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보험대리점, 덩치만큼 커지는 '그늘'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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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업계에서는 독립법인대리점(GA)이 대세다. 전체 설계사의 절반이 GA 소속이다. 대형보험사까지 자사형 GA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앞으로도 GA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커진 덩치만큼 GA는 업계에 혼란과 갈등을 가져왔다. 보험업계 내에서도 GA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덩치만 커진 GA, 부작용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35개 대형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는 전체 보험설계사 39만6988명 중 18만5139명으로 46.4%에 달했다. 보험설계사 두명 중 한명은 보험사가 아닌 보험대리점 소속인 셈이다.
올해 상반기 이후 GA 규모는 전체 보험설계사의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대리점의 대형화가 갈수록 두드러지면서 대형보험사도 자사형 GA 설립에 적극 나섰다.
현재 자사형 GA를 보유한 생명보험사는 미래에셋생명, 라이나생명 등이며 손해보험사는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AIG손해보험 등이다. ‘빅3’ 생보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이 이달에 자사 소속 GA를 설립했다. 삼성생명 역시 자사형 GA를 도입할 예정이다.
GA는 여러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이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소비자가 한 자리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한 후 가입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여러 브랜드의 물품을 한곳에 진열해 판매하는 대형마트처럼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GA 소속 설계사에게 상담 받고 가입하는 게 보험사 전속설계사를 통하는 것보다 편리하다.
설계사 입장에서도 GA의 근무환경은 매력적이다. 출퇴근과 정기적인 합숙훈련 등을 해야 하는 전속설계사와 달리 GA 소속 설계사는 출퇴근이 자유롭다. 또 전속은 자사상품만 판매해야 하지만 GA는 모든 보험사 상품을 팔 수 있다. 무엇보다 보수조건이 전속보다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GA에 대한 부작용 문제를 거론한다. 덩치만 컸지 정신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한 어린 아이와 같다는 것. 보험업계에서는 GA의 불완전판매 민원이 전속설계사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보험대리점의 불완전판매비율은 평균 0.4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보험사 전체 평균 불완전판매비율(0.40%)보다 높은 수준이다.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GA가 불완전판매를 줄여 시장을 정화하는 순기능을 할 것이라던 기대감이 무색해진 셈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막강해진 GA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판매수수료 인상에 임대료까지 요구하는 곳도 생겼다는 게 일부 보험사의 주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수수료를 올려달라는 요구는 기본이고 어떤 GA에서는 사무실 임대료에 여행경비 등의 비용까지 언급한 곳도 있다”며 “말도 안되는 요구인줄 알면서도 GA의 판매가 회사 실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 쉽게 거절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판매수수료 인상에 따른 보험료 인상이다. 실제로 GA가 보험사 수수료 인상을 부추긴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판매수수료를 높이면 자연스레 보험료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GA “현장 모르고 하는 소리”
GA업계는 억울하다며 크게 반발했다. GA 소속 한 설계사는 “지금 가장 크게 오해를 받는 게 우리가 고객의 상황과 관계없이 수수료가 높은 보험사의 상품을 추천한다는 것인데 그건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며 “보험사마다 수수료 차이도 거의 없을뿐더러 실제 수수료를 떼먹으려고 횡포를 부린 설계사가 있다 해도 소비자가 먼저 눈치 챈다. 특히 무엇보다 업계에 소문이 퍼지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영업방식을 고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GA로 인해 보험시장이 깨끗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IFA(독립투자자문) 제도가 도입되면 불완전판매는 0%에 가까울 정도로 시장이 깨끗해질 것”이라며 “IFA 도입으로 인해 GA 소속 설계사들은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컨설팅하고 컨설팅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컨설팅 능력이 향상돼 오히려 시장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험사 사이에서는 자회사형 GA 설립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특정 보험사의 자회사형 GA는 결국 소속회사 관련 상품 판매에 치중하는 관행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한 중소형보험사 관계자는 “특정 회사에 소속된 GA는 아무래도 해당 회사 상품을 우선 판매할 것”이라며 “기존 보험설계사 채널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GA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고심 중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고 GA가 자체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기보고서 형태로 당국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며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하지만 커진 덩치만큼 GA는 업계에 혼란과 갈등을 가져왔다. 보험업계 내에서도 GA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덩치만 커진 GA, 부작용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35개 대형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는 전체 보험설계사 39만6988명 중 18만5139명으로 46.4%에 달했다. 보험설계사 두명 중 한명은 보험사가 아닌 보험대리점 소속인 셈이다.
올해 상반기 이후 GA 규모는 전체 보험설계사의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대리점의 대형화가 갈수록 두드러지면서 대형보험사도 자사형 GA 설립에 적극 나섰다.
현재 자사형 GA를 보유한 생명보험사는 미래에셋생명, 라이나생명 등이며 손해보험사는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AIG손해보험 등이다. ‘빅3’ 생보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이 이달에 자사 소속 GA를 설립했다. 삼성생명 역시 자사형 GA를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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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카페는 국내 GA 최초로 대형할인마트에 생긴 금융서비스 공간이다. /사진=뉴시스 DB |
GA는 여러 보험사와 제휴를 맺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이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소비자가 한 자리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한 후 가입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여러 브랜드의 물품을 한곳에 진열해 판매하는 대형마트처럼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따라서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GA 소속 설계사에게 상담 받고 가입하는 게 보험사 전속설계사를 통하는 것보다 편리하다.
설계사 입장에서도 GA의 근무환경은 매력적이다. 출퇴근과 정기적인 합숙훈련 등을 해야 하는 전속설계사와 달리 GA 소속 설계사는 출퇴근이 자유롭다. 또 전속은 자사상품만 판매해야 하지만 GA는 모든 보험사 상품을 팔 수 있다. 무엇보다 보수조건이 전속보다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GA에 대한 부작용 문제를 거론한다. 덩치만 컸지 정신적으로는 성숙하지 못한 어린 아이와 같다는 것. 보험업계에서는 GA의 불완전판매 민원이 전속설계사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보험대리점의 불완전판매비율은 평균 0.4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보험사 전체 평균 불완전판매비율(0.40%)보다 높은 수준이다.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GA가 불완전판매를 줄여 시장을 정화하는 순기능을 할 것이라던 기대감이 무색해진 셈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막강해진 GA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판매수수료 인상에 임대료까지 요구하는 곳도 생겼다는 게 일부 보험사의 주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수수료를 올려달라는 요구는 기본이고 어떤 GA에서는 사무실 임대료에 여행경비 등의 비용까지 언급한 곳도 있다”며 “말도 안되는 요구인줄 알면서도 GA의 판매가 회사 실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 쉽게 거절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판매수수료 인상에 따른 보험료 인상이다. 실제로 GA가 보험사 수수료 인상을 부추긴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판매수수료를 높이면 자연스레 보험료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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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삼성생명 |
◆GA “현장 모르고 하는 소리”
GA업계는 억울하다며 크게 반발했다. GA 소속 한 설계사는 “지금 가장 크게 오해를 받는 게 우리가 고객의 상황과 관계없이 수수료가 높은 보험사의 상품을 추천한다는 것인데 그건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며 “보험사마다 수수료 차이도 거의 없을뿐더러 실제 수수료를 떼먹으려고 횡포를 부린 설계사가 있다 해도 소비자가 먼저 눈치 챈다. 특히 무엇보다 업계에 소문이 퍼지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영업방식을 고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GA로 인해 보험시장이 깨끗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IFA(독립투자자문) 제도가 도입되면 불완전판매는 0%에 가까울 정도로 시장이 깨끗해질 것”이라며 “IFA 도입으로 인해 GA 소속 설계사들은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컨설팅하고 컨설팅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컨설팅 능력이 향상돼 오히려 시장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험사 사이에서는 자회사형 GA 설립을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특정 보험사의 자회사형 GA는 결국 소속회사 관련 상품 판매에 치중하는 관행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한 중소형보험사 관계자는 “특정 회사에 소속된 GA는 아무래도 해당 회사 상품을 우선 판매할 것”이라며 “기존 보험설계사 채널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GA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고심 중이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보고 GA가 자체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기보고서 형태로 당국에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며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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