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 노스트라다무스보다 현명한 셰르파
이승호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 PB부장
5,437
공유하기
![]() |
# 198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은 2002년과 2012년 사이에 소련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소련은 2002년이 되기도 전에 공중분해 돼 사라지고 말았다.
# 2006년 경제전문가 아서 래퍼는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전망을 비웃으며 미국경제는 최고의 상태에 있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시작은 부동산 거품의 붕괴에서 촉발된 것이었다.
이 시간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미래에 대해 전망한다. 특히 연말, 연초에는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새해 증시 전망에 대한 보고서가 쏟아진다. 하지만 자료가 나온 후 한해가 지난 시점에서 전년도에 발간된 전망자료를 다시 살펴보면 예측치에서 많이 벗어난 자료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펴낸 예측자료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면 앞으로 나올 새로운 예측자료의 정확도 또한 높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전망자료에 많은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미래를 엿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늘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를 함께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매체 혹은 전문가의 입을 통해 그 실낱같은 미래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 외국계 증권사 “비중 늘려라”
올해도 여지없이 새해는 밝았고 이미 수많은 국내외 증권사들이 새해 전망을 내놓았다. 어느 증권사가 가장 근접하게 예측했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소위 전문가로 불리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고민한 결과가 어떤 것인지는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전망이라는 것이 설사 허무맹랑한 자료일지라도 말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외국계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은 비중확대가 많다. 이미 미국 경기회복으로 인해 다우지수가 연말에 사상최고치를 달성했듯 내년에도 그런 기조가 주가상승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아서다. 또한 글로벌 투자자에게 너무 박하다고 평가 받던 배당금 지급 확대도 주가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부동산시장 회복에 따른 부의 효과도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예측한다.
![]() |
하지만 위험요인 또한 만만찮다. 엔화약세, 중국 등의 세계경기 둔화, 과도한 가계부채 부담 등이 국내증시의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내다봤다. 도이치증권의 2015년 전망자료를 보면 그들의 관점에서 9개의 주가하락 리스크 요인을 분류했는데 이 중 가장 확률이 높으면서도 발생할 경우 증시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만한 위험요인 상위 2가지가 ▲ECB(유럽중앙은행)의 실패에 따른 유럽의 위기 재발생 ▲중국의 경착륙 시나리오다.
이 경우에는 한국증시가 직격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도이치 외에도 많은 외국계 증권사가 이 부분을 우려했다. HSBC의 경우 규제완화·배당확대·기업구조조정 등이 코스피를 개선할 것으로 봤지만 낮은 이익개선과 높은 가계부채 등을 이유로 들며 ‘둔화에 대비하라’는 제목의 한국증시에 중립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시장에 중립 의견을 내며 ‘최근 4년간 가장 낮은 퍼포먼스를 고려했을 때 기회는 있을 것 같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 국내 증권사, 대체로 긍정적
국내 증권사의 경우 대부분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상저하고’의 주가 패턴에 많은 표가 나왔다. 긍정적인 의견을 낸 증권사 중에는 다소 흥미로운 분석을 한 리서치 하우스도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글로별 교역량의 증가와 ‘주주가치 및 오너가치의 간극 축소’를 증시 상단을 열 주요 변수로 봤다. 이에 따라 올해 증시는 굳건한 하단과 열린 상단을 가졌다고 예상했다.
![]() |
LIG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증시 변동성은 양적완화(QE)의 종료와 글로벌 경기부진 우려의 선반영 과정이었으며 이제 공포감이 정점을 지났으니 매수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유가안정, 미국 임금상승, 한국 확장 재정 등은 ‘잊혀진 골디락스(성장세가 지속되더라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거의 없는 이상적인 경제상황)의 추억’을 불러올 수 있다는 재미있는 표현을 사용했다.
예외적으로 우리투자증권은 ‘상고하저’를 전망했는데 그 근거로는 상반기에 정책효과가 집중되고 하반기에는 미국 출구전략 등의 이슈로 증시가 조정될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다.
현대증권도 올해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국 경제와 증시에서 최근 나타나는 일련의 현상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사이에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 그 결과 과거 일본의 사례를 놓고 보면 경제성장률이나 주식시장 모두 수혜보다는 피해일 가능성이 있고 국내경기 방향성의 의미 있는 개선은 올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제 본격적인 2015년이 시작됐다. 그 어떤 전문가도 올 한해의 전망에 대해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들이 예상하는 결과값만 기억하지 말고 그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고민한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결과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는 과정에서 나오는 논리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를 기대하기보다는 현명한 셰르파(Sherpa)를 기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