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김아영씨(29)는 MBC의 인기 쇼프로그램 ‘무한도전-토요일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를 보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90년대 향수에 젖은 그는 내친김에 음악플레이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켰다. 하지만 몇 번을 시도해도 앱이 작동되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문제려니 생각한 김씨는 애꿎은 전원만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흥이 났던 기분도 금세 사그라졌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나서야 자신이 사용하는 통신사의 LTE(롱텀에볼루션)망에 장애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김씨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4일 온라인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반나절가량 SK텔레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SK텔레콤 ‘님’들도 안 되나요?”, “LTE가 갑자기 안 터져요”, “스마트폰이 이상해요” 등 통신장애를 호소하는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당시의 접속 장애는 SK텔레콤의 장비 일부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24분부터 4시15분까지 한시간가량 LTE망과 3G(3세대)망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져 전국 일부 지역에서 인터넷 연결이 지연됐다. 특히 지역에 따라 3G망에도 장애가 발생해 인터넷 접속은 물론 음성통화까지 ‘먹통’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이용자들은 SNS 등을 통해 “발신음이 가는데 수신자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 같은 상황을 전달했다.

SK텔레콤 측은 이에 대해 “외부 인터넷 연동을 위한 장비 일부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비상 호(呼) 처리를 통해 (당일) 복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21일 당시 하성민(오른쪽 2번째) SK텔레콤 사장과 간부들이 서울 중구 T타워에서 SK텔레콤 서비스 장애 피해 보상 관련 기자회견을 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3월21일 당시 하성민(오른쪽 2번째) SK텔레콤 사장과 간부들이 서울 중구 T타워에서 SK텔레콤 서비스 장애 피해 보상 관련 기자회견을 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신대란’ 얼마나 됐다고…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SK텔레콤의 통신장애는 지난해 3월 불거진 통신장애 대란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SK텔레콤이 문제가 됐다.

앞서 SK텔레콤 이용자 중 최대 560만명은 지난해 3월20일 저녁 발생한 통신서비스 장애로 6시간가량 수·발신에서 불편을 겪었다. 당시 SK텔레콤은 “가입자 확인 모듈의 장애로 문제 발생 후 24분 내 복구를 완료했지만 이후에도 가입자 확인 시도 호의 폭증으로 (6시간이 지난) 자정쯤에야 서비스가 원상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서비스의 기본인 수·발신에서 장애가 발생한 터라 이용자들의 분노 또한 엄청났다. 특히 불편을 넘어 업무상으로 손해를 본 택배기사와 콜택시 등 기업 형태로 영업하는 가입자들은 ‘손해배상 소송 제기’ 등을 논하며 공분했다.

SK텔레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다음날인 21일 즉각 사과했다. 당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고객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어 “약관 이상의 추가 보상을 시행하겠다”고 보상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하 사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나은 통화품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당 장비에 대한 보강 작업을 진행하겠다”면서 “향후 이 같은 장애 재발 방지와 서비스 개선을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하 사장의 약속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공염불이 됐다. 이번 '1·4 장애'에 대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서다. 특히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이전 3G 요금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진 LTE 요금제를 쓰면서도 통신장애가 잦은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SK텔레콤의 월 7만5000원(부가세 포함 8만2500원) 요금제를 이용 중인 강나현씨(27)는 “SK텔레콤을 쓰기 전 타 통신사를 이용했지만 도심에서 떨어진 산간지역에서도 한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며 “LTE와 와이파이 모두 불안정한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통사들이 비싼 요금을 받았으면 그 값을 해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사진=트위터 캡처

◆'통신 불량' KT>SKT>LGU+ 순

2015년 첫 ‘불통’의 불명예를 SK텔레콤이 안게 됐지만, LG유플러스와 KT도 통신장애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제출받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이통3사의 통신장애 횟수는 18회로 지속시간도 37시간30분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 KT가 8회로 가장 많았으며 SK텔레콤(5회), LG유플러스(5회) 순이다. 여기에 지난 4일 SK텔레콤의 통신장애를 합치면 SK텔레콤이 LG유플러스에 앞서게 된다.

장애의 주요 원인은 ▲소프트웨어 오류 ▲하드웨어 불량 ▲과부하 등 이통사의 부주의다. 그러나 피해는 가입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유 의원은 “이통사의 통신장애로 피해를 입은 국민이 654만명에 이르렀지만 정작 통신사들의 피해보상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자료를 보면 피해를 본 가입자들에 대한 보상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SK텔레콤이 438억6000만원(1인당 7200원)을 보상했을 뿐 KT와 LG유플러스는 보상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통 3사의 약관에 따르면 ‘고객의 책임 없는 사유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또는 1개월 동안 서비스 장애발생 누적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는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시간에 해당하는 기본료와 부가사용료의 6배에 상당한 금액을 최저 기준으로 해 고객 청구에 의해 협의, 손해배상을 한다’고 기재돼 있다.

하지만 통신장애가 일부 이용자들의 생계문제에 영향을 끼칠만한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1인당 최소 0원 혹은 7200원에 그치는 현재 보상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통신장애는 수많은 국민의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생계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통신사들의 자발적인 장애 예방노력과 손해보상체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