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소재 보석소매업체 A사는 3년 전 중국시장 진출을 결심하고 ‘북경 보석전시회’에 참가하기로 했다가 통관과정에서 뜻밖의 난관을 만났다. 중국세관에서 물품가격의 50%에 달하는 담보금을 현금으로 요구했다. 가까스로 현금을 마련해 무사히 전시회를 마쳤지만 진땀 뺀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에도 몇 차례 현금담보금과 통관지연의 문제를 겪은 뒤 대한상의에서 발급하는 ‘까르네’를 알게 됐다. 중국세관에서 까르네와 전시회 초청장을 보여주니 별도의 현금담보금 없이 즉시 통관이 가능해졌고 2년 이상 전시회 참가를 통해 중국의 귀금속 바이어들과 친분이 생겨 작년에는 10억 원 규모의 주문을 받아내는 성과도 이뤘다.


#. 반도체 장비제조회사 B사는 2년 전 미국, 일본, 독일, 대만의 6개 고객사로부터 새로 개발한 최신 장비의 데모테스트 요청을 받았다. 각 고객사의 제조라인에 호환성 등을 테스트한 후 수출계약을 맺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석 달간 시제품 1대로 6개사를 돌기에는 시간이 빠듯해 보였다. 더군다나 각 나라의 통관절차가 다르고 까다로워 고민하던 중 이들 나라에서 통용되는 ‘까르네’를 발급받기로 했다. 다행히 각 나라들을 거치는 동안 통관이 지연되는 일은 없었고 당초 일정대로 모든 테스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ATA까르네’(까르네)가 수출기업으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일시적 해외반출품에 대한 통관증서 역할을 하는 까르네가 까다로운 세관절차는 물론 관세 부담도 덜어주기 때문이다.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5일 해외 비즈니스를 위한 ‘까르네 활용가이드’를 발간했다고 22일 밝혔다.


‘까르네’는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ATA협약을 맺은 74개국 간 이동하는 일시 수출입 물품에 대한 무관세 임시통관증서로 ‘상품 여권’으로도 불린다. 특히 ATA협약국 세관이 유효성을 인정하고 협약국 상공회의소가 일체의 관부가세를 보증하기 때문에 까르네를 이용하면 일체의 관부가세가 면제되는 것은 물론 통관서식 작성과 현금담보 제공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재 많은 기업들이 까르네를 알지 못해 상대국 세관으로부터 거액의 현금담보금을 요구받거나 언어문제·거부반응 등 통관지연의 불편을 겪고 있다”며 “특히 해외바이어에게 시제품을 보내거나 전시물품을 갖고 나가는 경우 통관지연은 사업상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까르네 발급이 해외비즈니스의 문턱에서 ‘겪지 않아도 될 불편’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책자에 따르면 까르네 발급 대상은 현지에서 소비되는 물품을 제외한 대다수 물품에 적용되지만 국내의 경우 주로 해외 전시회 참가 물품과 방송촬영 장비 중심으로 발급되고 있다. 반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거래상품 샘플, 기계·장비 테스트, 스포츠 행사 참가, 뮤지컬 등 각종 공연 장비, 해외출장 물품 등 대다수 거래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까르네 발급 건수도 한국은 2013년 기준 2,013건으로 같은 기간 국내로 일시 수입된 까르네(4,011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74개 협약국 중에서도 크로아티아나 세르비아보다 뒤쳐진 19위로 무역·경제규모에 비해 까르네 활용 빈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목적별 발급 건수를 보면, 수입까르네의 경우 상업샘플(27.8%), 직업용구(29.4%), 전시회 물품(38.8%)이 고른 분포를 보이는 반면 수출까르네는 상업샘플(12.7%)의 발급비율이 직업용구(41.0%)나 전시회 물품(46.3%)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대한상의 관계자는 “전시회 참가업체나 방송사 뿐 아니라 상품 수출을 타진하는 중소기업은 까르네 발급의 효용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간된 책자에는 까르네 발급신청절차와 사용방법, 주요국 통관 시 유의사항 등을 자세히 수록하고 있으며, 대한상의 무역인증서비스센터 홈페이지(http://cert.korcham.net/)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까르네 발급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서울·부산·대구·안양상공회의소 등 4곳이다.

◆까르네 활용 장점 7가지

➊가장 간편한 통관 수단
선택 가능한 다른 일시통관방법(우리나라는 재수입조건부 면세제도)이 있지만, 까르네 보다 간편하고 단순한 제도는 없다.

➋거의 모든 종류의 아이템 커버
현지에서 소비되는 물품 등을 제외한 대다수 물품에 적용된다.

➌통관비용 절감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 수입국이 부과하는 수입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현금담보금을 요구하는 수입국인 경우, 거액의 현금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➍한통의 서류로 모든 통관문제 해결
통관시 마다(수출시, 수입시, 재수출시, 재수입시) 별도서식을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현지국 세관 검사관과 언어문제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➎불확실성 제로
통관지연, 기타 돌발변수로 인한 비즈니스 일정상의 차질을 줄일 수 있다.

➏유효기간 동안 반복 사용
유효기간 이내인 경우, 동일한 물품에 대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➐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제도
까르네 사용이 일반화된 유럽, 미국의 세관을 이용하는 경우, 세관공무원의 거부 반응이 없다. 오히려, 까르네를 사용하지 않은 사실에 대한 거부 반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