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혼자 사는 PD가 만드는 '혼자 사는 이야기'
1인가구시대 '솔로 이코노미' / 인터뷰-<나혼자 산다>의 최행호 PD
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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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나라 전통 가족단위였던 대가족은 이미 오래 전에 무너졌다. 지난 1949년 미국 인류학자 조지 피터 머독이 ‘핵가족’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때만 해도 가족단위 해체를 내다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반세기 만에 핵가족마저 1인 가구로 분열하고 있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1인 가구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과연 어떤 행복을 버리고 또 어떤 행복을 누리고 있을까. <머니위크>가 솔로 이코노미를 조명해봤다.
그날이 왔다. 26년 전인 1989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 2탄이 꿈꿨던 2015년이 왔다. 영화에서는 2015년이 되면 하늘을 나는 스케이트보드와 자동차가 상용화되고 안경형 웨어러블기기 등 최첨단 IT제품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점쳤지만 현실 속 생활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그럼에도 지난 26년간 우리가 사는 사회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거듭했다. 그중에서도 당시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는다면 1인 가구의 보편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독신주의자’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에서 쉽게 납득되기 힘든 일종의 치부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해 ‘싱글족’은 우리 사회를 이끄는 중요한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가 있다. 바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연출을 맡은 최행호 프로듀서(PD)가 그 주인공. 실제로 현재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최 PD는 “그래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 PD를 만나 프로그램의 제작의도부터 그가 바라보는 싱글족에 대한 진솔한 생각까지 가감 없이 들어봤다.
◆독거노인부터 외국인 유학생까지
“<나 혼자 산다>의 제작을 맡은 건 지난 10회부터였어요. 처음 프로그램을 맡을 당시 기획의도는 비교적 명확했죠. 과거에는 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된 ‘1인 가구’의 시대적 흐름을 예능과 접목해 유쾌한 코드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특히 이런 부분을 연예인의 삶을 통해 보여주면 사람들이 공감하기 쉽잖아요. 혼자 사는 사람이 하루하루를 알차게 메워나가는 모습을 통해 싱글족도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최 PD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혼자 사는 삶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즐거움이 존재하지만 굳이 누군가와 소통하지 않아도 혼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즐거움은 특정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 PD는 현재 독거 중(?)인 멤버를 캐스팅하는 과정에서도 중견배우인 김용건부터 외국인 배우 파비앙까지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해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1인 가구가 특정계층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노인가구는 물론 외국에서 유학 온 학생까지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가 존재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싱글족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프로그램에 담고 싶었어요."
이 같은 기준은 게스트를 선정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가 정규 멤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판단되면 섭외를 진행하는 식이다.
과거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심형탁이 대표적이다. 그는 39세의 나이에도 ‘도라에몽’ 캐릭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색다른 즐거움을 줬다. 또한 10대 소년 곽동현이 출연했을 때도 어린 소년이 꿈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 반지하에서 사는 모습을 깊이 있게 다뤄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다만 최 PD는 다큐멘터리적인 요소와 방송적인 재미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연자가 혼자 사는 삶 속에서 실제 겪는 일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게 목적이에요. 하지만 집에서 살림살이를 하는 모습만 반복되면 보는 이들이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죠. 그래서 개별 취미생활 등 이벤트적인 요소를 가미해 적절히 균형을 잡아요.”
그런 그가 인터뷰 내내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함께 사는 삶’의 중요성이다. 사람은 혼자 살 때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살 때 고차원적인 만족감을 누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그에게 촬영 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자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이 부모님을 만나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느끼는 장면을 꼽았다.
“그간 진행했던 모든 장면이 소중하지만 특히 멤버들이 가족을 만나는 장면은 유독 기억에 남아요. 혼자 산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편리하지만 결국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 순간 가장 진솔하게 나타난 것 같아서죠.”
◆그래도 ‘하나보단 둘’이다
그렇다면 최 PD가 생각하는 싱글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까지 10년 넘는 기간동안 혼자 산 최 PD는 “혼자 사는 삶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특히 우리나라는 1인 가구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선진국에 비해 삶의 환경이 열약하다고 염려했다.
“현재 싱글족 자체가 늘어나는 양상인데 그에 비해 주변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일본의 경우 혼자 이용할 수 있는 ‘1인용 식당’이 보편화 됐고 간이식 마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인프라가 아직은 부족합니다.”
특히 근래 전세난이 심각해지면서 1인 가구의 주택문제가 갈수록 악화됨을 우려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다 보니 싱글족이 집을 구하는 일이 더욱 힘들어진 것 같아요. 1인 가구 중에는 학업 등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혼자 지내는 학생도 상당한데 이들의 경우 부동산 비용을 따라잡기가 매우 힘들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끝으로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가능하다면 가족과 함께 살라”고 답했다.
“제 경험상 혼자 살 때 부지런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좋아지기 힘들어요.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가족과 분담해야 할 역할도 온전히 혼자 해결해야 하니까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 사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혼자 사는 데서 오는 만족감은 얼마 못 간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가급적 가족과 함께 즐겁게 살기를 바랍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26년간 우리가 사는 사회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거듭했다. 그중에서도 당시와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을 꼽는다면 1인 가구의 보편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독신주의자’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에서 쉽게 납득되기 힘든 일종의 치부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해 ‘싱글족’은 우리 사회를 이끄는 중요한 구성원으로 존중받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가 있다. 바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연출을 맡은 최행호 프로듀서(PD)가 그 주인공. 실제로 현재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최 PD는 “그래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 PD를 만나 프로그램의 제작의도부터 그가 바라보는 싱글족에 대한 진솔한 생각까지 가감 없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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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한별 기자 |
◆독거노인부터 외국인 유학생까지
“<나 혼자 산다>의 제작을 맡은 건 지난 10회부터였어요. 처음 프로그램을 맡을 당시 기획의도는 비교적 명확했죠. 과거에는 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된 ‘1인 가구’의 시대적 흐름을 예능과 접목해 유쾌한 코드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특히 이런 부분을 연예인의 삶을 통해 보여주면 사람들이 공감하기 쉽잖아요. 혼자 사는 사람이 하루하루를 알차게 메워나가는 모습을 통해 싱글족도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최 PD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혼자 사는 삶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즐거움이 존재하지만 굳이 누군가와 소통하지 않아도 혼자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즐거움은 특정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 PD는 현재 독거 중(?)인 멤버를 캐스팅하는 과정에서도 중견배우인 김용건부터 외국인 배우 파비앙까지 스펙트럼을 다양하게 해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1인 가구가 특정계층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노인가구는 물론 외국에서 유학 온 학생까지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가 존재하는 만큼 최대한 많은 싱글족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프로그램에 담고 싶었어요."
이 같은 기준은 게스트를 선정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가 정규 멤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판단되면 섭외를 진행하는 식이다.
과거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심형탁이 대표적이다. 그는 39세의 나이에도 ‘도라에몽’ 캐릭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색다른 즐거움을 줬다. 또한 10대 소년 곽동현이 출연했을 때도 어린 소년이 꿈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 반지하에서 사는 모습을 깊이 있게 다뤄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다만 최 PD는 다큐멘터리적인 요소와 방송적인 재미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연자가 혼자 사는 삶 속에서 실제 겪는 일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게 목적이에요. 하지만 집에서 살림살이를 하는 모습만 반복되면 보는 이들이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죠. 그래서 개별 취미생활 등 이벤트적인 요소를 가미해 적절히 균형을 잡아요.”
그런 그가 인터뷰 내내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함께 사는 삶’의 중요성이다. 사람은 혼자 살 때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살 때 고차원적인 만족감을 누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그에게 촬영 도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묻자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이 부모님을 만나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느끼는 장면을 꼽았다.
“그간 진행했던 모든 장면이 소중하지만 특히 멤버들이 가족을 만나는 장면은 유독 기억에 남아요. 혼자 산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편리하지만 결국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 순간 가장 진솔하게 나타난 것 같아서죠.”
◆그래도 ‘하나보단 둘’이다
그렇다면 최 PD가 생각하는 싱글족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까지 10년 넘는 기간동안 혼자 산 최 PD는 “혼자 사는 삶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특히 우리나라는 1인 가구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선진국에 비해 삶의 환경이 열약하다고 염려했다.
“현재 싱글족 자체가 늘어나는 양상인데 그에 비해 주변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일본의 경우 혼자 이용할 수 있는 ‘1인용 식당’이 보편화 됐고 간이식 마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인프라가 아직은 부족합니다.”
특히 근래 전세난이 심각해지면서 1인 가구의 주택문제가 갈수록 악화됨을 우려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다 보니 싱글족이 집을 구하는 일이 더욱 힘들어진 것 같아요. 1인 가구 중에는 학업 등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혼자 지내는 학생도 상당한데 이들의 경우 부동산 비용을 따라잡기가 매우 힘들죠.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끝으로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가능하다면 가족과 함께 살라”고 답했다.
“제 경험상 혼자 살 때 부지런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좋아지기 힘들어요.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가족과 분담해야 할 역할도 온전히 혼자 해결해야 하니까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 사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혼자 사는 데서 오는 만족감은 얼마 못 간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고 가급적 가족과 함께 즐겁게 살기를 바랍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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