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 미래를 보려면 학교, 현재를 보려면 시장에 가라는 말이 있다. 시장은 우리에게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다. 서민 간 대화가 있고 애환이 있으며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그랬기에 우리 기억 속에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들렀던 전통시장의 모습은 늘 생동감이 넘쳤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런데 오늘날 전통시장은 위태롭다. 대형마트와 전문할인점이 늘면서 시장상인들의 한숨소리는 더욱 커졌고 사람 일색이던 시장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조용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통시장 매출액은 2005년 27조3000억원을 시작으로 2007년 22조5000억원, 2009년 22조원, 2011년 21조원, 2013년 19조9000억원 등으로 해가 거듭될수록 감소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전통시장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중심으로 시장현대화사업 등 전통시장 활성화 작업이 한창이다. 과연 정부의 바람과 우리의 기대처럼 전통시장은 되살아날 수 있을까. 김 용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특성화사업팀장(사진)을 만나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들었다.


 

[커버스토리]

- 현재 전통시장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역할은.


▶새로운 유통업태의 등장과 급격한 유통환경의 변화로 전통시장이 많이 어려워졌다. 막강한 자본으로 무장한 대형마트의 성장세에 1인 가구, 소가족 등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까지 변하면서 유통경쟁에서 점점 밀리는 분위기다. 게다가 4~5년 전부터 등장한 기업형슈퍼마켓(SSM)과 대형전문할인점으로 인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공단은 ▲1시장 1특색 개발 ▲문화관광형시장 ▲글로벌명품시장 ▲골목형시장 등 시장특성에 맞는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 구체적으로 골목형시장, 문화관광형시장, 글로벌 명품시장은 어떤 지원사업인가.


▶문화관광형시장 지원사업은 각 지역의 문화·관광·축제 등과 연계해 해당 전통시장만이 보유한 특성을 개발, 전국적인 브랜드로 키워 관광과 쇼핑이 가능한 시장으로 육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통시장과 관광상품을 연계한 ‘팔도장터 관광열차’가 대표적이다. 골목형시장은 지역고유의 특성을 살려 ‘1시장 1특색 시장’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삼겹살거리’하면 청주 서문시장을 떠올리는 식이다. 글로벌 명품시장 육성사업은 말 그대로 해외관광객이 전통시장을 통해 한국의 맛과 멋, 흥을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관광상품화하는 사업이다.

- 상인대학도 공단에서 추진하는 전통시장 지원프로그램으로 아는데.

▶상인대학 프로그램은 경영마인드를 갖춘 선진상인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만3800명의 상인이 해당 교육을 받았다. 매년 각 전통시장의 상인회로부터 신청, 접수받는데 공단과 중기청의 사업선정대상 심의를 거친 후 공단과 상인회, 위탁교육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교육일정과 커리큘럼, 입학식과 졸업식 일정이 정해진다. 이후 기본과정과 심화과정으로 이어지는 교육프로그램뿐 아니라 각종 견학(우수 선진시장 방문)을 통해 우수 전통시장 발굴 및 공유, 교육 후에는 상인회 이벤트, 축제 확대실시 등을 지원한다.

- 그동안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최근 10년간 정부는 전통시장 활성화에 3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이 중 시설현대화에 3조802억원, 경영혁신지원에 3822억원이 지원됐는데 대부분이 시설 쪽에 투입됐다. 지원 초기에는 주차장, 아케이드, 진입로 등 쇼핑환경 개선에 집중했다. 다만 전통시장 지원에 따른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전통시장의 매출액이 계속 감소하고 있어서다. 그나마 최근 5년간 그 감소폭이 줄어드는 게 위안거리다.

- 전통시장 살리기 하면 ‘온누리상품권’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됐나.


▶지난 2009년 7월부터 발행된 온누리상품권은 현재 전국 1200여개 전통시장, 17만여 점포에서 현금처럼 사용된다. 특히 104억원(2009년)→104억원(2010년)→2224억원(2011년)→4258억원(2012년)→3258억원(2013년)→4801억원(2014년) 등 매년 판매액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결국 전통시장의 매출에 상당부분 기여함을 방증한다.


 

/사진=임한별 기자
/사진=임한별 기자

- ICT 육성사업도 눈에 띈다. 현재 어디까지 인프라가 구축됐나.

▶전통시장 정보통신기술(ICT) 육성사업은 전통시장 콘텐츠(상품·문화 등)를 ICT와 융합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마케팅 혁신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재 공단에서는 ▲고객·상인에게 정보검색과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전통시장 이미지를 개선하는 ICT카페(시장 고객센터 내) 조성 ▲카드결제 ▲매출입과 고객관리를 아우르는 모바일POS 지원 ▲스마트전단지 ▲쿠폰발급시스템 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 내년까지 390개의 ICT전통시장을 육성하는 게 목표다.

- 최근 화재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전통시장도 유독 화재에 취약할 것 같은데 이와 관련한 정책이 있나.


▶공단 내부에 안전관리팀이 전통시장과 영세상인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화재뿐 아니라 태풍, 폭설, 장마 등 재난에 대비해 항상 상황을 주시하고 안전관리교육도 시행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한국소방안전협회와 연계해 전국 200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수시로 화재안전진단을 실시한다. 올해도 전국 500개 전통시장의 화재안전진단과 150개 전통시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추진 중이다.

-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생존해야 하는 것도 전통시장 상인들의 숙제다. 해결책은.


▶의무휴업제 등 대형마트의 법적규제가 어느 수준까지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탈된 소비자를 전통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전통시장 스스로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저렴한 가격에 위생적이고 친절한 모습을 보이면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찾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리 공단은 변화의 의지를 가진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교육, 마케팅, 디자인, 컨설팅 등을 지원해 대형마트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도록 방침이다.

- 끝으로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포근하고 가슴 따뜻한 정과 덤이 있는 곳, 사람 사는 재미가 느껴지는 곳이 바로 전통시장이다. 이제 우리 전통시장은 단순히 저렴한 상품, 가격경쟁력만을 내세울 게 아니라 쉼과 여유가 있는 장소, 즐겁고 재미있는 소통공간으로 발돋움해야 할 시기다. 최근 전통시장은 비가 와도 우산없이 장을 볼 수 있고 휴게시설이나 카페, 라디오 부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만큼 소비자의 니즈에 발맞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개별 전통시장이 가진 지역적 특색을 극대화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면 전통시장은 대형유통업체와 당당히 맞설 수 있다고 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 합본호(제370·3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