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바둑알처럼 움직여야 사는 시대”
2015 비즈니스 트렌드 / 인터뷰-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김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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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경제는 혹독한 불황기를 맞았다. 세월호 참사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고 이는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너도나도 실적부진에 허덕였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뚝 끊겼고 유통·서비스업은 물론 항공·IT·자동차 등 산업계는 매출악화에 시달려야 했다.
새해가 밝았다. 저마다 새 먹거리, 시장확대 등의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창조경제를 논하는 한국사회에서 2015년 화두 역시 유감스럽게도 생존이다. 격변하는 산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총장)는 "드라마 <미생>에서 봤듯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첫 바둑알을 내려놓는 순간부터 판세를 머릿속에 그린다"며 "사업도 바둑과 마찬가지다. 판세(이익·매출)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마케팅과 조직의 융합, 강점과 약점 등의 전술을 창의적으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통산업의 생존과 발전에 힘써온 오 교수를 만나 올 한해 비즈니스 트렌드 전망을 들어봤다. 초점은 대중들의 소비 경향 예측에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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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한별 기자 |
- 지난해 우리나라 비즈니스 생태계는 어땠나.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사회적 우울증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전반적으로 지갑을 닫았다. 따라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한 세일과 이벤트가 유난히 많았던 해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즐거움이 수반되는 쇼핑을 자제하면서도 꼭 필요한 것, 기능적인 것, 명분이 확실한 상품과 서비스 위주로 구매했다. 이에 따른 사업, 유통업태의 생성과 쇠퇴가 두드러졌다. 아웃렛이나 온라인쇼핑몰이 활성화되고 FTA 중심으로 마켓이 커지면서 해외직구족도 늘었다. 이런 트렌드가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화되는 복합적인 융합업태가 늘어났다.
- 올해는 어떨까. 지난해에 비해 시장규모나 트렌드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나.
▶올 한해도 지난해의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유지되면서 소비자의 소득이 크게 늘지 않고 소비여력은 줄어들며 미래에 대한 불안은 더 커질 것이다. 저축이나 보험 등 미래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되고 소비성향이 합리적인 가치소비로 이어지면서 관련업체들은 더욱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업태 내 시장이 커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편 한계기업이 하나둘 속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1등 위주로 재편되는 방향의 M&A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수익 및 위기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유통업태도 온·오프라인의 복합화, 업태 간 융합화, 옴니채널 관리의 확대 등이 나타날 것이다.
-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소비경향, 올해는 어떻게 달라질까.
▶돈에 대한 가치추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와 가격 비교에 대한 정보가 확대될 것이다. 대형 온라인쇼핑몰의 역할이 커지면서 가격과 기능을 따지면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통합적인 맞춤구매가 늘어날 전망이다. 보증과 환불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실버세대가 늘면서 안티에이징상품과 서비스의 증대, 건강과 여가관련 상품,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는 상품 등 보다 심화되고 다양한 욕구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 유통전문가로서 국내 비즈니스시장은 어떤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도전할 만한 사업을 추천한다면?
▶세대별·맞춤형·실버세대를 겨냥한 사업이 뜰 것이다. 현재로서는 웰빙·건강·안티에이징을 추구하는 사업의 초점이 모호한 편이다. 세대별 라이프스타일과 연계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그쪽 시장을 공략해 도전하면 성공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물론 중요한 건 소비자와의 밀착도다. 기존사업의 경우에도 소비자 밀착형 점포는 지속적으로 살아남았다.
- 세대별 공감포인트를 갖고 사업에 임하라는 얘긴데 이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한다면?
▶차별화가 포인트다. 남들이 하는 것을 똑같이 하면 그 사업은 무너지기 쉽다. 차별화가 진행됐다면 이후에는 효율성 가치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의 비즈니스 시스템은 조직화와 통합화로 갈 것이다. 컨소시엄이나 프랜차이즈 또는 M&A를 통한 협동 등 위험을 분산하면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업태 간 융합화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될 것이다.
-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필승법'을 알려달라.
▶무조건 소비자다. 소비자는 욕구를 조작하지 못하고 감추지 못한다. 모든 것을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하고 주어진 예산이나 인력의 범위 내에서 우선순위와 그에 따른 노력이 강구돼야 한다. 마케팅과 영업, 재무활동이 매출과 수익은 물론 모든 활동에 녹아 있어야 하고 사업의 전반적인 판세와 부분적 판세를 끊임없이 들여다봐야 한다. 또 매출관리와 이익관리를 상시화하고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한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한다. 여기서 잊지말아야 할 것은 소비자와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 이를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틀에 박힌 정책에서 벗어나 시장 진화를 이해해야 한다. 정부정책이 시장지향적이지 못하면 국내업체들은 글로벌마켓에서 경쟁할 수 없고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특정 사업분야에 기업들이 수익을 낼 때 정부는 법령에만 의지하지 말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일으키는 해당사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즉, 기업들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법적인 테두리를 잘 조성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창조경제시대에 창조경영 업태의 발전을 위한 것이 무엇인지 정부는 전반적으로 생각하면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 오세조 교수 프로필
▲1990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1998년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유통전문경영자과정 주임교수 ▲1998년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프랜차이즈 CEO과정 주임교수 ▲2000년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고문 ▲2002~2003년 한국유통학회장 ▲2010년 유통물류프랜차이즈 리더스포럼 회장 ▲2010년 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장 ▲2013년 연세대학교 미래교육원장 ▲2014년 8월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부총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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