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여자와 아이의 입을 노려라." 유대인의 경전이자 비즈니스의 바이블로 불리는 <탈무드>에 나온 말이다.

여성이 '소비세력의 중심'이 됐다는 말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현대경영의 창시자로도 불리는 톰 피터스(Tom Peters)는 현재를 '우머노믹스'(womenomics)시대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미래는 여성의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성이 요구하는 소비패턴은 연령층과 결혼, 취업, 자녀, 독신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이른바 '여성소비 계층별 핫스폿' 변화다. 우리나라 여성의 계층별 트렌드와 기업들이 이들을 잡기 위해 어떤 마케팅을 펼치는지 알아봤다.
 
[커버스토리]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

 
◆화장에 빠진 10대 여학생들

과거에는 화장품이 20대 이상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10대 여학생도 두려움 없이 화장한다. 숙명여대 원격대학원의 한 석사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여학생 52.2%가 메이크업 화장품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10대를 위한 화장품이 여드름 예방을 위한 기초화장품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메이크업 제품까지 광범위하게 판매되는 셈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10대의 화장품 소비규모는 해마다 10~20% 성장하는 추세다. 지난 2012년 10대 화장품 소비시장은 2300억원에서 지난해 2500억원대로 성장했으며 올해에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소비가 급격히 늘면서 화장품업계는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화장품업계는 이들을 겨냥한 스킨케어 라인, 토너, 로션, 에센스, 크림, 마스크시트, 선크림, BB크림 등 기본관리제품 외에도 여드름 등 뾰루지가 난 부위에 부착하는 스폿 패치 및 스폿 코렉터 등 피부 고민에 맞춘 다양한 스페셜 케어 제품을 선보였다.

또한 일부 화장품업체는 아이돌 모델을 내세워 10대 여학생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쳤다.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미샤 등 저가 화장품브랜드의 10대를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미혼여성, 소비주체는 '나'

미혼여성은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가족과의 생활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기혼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소비가 자유롭다. 특히 최근엔 여성들의 학력과 수입이 늘면서 지출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미혼여성들의 최대 관심사는 문화생활이다. 주로 여행 등 여가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주로 지인 및 가족과 떠나는 여행을 선호하는데 최근엔 나홀로 여행족도 크게 늘었다. 기업들의 주요 타깃은 '골드미스'다. 골드미스는 결혼하지 않은 고소득 여성을 가리킨다.

하나대투증권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골드미스의 해외직접구매 건수는 1050만건, 해외직구 금액은 10억달러를 돌파했다. 2년 만에 두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여심잡기에 바쁜 곳은 호텔과 여행업계다. 특히 호텔은 주로 미혼여성들이 삼삼오오 몰려 파티를 갖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를 인식하듯 롯데호텔서울은 내년 2월28일까지 여자들끼리 특별한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레이디스 셀레브레이션 패키지'를, 더 플라자호텔은 '프리티 우먼' 패키지를 오는 12월31일까지 운영키로 했다.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은 어반 테라스와 라이브러리에서 무제한으로 와인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비노 템포와 비라 템포를 선보였다. 여성이 입장하면 20% 할인해준다. 여행업계도 여성 혼자 여행할 수 있는 패키지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종원 기자
/사진=뉴시스 조종원 기자

◆워킹맘,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워킹맘의 최대 관심사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육아다. 워킹맘은 유아, 청소년, 청년 등 자녀의 성장시기에 따라 소비흐름이 크게 달라진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집에서 간편하게 쇼핑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몰'을 선호한다. 특히 최근엔 PC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엄지족 워킹맘'이 크게 늘었다. 유통업계도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은 낱개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PC에서만 묶음배송을 해주던 '마트온' 서비스를 12월부터 스마트폰으로도 확대 운영한다. 마트온은 오픈마켓이 자사 물류센터에 판매자들의 상품을 입고시켜 직접 관리하고 배송하는 물류서비스다.

롯데닷컴은 고객정보와 소비자 구매패턴을 분석한 모바일전용 매장을 기획했으며 '아기엄마들의 즐겨찾기' 사이트를 오픈해 '부문별 한주간 인기판매상품 톱3', 'MD 추천 주목상품' 등을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AK몰은 워킹맘을 위해 '맘스톡톡' 전문관을 열었고 유아동 전문 MD들의 추천 아이템과 '카시트 잘 고르는 법' 등 다양한 유아용품 쇼핑 노하우를 제공 중이다.

/사진제공=이마트
/사진제공=이마트

◆전업주부, 가계 소비의 중심

우리나라 소비주도층은 누구일까. 맞벌이부부, 사업자, 골드미스, 화이트칼라를 생각했다면 모두 틀렸다. 바로 전업주부다. 최근에는 가족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도 지갑을 여는 전업주부가 부쩍 늘었다. 이들을 가리키는 '루비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014명을 전화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는 전업주부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별로는 기혼남성이 127만원에 불과한데 비해 전업주부는 140만원을 훌쩍 넘었다. 또 직업별로 보면 생활비를 관리하는 전업주부가 월 178만2000원, 자영업자 123만6000원, 화이트칼라 103만5000원의 순이었다.

이들의 관심사는 백화점, 금융, IT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입소문을 통해 동네상권이 활성화되는가 하면 지역밀착형 쇼핑몰과 백화점까지 소비권력을 쥐고 있다.

기업에선 오전 10시 집안일을 끝내고 자녀가 귀가하는 오후 3시까지를 '골든타임'으로 지칭한다. 3040세대 전업주부들은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제품을 공동구입하며 생필품과 패션, 화장품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신용카드업계도 전업주부 잡기에 나선다. 여신금융협회는 내년부터 전업주부들의 카드 발급조건을 완화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한 카드사 간 카드발급 경쟁은 물론 카드소비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백화점과 오픈마켓, 식품업계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전업주부 모시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매달 각종 이벤트는 물론 주부모니터를 모집해 전업주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