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두 배' EU 쿼터 '반토막'… 철강 수출 장벽 너무 높아
미국 232조 '파생 제품' 확대, EU TRQ '영구 제도화' 추진… 한국 수출 전방위 타격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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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이 철강 산업을 자국 안보와 전략산업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며 전방위 수입규제에 나섰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세계 철강 시장이 '국가 중심의 보호무역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광장 박정현 변호사는 4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스틸코리아 2025'에서 "미국은 관세를 두 배로 높이고, EU는 무관세 쿼터를 절반으로 줄였다"며 "글로벌 철강 교역의 룰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올해 들어 보호무역 수위를 대폭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6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적용하던 섹션 232(Section 232)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했다. 이번 조치는 원자재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등 '파생 제품'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게 특징이다.
기존에는 일부 국가나 품목에 예외를 두었지만 개정을 통해 국가별 예외를 대부분 폐지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업계 의견을 수렴해 지난 8월 발표한 최종 명단에서 접수된 467개 품목 중 407개(약 90%)를 신규 관세 적용 대상으로 확정했다. 이로써 대부분의 철강·알루미늄 관련 제품이 관세 대상에 편입됐다.
관세 부과 방식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제품 전체 가격을 기준으로 했으나 이제는 제품 내 '금속 함유 가치'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금속 비중이 낮은 제품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핵심 소재에 대한 수입을 정밀하게 통제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은 철강 산업을 국가안보와 직결된 산업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성명에서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미국 내 철강 수입량은 올해 1~7월 기준 전년 대비 약 14% 감소했다.
박 변호사는 "당초 25% 적용 시 시장 가격 상승으로 관세 효과가 상쇄돼 수입 물량이 줄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자 사실상 수입 차단 수준의 강력한 조치를 채택한 것"이라며 "내년에 미국 선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세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새로운 철강 수입규제(TRQ·Tariff Rate Quota) 개정안'을 발표하며 무관세 수입 쿼터를 2024년 대비 약 47% 축소하고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EU가 시행해온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의 후속 규제다.
EU의 세이프가드는 WTO 협정상 최대 8년만 유지할 수 있는데 내년 6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EU는 제도 만료 이후에도 동일한 수준의 시장 차단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EU 내부법' 형태의 TRQ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영구적인 수입규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미국과 EU가 한국의 주요 수출처인 만큼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섹션 232 확대에 따라 자동차용 강판, 후판, 스테인리스 등 주요 품목이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EU의 쿼터 축소로 대EU 수출 물량도 줄어들 전망이다.
해결책으로는 ▲미국·EU 내 현지 생산 확대 ▲현지 수입자 및 수요기업과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 ▲브뤼셀·워싱턴 외교채널을 활용한 제도 협상 참여 등을 대응 방향으로 제시했다.
박 변호사는 "다자주의 무역체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은 규범 기반의 통상 질서를 존중하되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와 산업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며 "철강이 단순 소재산업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생존전략을 다시 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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