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사고가 유난히 많았다. 그만큼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도 셀 수 없었다. 에볼라 전사부터 팀 쿡 애플 CEO,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외신들은 정치와 경제, 사회 등의 영역에서 세계인의 공감을 이끈 인물을 주목했다.

 
'에볼라 긴급구호대(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1진 대원들이 지난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에볼라 긴급구호대(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1진 대원들이 지난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목숨 담보로 싸우는 에볼라 전사

올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인물은 에볼라바이러스 감염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의료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2월14일 기준 총 1만8603명이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이 가운데 6915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위험 속에서 에볼라바이러스와 마주한 의료진이 올해의 인물로 추대된 배경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역시 지난 12월10일 전세계 에볼라 의료진(THE EBOLA FIGHTERS)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선정 이유도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다. <타임>은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는 모든 사람은 감염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경 없는 의사회(MSF), 사마리아인의 지갑 등과 같은 단체들은 에볼라 발병 현지의 다른 의료진과 함께 가장 먼저 나섰다"고 밝혔다.

또 이 매체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에볼라 대응에 나선 의료진의 적극적이고 끝없는 노력과 자비로움, 용기 덕분에 전세계가 대응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며 "이들이 목숨을 걸고 에볼라와 싸우는 동안 각국의 국민은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었다"고 의료진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처럼 <타임>은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들이 규제 탓에 신속히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의료봉사단체들이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이 영웅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목숨을 걸고 에볼라와 싸우고 있다.

 
팀 쿡 애플 CEO. /사진=뉴스1
팀 쿡 애플 CEO. /사진=뉴스1

◆최고 실적 이끈 팀 쿡 애플 CEO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즈>는 올해의 인물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의 사망 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애플 실적을 최고로 끌어올렸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진한 실적과 주가, 스티브 잡스 사후 혁신정신이 퇴색했다는 평가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9월 출시한 아이폰6의 대성공으로 이 같은 비판은 자취를 감췄다. 아이폰6의 성공 덕에 한때 부진했던 애플 주가는 올해 50%가량 치솟았다. 시장가치는 역대 최고인 7000억달러까지 상승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자 투자자들은 애플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며 "그러나 팀 쿡 최고경영자는 3년 동안 이 같은 부정적인 여론에 휘말리지 않는 대담성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또 "팀 쿡은 아이폰6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 제품인 '애플워치'와 결제시스템인 '애플페이'까지 성공을 거두면서 애플의 사업범위를 넓혔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스1 한재호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뉴스1 한재호 기자

◆중-러, 최고 관계 이끈 시진핑 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올해의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 비영리·인물전기 연구기관인 러시안 바이오그래피컬 인스티튜트는 최근 시진핑 국가수석을 올해의 인물로 내세웠다. 이 기구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한 것이 선정이유"라고 설명했다.

지난 1992년 설립된 러시안 바이오그래피컬 인스티튜트는 그동안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성립된 독립국가연합에서만 올해의 인물을 뽑았다. 이 기구가 독립국가연합 지도자가 아닌 다른 국가 지도자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중국이 러시아에 얼마나 큰 영항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의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중국과 중국지도자의 영향력 확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과 러시아의 시진핑-블라디미르 푸틴 체제가 정치, 군사·안보, 경제분야 등에 대한 협력을 대폭 강화하며 '역사상 최고의 관계'에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1월12일 유럽우주국(ESA) 로제타 탐사선의 탐사로봇 필레가 혜성에 착륙. 성공을 기뻐하는 ESA 과학자들. /사진=다름슈타트(독일)=AP/뉴시스
지난 11월12일 유럽우주국(ESA) 로제타 탐사선의 탐사로봇 필레가 혜성에 착륙. 성공을 기뻐하는 ESA 과학자들. /사진=다름슈타트(독일)=AP/뉴시스

◆과학·스포츠계 올해의 인물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유럽우주국(ESA)의 비행책임자 안드레이 아코마조다. 그는 지난 11월12일 로제타 탐사선의 탐사로봇 '필레'가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 혜성 착륙에 성공한 사실을 발표한 인물이다.

이탈리아 공군 조종사였던 안드레아 아코마조는 대학원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뒤 진로를 바꿔 지난 18년 동안 로제타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그는 "앞으로 수성과 화성, 목성 탐사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아시아 최초로 화성탐사선 망갈리안을 화성 궤도에 진입시킨 인도우주개발기구(ISRO)의 코피릴 라드하크리시난 회장과 초기 우주의 중력파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의 문제점을 밝혀낸 천문학자 데이비드 스퍼겔 프린스턴대 교수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또 시오스 셰어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도 전자현미경의 성능을 향상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스포츠계에서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이끄는 '월드컵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세계적인 남성지 <지큐> 중국판은 최근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올해의 스포츠인으로 꼽았다. <지큐>는 가장 멋진 외국인이라는 찬사와 함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중국축구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큐>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가운데 유일한 스포츠인이다.

<지큐>는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중국사회에서 축구 자체가 지닌 가치를 높였다"며 "중국축구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출전 이후 11년간 자랑할 만한 것은 마르첼로 리피 감독 뿐"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