함시켜 국회 처리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야가 이달 말까지 합의 처리를 하지 않으면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2월 초에 자동으로 부의 처리될 예정이다.

문제는 경고그림 도입이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에 은근슬쩍 포함시켰다는 것. 담뱃갑 경고그림은 도입 효과 측면에서 정책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불투명하다. 규제당국은 혐오 경고그림이 효과적인 금연을 유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실상과 다르다. 캐나다와 브라질은 경고그림 도입 후 흡연율 감소가 미미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경고그림 도입 후 오히려 흡연율이 상승해 실질적인 제도 도입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국내에서도 경고그림 도입이 여러 차례 법안으로 발의됐지만 실효성 문제로 합의가 쉽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예산부수법안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상임위의 충분한 논의 및 여야의 합의 없이도 법안이 자동적으로 본회의에 부의되기 때문에 심사에 주의를 더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부는 예산부수법안이 공론화하기 어려운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꼼수입법 통로가 되기 전에 경고그림 도입 등 예산안과 상관없는 법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중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 등 일부 내용은 예산안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경고그림 도입 등 예산안과 상관없는 부분은 분리해 수정안을 마련하고 법안 심사를 엄격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