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 신불자’ 양산하는 나라
우리나라 청년들을 옥죄는 고금리대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케이블TV 등을 통해 제2금융권의 대출광고를 접한 뒤 별다른 경각심 없이 대출을 진행했다가 '신용불량자'(신용유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학자금 대출을 받고도 제때 갚지 못한 대학생이 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6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로 전락한 대학생이 4만명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교육연구소가 한국장학재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발표한 '2005년 이후 학자금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학자금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모두 148만2000명(12조3000억원)이었다. 이는 지난 2005년(18만명, 5000억원) 대비 9년 만에 무려 24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청년 신용유의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식적으로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청년들이 손쉽게 대출을 받는다는 게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에 기자는 얼마 전 무직자로 위장해 저축은행의 청년취업자금 신용대출을 직접 받아보는 취재를 한 적이 있다.

그동안 풍문으로만 접했던 저축은행 신용대출을 직접 경험해보니 왜 청년 신용불량자가 해마다 증가할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었다. 전화 한통이면 대학생이나 무직자에게도 수백만원의 대출이 실시되는 것은 물론 대출심사과정이 너무나 허술해 신용등급만 보장된다면 누구든 대출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또한 무직자 청년의 경우 취업준비자금이란 빌미로 아르바이트 정보 날조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저축은행 대출심사 관계자는 "부모님께 따로 연락이 가지 않는다"는 말로 청년 대출자를 안심시켰다. 단, 이들에게는 리스크가 크다는 명분으로 연 34.9%에 육박하는 고금리가 적용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높은 이자를 감당할 준비가 안된 청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신용유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물론 저축은행과 대출중개업체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심사과정의 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축은행과 대출중개업체는 서로 입을 맞춰 심사과정에서 필요한 구직정보 등을 날조했지만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별다른 검토작업을 하지 않았다.

만약 금융당국에서 아르바이트업체 정보와 대출금 사용용도 등의 심사기준을 강화한다면 청년 신용불량자 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소득이 없는 청년이 신용대출을 실시할 때는 반드시 부모 동의 등을 받도록 규제한다면 불필요한 대출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청년 신용불량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시점에서 문제제기 만으로는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당국의 실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