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빼기 아닌 곱하기, '36.5℃ 경제학'
기부의 경제학 / 경제학으로 풀어본 '나눔'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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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머니위크>는 연말을 맞아 많은 사람들이 나눔문화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즐겁고도 의미있는 기부사례들을 소개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눔을 꾸준히 실천해온 명사 인터뷰를 통해 실천법도 배워본다. 아울러 나눔은 손실이 아닌 득이 됨을 보여주는 특별한 기부 셈법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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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 |
자살률 1위, 국민행복지수 33위, 출산율 꼴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을 비교한 지표를 보면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암울하다.
최근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발표한 '삶의 질' 지수에서도 한국은 조사대상 135개국 중 75위를 기록했다. 이는 근래 내전을 겪은 이라크(73위)보다 낮은 수치다. 삶의 만족도가 매우 낮은 대한민국, 과연 어떻게 해야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을까.
현대경제연구원은 '계층의식과 삶의 만족도'라는 보고서를 통해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주요인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가구소득과 순자산이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다.
2) 저연령층, 고학력자, 안정적 일자리 보유자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다.
3)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부, 봉사활동에 참여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높다.
지금 당신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당장 소득을 늘리거나 학력을 높일 수 없다면 답은 자명해진다. 기부와 봉사활동의 실천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8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87.8%로 그렇지 못한 사람의 75.4%보다 12.4%포인트 높았다.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면 육체적·정신적 만족도가 높아지고 우울한 감정이 완화된다는 분석이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은 "흔히 권력을 갖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그 사회적 영향력에서 만족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기부나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도 '내가 사회에 도움이 됐구나' 하는 감정에서 자아만족감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부의 영향력은 매출 증대를 고민하는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은 환경·지역사회를 배려하는 상품에 지갑을 열었다. 지난해 '상품구입 시 사회공헌활동과 관련된 브랜드·상품을 고려하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소비자 10명 중 8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유통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좋은 질의 제품을 싼 값에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환경을 배려하는 사회적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주민체감형 사회공헌활동이 좋은 호응을 얻듯이 유통사들도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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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발달도구세트. /자료제공=유니세프한국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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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유니세프한국위원회 |
◆나눔 조기교육으로 '돈의 아름다운 가치' 심어
현재 우리나라의 기부활동은 제자리걸음 상태다. 나눔 정신에 머릿속으로는 공감하지만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통계청의 '국내 나눔 실태 2013'에 따르면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의 기부참여율은 전체 인구의 34.5%로 집계됐다. 지난 2011년 36.0%에 비해 1.5%포인트 낮아졌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비율도 주춤하다. 지난해 자원봉사 참여율은 17.7%로 지난 2011년 17.6%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미국(25.4%), 영국(44%), 캐나다(47%)와 같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그나마도 우리나라 자원봉사자들은 상당부분 '상급학교 진학용'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20~50대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10% 수준에 머문 반면 10대(15~19세)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70%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이 얼어붙은 대한민국의 따스한 정신을 일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나눔도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제대국 미국을 움직이는 유대인의 사례가 좋은 교훈으로 꼽힌다. 유대인의 가정에는 '체다카'(Tzedakh)라고 불리는 저금통이 있다. 그 저금통이 가득 차면 그돈으로 가족이 외식하거나 갖고 싶은 걸 사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웃을 돕는 기부금으로 보내는 전통이 내려온다.
이처럼 유대인들이 자녀에게 어려서부터 나눔의 실천을 강조하는 것은 자녀들을 정의로운 사람으로 기르기 위해서다. 또한 이웃을 돕는 기부를 통해 자녀에게 돈이 지니는 큰 힘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최원호 한국교육상담연구원 박사는 "예컨대 엄마가 1만원을 기부한다면 아이들도 용돈을 아껴서 500원, 1000원이라도 나눔을 실천토록 하는 것이 좋다"며 "이는 인성교육의 핵심인 타인에게 작은 것이라도 나눌 줄 아는 배려와 인격적인 존중심을 길러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만일 '기부는 거창한 것'이라는 부담감이 있다면 기부도 놀이처럼 즐겁게 접근해보자.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는 최근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린 가방을 선물하는 청소년 자원봉사프로그램 '희망가방 만들기'를 선보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용돈을 아껴 개발도상국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한 가방을 사고, 가방의 비어있는 면에 개발도상국의 친구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쓰거나 그림 등을 그려 가방을 꾸미는 것.
올해에만 약 7만명의 전국 중·고등학생들이 참여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한 학생은 "단순히 물건만 사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가방을 꾸미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선물을 받을 지구 반대편의 친구들을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굿워터(Good water) 프로젝트는 물 부족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에 식수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먼 거리에서 식수를 길어오는 체험을 하며 왜 식수지원사업이 필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한다.
굿네이버스의 관계자는 "기부가 생활 속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기부를 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로 이벤트성 기부에 참여했더라도 자신이 기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하게 인식한다면 꾸준한 일상의 기부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삶 속의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기부와 함께 하는 뜻깊은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관계자는 "요즘 자녀가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돌잔치 대신 후원금을 모으거나 백일, 신혼여행 등 특별한 날 기부를 실천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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