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부상하는 삼성그룹 지주회사의 면모를 목도할 시점이다." 오는 18일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기업으로 떠오른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이 상장기업으로 재탄생한다. 지난해 사업재편과 사명변경 이후 연내 상장을 목표로 달려온 제일모직이 기업공개(IPO)를 눈앞에 둔 것.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가 제일모직이라는 것에 공동의견을 내며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임을 사실상 확실시했다. 엇갈리는 전망은 사업부문에서 나온다. 제일모직이 상장한 후 성장성과 수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지배구조 최대 수혜주는 확실한데…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20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제일모직이 오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 IPO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일모직을 '삼성 지배구조의 최대 수혜주',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지배구조의 핵심' 등으로 표현하며 지배구조를 둘러싼 삼성의 시나리오를 내놓기에 바쁘다. 단, 쏟아지는 시나리오 속에서도 맥락은 한가지로 귀결된다.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제일모직의 가치는 극대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STOCK] 제일모직, '지배구조'에 매달리지 마라

현재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이 25.1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37%, 이건희 회장이 3.72%를 보유해 총수일가의 지분이 45.6%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그룹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제일모직은 삼성의 최상위 지배기업이자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제일모직의 상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번 IPO에 대해 "제일모직이 지주사가 돼 실질적인 지분율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자녀들끼리 계열분리를 정착화하는 것"이라고 단순화했다. 그는 "지주사 전환은 향후 3~4년이라는 기간을 정해놓고 단계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에는 삼성가 자녀 간에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져도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그룹 경영권에 의해 움직일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김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의 경우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점, 최대주주 일가가 직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점으로 인해 사업 펀더멘털과 관계없는 주가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사업부만 뜯어보면 엇갈리는 전망

하지만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대 수혜주라고 해서 '지배구조'에만 주목한다면 투자전략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의 사업영역과 앞으로의 향방, 자회사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백전백승'이 가능하다.

현재 제일모직은 ▲패션부문 ▲단체급식 및 식자재유통 등 푸드컬처(FC)부문 ▲건축 및 환경개발 등 건설부문 ▲테마파크 및 골프장 운영 등 레저부문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 중이다.
[STOCK] 제일모직, '지배구조'에 매달리지 마라

지난해 12월 삼성에버랜드에 넘긴 기존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되돌려받고 올해 1월 빌딩관리사업을 양도 받으면서 사업포트폴리오가 다시 짜인 결과다. 사업재편 후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제일모직의 사업부문별 매출비중을 살펴보면 패션부문 35.8%, FC부문 31.9%, 건설부문 23.2%, 레저부문 9.1% 등을 기록했다.

투자전략전문가들은 향후 제일모직의 사업방향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파란불'을 켠 이들은 그룹 매출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빨간불'을 켠 이들은 몇몇 부문에서 수익성을 판단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진단했다.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과 식자재부문은 그룹 매출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패션사업 또한 중국진출과 그룹 매출의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해 "각 부문에서 양적·질적인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반면 오진원 등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의 측면에서 벗어나 객관적 시각으로 현 사업부를 보면 수익성과 성장성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오 애널리스트 등은 "레저사업부는 외국인 유입이 상대적으로 저조하고 회원제 골프장의 저수익성과 경쟁 테마파크의 확장세가 겹친 상황에서 이익증가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패션사업부의 경우 외형확대를 꾀하고 있으나 아직 해외시장 진입 초기단계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담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상쇄할 부분은 따로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신수종사업으로 일컬어지는 바이오로직스가 제일모직 주가의 핵심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CMO업체로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이 각각 45.6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제일모직 측은 바이오로직스가 오는 2017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으며 사업이 안정화되는 시점인 2020년에는 매출 2조원, 영업이익률 40% 전후의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이 오르면 KCC도…

"삼성이 오르면 KCC도 같이 뜹니다." 최근 기자가 만난 A대학 경영학의 한 교수는 KCC의 주가와 관련해 이 같은 말을 전했다.

실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5월10일 이후로 KCC의 주가는 큰 폭으로 급등했다. 연초 45만원 수준이던 주가가 5월 중순 56만원대로 올랐으며 와병 3개월째에 접어든 지난 7월에는 70만원 초반까지 올랐다.

성큼 다가온 제일모직 상장에도 KCC 투자자들이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는 소식이다. 건축자재제조업체 KCC와 삼성의 연관관계는 무엇일까.

KCC는 제일모직의 17% 지분을 보유해 삼성가(家) 3세와 함께 제일모직의 주요주주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1년 비상장사인 제일모직의 지분 17%를 주당 182만원(7739억원)에 매입한 KCC는 오는 18일 제일모직의 기업공개(IPO)에 맞춰 일정지분을 매각키로 했다. 이에 따라 보유주식 중 6%에 해당하는 750만주가 구주매출 방식으로 매각될 예정이다.

공모가격이 5만3000원으로 결정될 경우 3975억원의 세전 현금흐름이 KCC에 유입된다. 공모가를 기존 액면가로 환산하면 약 265만원으로 KCC는 약 3년 만에 45%의 투자수익을 거두게 된 셈이다. 이후에도 KCC가 보유한 제일모직의 잔여지분율은 10.2%다.

이에 전용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은 상장 후 공모가 이상의 긍정적 주가흐름이 예상된다"며 "KCC가 보유한 제일모직 10.2%의 지분은 그 이상의 실질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