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려다 먹힌 대우차, 이익마저 GM에 '탈탈'
국산 외국차, 왜 고전하나 (하) / 한국지엠
최윤신 기자
10,136
공유하기
현재 국내 5개 완성차 회사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를 제외한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 등 3사는 외국계다. 프랑스 르노, 인도 마힌드라그룹,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각각 그 주인이다. 외국계 자본유입에는 분명 장·단점이 있지만 ‘쌍용차 사태’와 같은 위험은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머니위크>는 세 자동차기업이 외국계 자본에 팔린 이유를 알아보고 ‘제2의 쌍용차 사태’의 위험성은 없는지 짚어본다.
최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입을 열었다. 특히 대우자동차에 대한 언급이 크게 회자됐다.
김 전 회장은 정부가 판단 착오로 대우차를 GM에 헐값에 매각했고 현재 한국지엠은 모회사인 GM의 내수시장 전담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헐값에 대우차 인수, 중국서 재미본 GM
서른살의 나이에 대우를 창업한 김 전 회장은 1978년 산업은행이 보유한 새한자동차 지분 50%를 인수하며 자동차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1982년 대우그룹이 경영권을 갖게 되면서 새한자동차는 대우자동차로 사명을 바꿔 달았다. 당시 대우차는 중화학공업 합리화 조치로 현대차와 함께 두 회사만 승용차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많은 이익을 남겼고 이는 대우그룹 성장의 근간이 됐다. 김 전 회장이 대우차에 남다른 애착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대우차는 공격적인 해외진출에 이어 지난 1996년과 1997년 라노스·누비라·레간자 등 3차종을 출시하고 1998년에는 티코를 잇는 경차 마티즈를 내놨다. 이후 RV와 대형차 생산에까지 손을 뻗치려던 대우차는 중대형 엔진 기술력을 채우기 위해 1997년 쌍용차 인수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공격적 행보가 탈이 되고 말았다. 1997년 말 한국에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 때문이다. 당시 대우차 역시 자금줄이 막혀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결국 대우차를 포함한 대우그룹은 1999년 7월 자동차사업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우그룹은 법정 관리를 추진해 보기도 했지만 금융권은 끝내 같은 해 8월 말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단행했다. 대우그룹의 1999년 6월 말 기준 자산은 총 91조9000억원. 당시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다.
하지만 인수 의향이 있는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는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장 관심을 보였던 포드는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 사태로 자사주 매입 결정을 하는 등 자금 조달 문제를 겪으면서 인수를 포기했다. 현대차는 기아차를 인수한 직후여서 공격적인 입찰을 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대우차는 13억6000달러라는 헐값에 GM에 넘어갔다. 채무인수금액을 제외하고 실제 GM이 지불한 금액은 4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GM은 손에 넣은 대우차를 중국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했다. 대우차가 개발한 누비라와 마티즈를 상하이GM에서 각각 뷰익엑셀, 스파크란 이름으로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 |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 /사진제공=한국지엠 |
◆많이 팔아도 이익은 GM이 독식… 철수 우려도
현재 한국지엠이 처한 최대 위기는 영업이익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한국지엠은 78만518대의 완성차를 판매하고 118만4774대의 반조립제품(CKD)을 수출해 15조60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조865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비용을 처리한 후 2013년 다시 환입한 통상임금 충당금 7890억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2975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1.9%에 불과했다. 현대차가 평균 7~8%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것을 고려하면 과도히 낮다.
그나마 이마저도 최근 들어 개선된 실적이다.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지엠의 영업이익률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영업이익률 부진은 CKD 수출 증가와 맞물린다. 지난 2007년 CKD 수출이 전체 판매량에서 49.7%를 차지했을 당시 영업이익률은 3.8%였다. 이후 2008년 CKD 수출은 55.5%, 2009년 63.8%, 2010년 59.7%, 2011년 60.9%로 증가세를 보였고 영업이익률은 2008년 2.4%에서 2009년 1.6%, 2010년 0.6%, 2011년 0.8%로 주저 앉았다.
이런 상황은 모기업에 수익이 집중되도록 한 GM의 비즈니스 방침 때문이다. GM은 한국지엠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완성차와 CKD 등을 매입해 이익을 취한다. 한국지엠은 많은 차를 생산하고도 영업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이런 위치마저도 유지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GM은 내년까지 유럽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쉐보레 유럽 수출용 차량의 90% 이상을 생산하던 한국지엠은 판매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한국지엠의 수출량이 전년대비 24.4%나 떨어진 것은 이러한 영향이 컸다.
다국적 기업인 GM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한국지엠이 효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버릴 수 있다. 수출과 내수 모두 GM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해외 계열사와 비교해 우위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지난 2010년 '먹튀'를 막기 위해 GM과 체결한 안전장치인 '연구개발(R&D) 기술 공동 소유권'이 유일한 희망이다.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 회사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오히려 족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소형차 신차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지엠에 대해 GM이 제3자 매각을 철저히 막고 물량 확보 중단,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자연도태' 되도록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